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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인도와 차도'..."학교 가는 길, 불안해요"
뒤바뀐 '인도와 차도'..."학교 가는 길, 불안해요"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7.13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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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파트단지 통학길, '사람 중심 보행로' 확보는 언제쯤?
도로로 내몰린 어린이들...'인도(人道)'가 '인도(忍道)'로?

약 1000세대의 가구가 몰려 있는 제주시 일도2동 일도지구 아파트 단지내 한 간선도로(혜성대유아파트-동광초등학교 사거리).

이 곳은 신천지1차.2차아파트, 혜성대유아파트, 삼주아파트 등이 밀집하며 커다란 주택가를 형성하고 있다.

그 가운데 혜성대유아파트와 신천지1차아파트의 사잇길은 1996년 들어선 이래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있는 상태다.

좁은 인도와 보행상의 불편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얼핏 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길로 치부될 수 있으나 주거지와 더불어 식당, 시민공원 등으로 인해 하루 유동인구가 천명이 훌쩍 넘는 길이라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어린학생들의 통학로로 이어지는 길이기에 문제는 더욱 커진다. 300m가량 되는 이 길은 그대로 동광초등학교와 이어져 있어 하루 400~500명의 학생들이 이 길을 등굣길로 이용하고 있다.

근처에는 시민공원도 생기고 작은 '올렛길'도 생기며 지역주민들의 복지향상에 한 몫 했다는 평을 듣고 있으나, 정작 원하던 도로정비는 미결된채 남아있다.

# '인도(人道)'가 아니라 '인도(忍道)'?

문제가 되는 인도의 폭은 불과 130cm.

어린이의 양팔 길이에도 못 미치는 인도폭은 어깨를 맞댄 사람 둘이 지나가는 정도에 그친다. 특히 비라도 내리면 우산을 쓴 두 사람이 이야기하며 걷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좁은 인도마저도 이미 전신주와 가로등, 도로교통표지판 등이 점거한 상태다.

지그재그로 배치돼 있는 전신주와 가로등. 인도위를 걷던 사람들은 이 '터줏대감'들에 의해 편히 걷는것 조차 여의치 않아 도로로 쫒겨 나오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항상 걷는 길이지만 걸을때마다 불편하다"며 길을 지나던 한 학생은 호소한다.

일련의 상황은 '과연 이 길이 누구를 위한 길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길은 사람을 위한 '인도(人道)'가 아니라 참고 가야하는 '인도(忍道)'로 둔갑했다.

# 인도는 누구 것이고, 차도는 누구 것인가

큰 길 사거리 신호체계에 의해 이 도로는 항상 차들로 가득차지는 않았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어린학생들은 경각심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불과 5m옆에 횡단보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단횡단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차도 위에서 또래 친구와 공을 차며 놀기도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수현씨는 "인도폭도 좁은데가가 또 아이들이라 멋모르고 차도로 뛰어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어 등교시간, 하교시간이 되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 길가에서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에 따르면 "큰 사고는 아니어도 교통사고가 잦다. 특히 어린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아파트의 평수가 좁아 주로 새댁들, 나이가 많지 않은 가정의 집이 많다. 그러다보니 초등학생을 둔 가정이 꽤 있어 아이들의 왕래도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즐겨타고 다니는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도 설 자리를 잃고 차도위를 달린다. 이들은 도로위를 질주하는 차량들과 아찔한 레이싱을 벌였다.

#좁은 인도길에 '급고압' 전류...차도는 주차장으로 변모

또 하나의 문제는 이 좁은 인도의 한켠에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주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인도 한켠에 우뚝선 전주의 옆에는 <위험, 특고압>이라는 경고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이곳을 지날 무렵이면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여기에 오후 6시를 넘어서고, 아침 등교시간대에는 이 인도옆은 주차장으로 변해버린다. 가뜩이나 좁은 양쪽 도로변에 차들이 빼곡히 주차되면서 보행자들의 불편은 이만전만이 아니다.

# 한 블럭 건너면 다른 세상

동광초등학교 인근 큰 길 사거리, 이 곳으로 한 블럭만 건너가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동광초등학교 사거리에서 대림1차아파트 방면의 북쪽 간선도로의 인도는 폭도 넉넉하고 울타리가 설치돼 있어 학생들이 보호 받기에 충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길 또한 예전에는 같은 문제를 겪었다는 것. 이 곳은 '전주지중화' 사업을 거친 후에 새롭게 탈바꿈 했다.

'전주지중화' 사업이란 전신주와 전선을 땅 속으로 묻는 작업을 뜻한다. 도시 외관을 살림은 물론 실효성도 거둘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

같은 고민을 겪던 이웃의 성공사례를 보자 마찬가지로 사업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김희현 당선자나 다른 후보들 모두 이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던 이 지역의 전주지중화 사업은 어느새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제주시청 건설과는 "현재 사업에 대한 추진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한국전력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고, 또 그에 따른 추경예산 확보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전주지중화 문제를 떠나서 도로변에 주택가가 있고, 또 최근 시민공원과 올렛길 등을 조성했는데, 이를 파헤치고 뒤늦게 인도를 만들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인다.

일도2동 지역 주민들의 숙원, 여전히 소원한듯 하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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