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김태환 제주지사가 25일 최근 고위공직자들의 명예퇴임이 잇따르고 있는 것과 맞물려, 민선5기 인수위에서 제시한 '특별자치도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해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김 지사는 25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고위직 공무원들의 명예퇴임 신청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요즘 공무원들이 참 헛갈려 한다"면서 "지난 6년 동안 특별자치도 업무에 매달리다가, 다음달부터는 다른 정책에 의해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이 발언은 '특별자치도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다.
즉, 현 제주자치도가 '단일 광역체제의 특별자치도'를포커스로 해 모든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우근민 당선자의 경우 새로운 도정목표 및 전략을 통해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공무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지적이다.
김 지사는 "공무원들에게도 영혼이 있다"며 우 당선자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김 지사는 "특별자치도는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될 정책"이라는 말 한마디로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곱지 않은 심경을 표출했다.
그는 "6년간 특별자치도가 제주도 사회에 상당한 뿌리를 내렸음을 현장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며 "뿌리를 뽑으려 해도 잘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민선 5기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이달들어 서기관급 이상 간부공무원 4명이 잇따라 명예퇴임을 신청했다.
오인택 경영기획실장이 지난 21일 처음으로 명퇴 신청을 한 가운데, 이어 신재헌 전 문화진흥본부장, 고성도 부이사관(파견근무), 송종훈 축정과장 등도 명예퇴임을 신청했다.
이들은 모두 "후진 양성을 위해 퇴임을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정 출범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명퇴사유와 관련한 정치적 해석들도 나오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특별자치도 2기 체제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명퇴 신청자 중에서도 오 실장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조와 부합해 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오 실장은 지난 2005년 행정계층구조 개편의 최일선에 서서 주민투표를 통해 지금의 단일 광역자치체제인 '혁신안'을 통과시킨 주역이다.
현행 특별자치도 체제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가 새로운 도정의 기초자치단체 부활 논의에 쉽게 합류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단일 광역행정체제의 특별자치도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둘러싸고,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공무원들의 '헛갈림'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