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도대체 쓰레기를 어디에 버리라는거야?"
"도대체 쓰레기를 어디에 버리라는거야?"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7.1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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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턱없이' 부족한 쓰레기통...오히려 줄어든다고?
시당국, 공용 쓰레기통 무단투기에 "골치 아파요"

경기도 부천에 살고 있는 김윤규(27) 씨는 관광차 찾아온 제주에서 난처함을 겪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더운 날씨에 근처 편의점에서 산 음료수를 들이켰지만 마시고나니 캔을 버릴곳이 없더라구요. 번화가는 분명 맞는듯 한데 주위를 둘러봐도 쓰레기통은 쉽게 보이지 않았지요."

그렇게 20분쯤 헤매던 그는 버스정류장 근처의 쓰레기통에 들고 있던 음료수캔을 버릴 수 있었다.

김 씨는 "제주까지 내려와서 아무데나 쓰레기를 던져놓을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며 웃었다.

그러면서 쉽게 발견하지 못한 쓰레기통에 대해 "부천이라고 다를껀 없지만 아무래도 '제주'하면 깨끗한 이미지라 좀 다를 줄 알았다"고 생각을 풀어 놓았다.

이처럼 제주지역의 쓰레기통 부족 문제는 하루 이틀에 지나지 않는다.

14일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길거리에 버리고 있는 한 중학생을 만났다. 학생에게 왜 그랬느냐고 묻자 "쓰레기통이 있어야 버리죠."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학생을 마주한 곳은 문예회관 인근 도로. 과연 근처에서 쓰레기통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제주시내 쓰레기통은 늘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오늘도 쓰레기통과의 '숨바꼭질'을 진행중이다.

# 열 걸음 지나면 음료수캔, 아이스크림 껍질, 담배꽁초...

이번달 1일을 기준으로 제주시내 가로변의 쓰레기통 개수는 총 244개. 26개의 읍.면.동에 약 10대씩 배치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중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읍.면지역보다 일도2동이나 이도2동, 노형동 등지에 더 많은 수의 쓰레기통이 배치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넉넉치는 못하다.

많은 시민들이 오고가는 제주시청에서 중앙로를 잇는 큰 길가에 배치된 쓰레기통은 총 6개. 길 양쪽에 배치돼 있는 것을 생각할때 한쪽 도로에는 불과 3개씩 설치돼 있었다.

문제는 드문드문 설치돼 있는 쓰레기통 만큼 널브러진 쓰레기 또한 드문드문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낮 시간임에도 도로변 곳곳에는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아이스크림 껍데기나 음료수캔, 과자 봉지 등이 뒹굴고 있었다.

특히 담배꽁초는 열 걸음도 채 내딛기 전에 한 두개씩 떨어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라는 평범한 진리가 무색한 모습이었다.

# "쓰레기통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혹자는 '쓰레기통이 없다면 늘리면 되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듯 하다.

박근수 제주시 환경자원과장에 따르면 "쓰레기통이 많아지면 생기는 폐해 때문에 요즘은 쓰레기통을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로 쓰레기통을 배치할 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인근 상가나 업소들이 자신들의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공용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일반쓰레기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고, 재활용 쓰레기는 따로 분류해 버려야함에도 불구하고, 환경미화원들이 알아서 치워준다는 생각에 모든 쓰레기들을 공용 쓰레기통 안에 몰아 넣어버린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쓰레기통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쓰레기 봉투 다발은 오히려 '청정제주'의 이미지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미관상의 문제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인해 쓰레기통을 늘려도 오히려 철거해달라는 민원들까지 더러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그 외의 부수적인 이유로 관리상의 어려움을, 또 한 대 설치하는데 40~60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예산문제를 토로했다.

# 깨끗한 관광도시 '싱가폴'을 주시하라

이러한 와중 관광도시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싱가폴은 제주사회에 모범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깨끗한 관광도시'임을 전면에 내세운 싱가폴은 지난해 국민소득 4만9000여달러를 기록하며, 일부 기관의 통계에서는 미국을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국민소득 400달러에 불과했던 극빈의 나라가 이토록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청결한 도시환경과 그에 걸맞는 시책이 한 몫했다.

싱가폴은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철저히 금한다. 관련된 법안을 어길시에는 500싱가폴달러를 과태료로 물어야 한다. 한화로 환산했을때 약 40만원가량, 관광객도 예외는 없다.

또 지정된 장소에서만 담배를 태울 수 있게 제한하고, 심지어는 '껌' 반입을 국가적으로 금지시킨다.

무엇보다 거리에 쓰레기가 없는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곳곳에 배치돼 있는 형형색색의 쓰레기통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공원에는 공원다운, 도심에는 도심다운 각 지역색에 어울리는 쓰레기통을 배치시켜 그 자체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한 사례다. 배치 간격도 좁아 쓰레기를 버리는데 불편함이 없게끔 마련했다.

직접 싱가폴을 다녀온 관광객들의 후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도시가 깨끗해서 정말 좋았다"고 말하곤 한다.

물론 싱가폴의 예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싱가폴 국민들은 쓰레기와 관련한 시민의식이 매우 투철하고, 이들을 보는 관광객들 또한 그 모습에 매료돼 싱가폴 내에서 만큼은 맞춰가주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들의 향상된 시민의식 또한 끊임없이 보완된 행정 시스템으로 인한 것임을 생각하면 제주 또한 선진화된 행정상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는 제주. 동북아시아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미디어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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