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지난 18일부터 일선 학교 감사에 나서자, 제주도교육청도 20일부터 별도의 자체 감사에 나서면서 '맞불작전'에 의한 이중적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일선학교에 대한 감사권한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감정적으로 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감사권한 논쟁과 관련해 교육계가 연일 감사위의 직접 감사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초등학교장협의회 소속의 초등학교 교장들이 감사위의 직접 감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20일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장들로 구성된 중등교장협의회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감사위의 감사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감사권한을 둘러싼 두 기관의 논쟁은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고, 세(勢)를 위시한 '권한 다툼'으로 표출되면서 여러가지 우려를 갖게 한다.
물론 시시비비는 정확히 가려야 한다. 법리적 문제에 있어 추가적으로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받아야 하고, 제도적으로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앞으로 법이나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가운데서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요즘 전개되고 있는 논란의 흐름을 보면, 감사위의 직접감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몰이', 혹은 교육청 자체감사의 '법적 정당성 없음', 이 두가지 대립적 요소를 놓고 본질은 외면당하는 형국이다.
권한 다툼으로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본질적 요소는 묻혀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물론 감사위원회가 '법대로'라며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여러가지 상황은 소모적 논쟁만 불러오고 있다. 정작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대한 감사,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는 도외시됐다.
#수감대상 학교장들의 잇따른 입장발표, 그 진정성은?
먼저 감사권한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초등학교장과 중등학교장들의 감사위의 직접 감사 철회 요구에 대해서도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들은 "감사위라는 외부적인 힘으로 학교 교육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은 제주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고, 결국 제주교육을 황폐화시킬 것"이라며 "감사위의 직접 감사는 시대의 발전과 사회의 바람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어느정도 타당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감사위로부터 감사가 '제주교육의 황폐화'는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들은 감사를 받아야 할 수감기관의 장들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수감기관의 장들이 마치 "우리는 감사위원회로부터 감사 받기 싫다."는 뜻을 내보이며 직속 상급기관인 교육청에서 감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 집안 식구의 항변'으로 왜곡되기 쉽다.
#'아리송한' 교육위원회, 그들의 입장은 뭔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입장도 아리송하다.
지난 18일 도의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오대익 교육위원장이 '5분 발언'을 통해 이중감사를 막아야 하고, 우근민 제주지사의 중재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교육위원장으로서의 입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왜 '이중감사 절대 안돼'라는 식의 추상적 표현을 했을까? 어느 한쪽의 입장을 편들라는 것이 아니다. 일선 학교에 대한 감사를 효율적이고, 제대로 가져 나가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당면한 상황에서 절실한 과제인데, 오 위원장의 발언은 매우 추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우 지사의 중재를 촉구한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왜 '중재'는 우 지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면 당연히 도의회가 중재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권한 논쟁이 아니라,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까'에 초점 둬야
이제 본질적인 문제에 들어가, '제대로 된 감사'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 감사를 교육청에서 하느냐, 감사위원회에서 하느냐의 권한행사의 주체 문제는 법리적 논쟁의 요소일 뿐이다.
법리적 논쟁은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문제일런지 모르나, 도민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감사'를 갈구한다.
일선 학교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 그 답이 '교육청의 자체감사'가 맞다면 자체감사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듯 하다. 일선 학교는 교육청, 그리고 행정시별 교육지원청의 직접적 하달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직속 상급기관의 자체감사로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의문은 단지 추측성이 아니다. 최근 몇달사이 일어났던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만 보더라도 직속기관의 자체감사로 궁금함을, 문제가 있는 요소들을 제대로 캐내줄 수 있을지 미덥지 못한 마음이 크다.
일례로 모 중학교 교장의 성희롱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해당 학교의 여교사가 교장의 성희롱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을 때, 해당 시교육청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인권위가 성희롱 결정을 하기 직전까지도 해당 교장을 두둔하기에 급급해 했다.
뒤늦게 성희롱 결정에 따른 해당 교장에 대한 문책이 이어졌으나, 해괴망측한 논리로 해당 여교사에 '경고' 조치를 했다가 감사위의 특별조사 결과에 따라 철회하는 '모양새 구기는' 행정행위를 했다.
이 사건만 보더라도 교육계 외의 시각에서는 '자체감사'에 대한 미덥지 못한 마음이 크다. 여기에 전교조 등에서 학교 인조잔디 납품비리에 대해 여러가지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는데, 이러한 유형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까?
#공정하고 투명한 감사 담보할 수 있는 계획 제시가 우선
물론 학교장들이 주장하는 내용처럼,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기관에서 감사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그 답이 '자체감사'가 될 수는 없다.
감사위원회로부터 감사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면, 교육과학기술부나 '공공기관 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별도 감사를 받겠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일선학교에 대한 감사를 한다면, 정말 제대로 해야 한다.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교육청의 자체감사가 됐든,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가 됐든 시민들 입장에서는 대수로울 일이 아니다.
두가지 점을 명확히 담보해야 한다. 하나는 정말 제대로운 감사를 하는 것, 두번째는 감사결과에 따른 행정처분에 있어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닌 공정한 처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이 명확히 담보되지 않는다면, '자체감사'의 주장은 한낱 '권한을 더 갖겠다'는 얘기 밖에 안된다.
교육청이 '자체감사'의 정당성에 대한 명분을 보다 확고히 가져 나가려 한다면, 투명하고 공정성 있는 감사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순리가 아닐까?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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