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스펙'을 쌓아라...."여름방학 반납했어요"
'스펙'을 쌓아라...."여름방학 반납했어요"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7.03 09:4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대학가 외국어 '스펙' 쌓기 열풍..."서울로, 해외로"

대학가가 일제히 여름방학을 맞이했지만, 대학생들은 방학을 잊었다. 한결같이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스펙'은 구직자들 사이에서 학력과 학점, 토익 점수 외 영어 자격증, 그외 관련 자격증들을 뜻한다.

원래 '스펙'은 영어 단어 'Specification'에 온 말로, 설계.제조.시공 등 도면으로 나타낼 수 없는 사항을 문서로 적어서 규정한 것을 뜻한다.

하지만 '스펙'이 지난 2004년 국립국어원 신조어로 등록된 이래 '스펙'은 본뜻과는 다르게 구직자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개인마다 각자 쌓고자 하는 스펙은 천차만별이지만, 그 중에서도 '토익', '토플' 등 영어 스펙은 필수라는 게 대학생들의 통념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제주대학교 중앙도서관.

"방학 즐길 틈이 어디 있겠어요. 다들 스펙 쌓느라 바쁜데...저도 이번 방학은 영어 공부에 '올인'하기로 했습니다. 토익 점수를 올려야 취직 원서라도 넣을 수 있으니까요."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김소형(23, 제주대)씨는 이번 여름방학을 영어 공부와 맞바꾸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박종훈(26, 제주대)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영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뒤쳐지니까 어쩔 수 없다"며 토익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름방학 기간 대학생들의 영어 공부 열기는 학원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 대학생 영어 학원 등록률...방학 전보다 두 배 '껑충'

"저희 학원은 학생을 2달 단위로 모집하는데, 5~6월에 비해 7~8월 등록 학생수가 이미 두 배 가량 껑충 뛰었습니다. 그 중 90% 이상은 대학생들이고요."

제주도내 A 토익 전문 학원장의 말이 방학 기간 내 대학생들의 영어 공부 열풍을 대변하고 있다.

다른 학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B 토익 전문 학원 관계자는 "지난달에 비해 대학생들이 두 배 정도 늘었다"며 더 이상 신청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영어 공부 열기는 제주도내 뿐만이 아니라 도외로도 뻗어가고 있었다. '두달 정도의 짧은 방학 동안 영어 실력을 높이려면 서울로 가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영수(24, 제주대)씨는 "단기간 내 큰 효과를 보려면 서울로 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노량진에 있는 C 학원에서 두 달 정도 영어 공부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에 소재한 C 영어 학원의 경우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더 이상 빈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방학이라는 짧은 기간 내 스펙, 특히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제주, 서울을 넘어 해외로까지 뻗쳐가고 있다.

# "제주, 우리나라는 좁아요"...해외로, 해외로

방학 기간 등 '단기 어학연수' 국가로는 필리핀, 인도 등이 학생들 사이에서 선호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영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

실제 필리핀은 영어를 공용어로, 인도는 영어를 상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제주도내 대학생 중에서도 약 200명(A 유학원 추산) 정도의 학생이 이들 지역으로 단기 어학연수를 떠났다.

A 유학원장은 "요즘 대학생들이 4~8주 정도의 단기 코스를 선호해 방학이 시작되기 전인 5월부터 문의가 이어졌다. 이미 5~60명 정도의 학생들이 해외로 나갔다"고 말했다.

단체로 연수를 가는 경우도 있어, 그런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해외로 나가는 학생수는 더 많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B 유학원장은 "이같은 현상은 4~5년 전부터 고착화됐는데, 짧은 시기에 많은 효과를 보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며 "(단기 해외연수를 가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밝혔다.

방학 동안 학생들이 서울 등지로 빠져나가는 현상에 대해 고경환 제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서울에는 전문적인 강사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학생들을 만족시켜줄만한 능력과 경험을 가진 강사가 제주도에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단기 어학연수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면 최소한 그 곳에서 1년은 지내야 가능할 것"이라면서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보려는 생각에 학생들이 무리하고 있지는 않나"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영어는 모든 길로 나갈 수 있는 문이다.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으려면 시야가 넓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영어 실력이 있어야 한다"라는 고 교수의 말처럼 취직을 앞둔 대학생들의 영어 공부 열기는 쉬이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성공수기 2010-07-07 19:28:27
가장 빠른 취업의길은 선거캠프들어가서 목마 몇번태우는겁니다
즉 허리힘좋은 청년이 최고입니다
스펙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