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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란, 한라개승마 … “계곡은 이미 자연 그대로 박물관”
감자란, 한라개승마 … “계곡은 이미 자연 그대로 박물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6.2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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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하천 엿보기] <5> 광령천 계곡 지나 어리목골에서 만난 ‘천국의 계단’

제주도내 4개 박물관 공동조사단의 광령천 계곡 탐사가 시작된지 벌써 4개월째다.

계곡은 이미 봄을 거쳐 여름의 초입에 들어섰다. 지난 6월 22일 탐사도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계곡을 지나면서 이제는 거의 익숙해져버린 절벽을 기어오르다시피 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이날 탐사 구간은 천아오름 인근 수원지를 출발, 1100도로가 지나가는 어리목 입구의 한밝교에 도착하기까지 구간이었다.

# 절벽이 막아서도 거침없이 ‘네 발’로 기어오르는 조사단 일행

계곡을 따라 걷고 있는 조사단 일행을 막아선 절벽.

천아오름 수원지에 집결, 출발한지 30분도 안돼 계곡을 가로막고 선 절벽이 공동조사단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경사 각도가 60~70도는 족히 됨직한 아슬아슬한 절벽이다. 다행히 발을 딛기 좋은 정도여서 차례대로 ‘네 발’을 이용해 올라갈 수 있었다.

탐사가 시작되자마자 민속자연사박물관의 김완병 박사가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한다.

지나가면서 가까이에서 보니 새 소리를 녹음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새 소리와 확연히 구분되는 흰눈썹황금새였다.

어떻게 새 소리만 듣고 다 알 수 있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고야 말았다. 김완병 박사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 계곡 가장자리에서 수줍은 듯 꽃 피워낸 감자란

노란색의 작은 꽃망울을 터뜨린 감자란. 잎이 지고 난 뒤에 꽃이 피는 식물이다.

중간 휴식 장소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한라산연구소의 김대신 연구사가 조심스럽게 식물 촬영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감자란이었다.

아주 조그마한 꽃이 활짝 핀 상태였다. 상사화처럼 잎이 다 지고 난 뒤에야 꽃이 피는 식물이다.

나무 높이가 15m 가량 됨직한 풍게나무가 뿌리까지 뽑힌 채 쓰러져 있다.

다시 발길을 재촉해 걷다 보니 이번에는 높이가 15m 가량 됨직한 나무가 뿌리까지 뽑힌 채 계곡 한쪽에 쓰러져 있다. 풍게나무였다.

계곡 주변으로는 곰취, 주목이 드물게 보이기 시작한다. 한라산 정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제주도 특산식물 중 하나인 한라개승마도 눈에 띈다. 한라산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고산식물이다.

제주 특산식물인 한라개승마. 차츰 고산식물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 ‘천국의 계단’을 만나다 … “정상 오르기 전에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라는 뜻인가”

 

한라산 어리목골 근처에서 조사단 일행의 발길을 붙잡은 '천국의 계단'. 전문가의 솜씨로 정교하게 바위를 다듬어 놓은 듯하다.

목적지까지 한 시간 가량 남은 지점이었을까. 계곡의 서쪽에 심상치 않은 작품이 조사단 일행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잘 다듬어놓은 정원을 돌로 조각해놓은 듯한 모습이다. 장인 수준의 실력 있는 석공(石工)이라 해도 이처럼 정교하게 계단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라산 정상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한라산 정상을 만나기 전에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슬러야 한다는 뜻일까. 조사단 일행이 이구동성으로 ‘천국의 계단’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기이한 절경이었다.

계곡의 절벽과 바위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숱하게 많은 표정의 얼굴들을 만난다. 인자한 할아버지의 옆 얼굴 모습이다.

탐사 도중 조사단 일행이 찾아낸 더덕. 아이 주먹만한 크기다.

동그란 바위의 형상이 편안하게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과 흡사하다.

산꿩의다리

산딸나무 꽃히 하얗게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나비들이 나무 위에 가득 매달려 있는 것 같다

계곡을 배경으로 애기솔나물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계곡 주변에 가는잎처녀고사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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