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간판만 바꾸면 '문화의 거리'가 절로 되나?
간판만 바꾸면 '문화의 거리'가 절로 되나?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6.23 08: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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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새단장 오현로 '문화의 거리', "사람이 없어요"
상가 주민들 '볼멘 소리'..."도로정비라도 제대로 해줘요"

갈색빛 간판의 표구사가 한데 모여 고풍스런 멋을 자랑하는 오현로 '문화의 거리'.

제주시는 지난 2008년 겨울 이도1동 오현로 인근 업소(통칭 표구거리)를 대상으로 간판 정비 사업을 시행, 그 결과 특색있고 차별화된 거리로 재탄생 했음을 선포했다.

사업은 삼성혈과 오현단, 그리고 동문시장을 잇는 문화관광 벨트 구축을 목표로 그 기착지점인 '표구거리'를 되살리기 위해 호기롭게 펼쳐졌다.

그러나, 정비를 완료한지 1년 반이 지나는 기간 동안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묻는다면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겠다.

막상 간판을 정비하고 아름다운 도시미관을 조성했다고는 하지만 거리는 여전히 싸늘하다. 관광객은 고사하고 지역 주민들의 왕래 또한 드물다.

표구거리 한 상인의 "경관이 깔끔해져서 괜찮다고는 하던데 손님은 늘지 않는다. 이 근방에는 사람이 왔다갔다 할 일이 없다"는 토로가 이를 대변한다.

# 간판만 바꾼다고 문화의 거리는 아니잖아요

이 거리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시에서 간판을 바꾸라고 해서 교체하기는 했지만 막상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간판만 바꾼다고 문화의 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오히려 슈퍼와 어울리지 않는 간판을 달고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가게인지 알아보지 못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간판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입간판을 달고 있는 것은 불법이라더라. 결국엔 어쩔수 없이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입간판을 달게됐다"고 말했다.

인근의 표구사 주인도 "간판을 정비한 이 후에도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은 업주들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다 안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간판 정비 같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미관이 문제가 아니다?...도로 정비 시급

표구거리의 모든 상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가장 시급한 것은 도로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들은 도로 폭도 그다지 넓지 않은데다가 따로 인도가 없어 거리를 오고가는 시민들이 항상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도로 한켠에는 안전바가 설치돼 있었지만 걸을 수 있는 공간의 폭은 2m가 채 되지 않았고, 전신주나 길가에 세워둔 차량.오토바이 등에 의해 도로 위로 우회해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 업주들은 "미관을 깔끔하게 조성한다고 해도 정작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며 한숨을 토했다.

제주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 옆의 인도를 조성하고 일차선으로 도로를 정비, 오현로에서 삼성혈을 잇는 일방통행로를 조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의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형국이다.

주민들은 "일방통행로로 조성되면 오히려 교통이 불편해져 가뜩이나 왕래 없는 거리의 상권이 더욱 죽게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생기를 잃은 '문화의 거리', 시 당국과 지역주민이 하나돼 공통된 숙제를 풀어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제주>

지난해 12월부터 미디어제주에서 인턴기자로 일해오다 올해 6월21일자로 취재기자로 발령받았습니다.

출입처는 제주시청(사회부).

앞으로 시민들의 불편사항이나 훈훈한 소식, 사회적 문제나 이슈 취재에 나설 생각입니다. 사회의 곳곳을 취재하고 싶은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미디어제주 창간이념인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걸음씩 사회공동의 선(善) 추구>에 정진하겠습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과 항상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기사' 발굴에 노력하겠습니다. -박성우 기자(뉴스제보, 010-2039-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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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2010-06-23 15:11:20
박기자님..우선 저랑 성이 같아 맘에 듭니다..
건승하십시오 아자~~~~

역시 2010-06-23 10:15:59
박성우기자님 정론직필 건필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