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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선거와 경제에 대한 단상
6․2 선거와 경제에 대한 단상
  • 미디어제주
  • 승인 2010.06.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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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세계화의 전도사로 불리우는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프리드만 기자는 그의 저서 ‘the world is flat’에서 어렸을 때 부모님의 충고가 “밥은 남기지 말고 먹어야지, 지금 인도와 중국에는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단다”에서, 이제는 “숙제는 끝내야지, 중국과 인도에는 네 일자리를 가져가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단다”로 변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는 세상이 경쟁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의 개방시대에 살고 있다. 보호주의에서 개방시대로의 전환은 두 가지 점에서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경쟁하는 시장이 국내에서 벗어나서 세계시장이 된다는 사실이며 둘째는,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도산되고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메시지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민생활의 바탕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바로 민생을 떠안고 있는 중소기업, 자영업, 농촌, 이 세 부문이 경쟁력 열위산업으로 분류되면서 도산대열에 끼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국민생활의 근저가 되는 이 세 부문이 흔들리고 위축됨으로써 우리 국민들은 갈수록 고통을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경제도 성장이 둔화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제주사회는 세계화의 진전으로 보호장벽이 없어지면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개방의 물결과 더불어 가혹한 경쟁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을 논 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과거 도서 폐쇄적 사회의 연고(緣故)향수에 빠져있어 모든 현안이 배타적이고 근시안적 자기안위라는 가치관 속에 갇혀 있다. 결국 지역갈등으로 이어지고 제주발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제주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개선보다도 의식개혁이 더 우선되어야 함을 입증해 주고 있다.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 자기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집단이기주의, 지역이기주의 등을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접하게 된다. 이렇듯 이익집단들이 실질적인 국가여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는 언론이 그것을 바로잡아 줘야 되는데 그 역할을 못할 때 뮈르달(Myrdal)이 말하는 연성국가(soft state)가 된다. 연성국가는 령(令)이 안서는, 소위 질서가 안 잡히는 국가를 말하며 뮈르달은 연성국가에서는 절대로 경제발전이 안 된다고 한다.

제주경제를 소생시키려면 기존의 투자유치 및 서민경제 안정화 정책의 효율적 추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산업간 연관개발을 고부가가치의 창조를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발굴,육성하는 이른바 쌍끌이 성장전략이 절실하다. 이는 자원과 인구가 빈약한 제주가 나가야 할 길이라 본다.

예를 들어 삼다수 물산업도 단순 물판매(원료)에서 고순도의 청정물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이나 식료품 등 연관산업간 개발을 적극 유도하고 제주물 사용 인증제를 도입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또한 고청정 제품인 콩․해수소금을 삼다수와 접목, 고품격․고부가 웰빙 장류를 개발해 상품화하면 주민의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거대한 장독대군은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과 체험교육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안겨줄 수 있다.

부끄럽게도 이번 지방선거 공약에서도 예외 없이 도민들을 혼란과 현혹에 빠뜨리는 포퓰리즘이 또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이는 단기적인 마약효과는 있겠지만 제주의 장기 성장동력을 훼손시켜 지역발전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

명심보감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아이 매 하나 더 주라’(憎兒多與餠, 憐兒多與棒)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녀교육의 지침이기도 하지만, 지도자들이 주민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일시적으로 주민이 싫어할지라도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유독 인간의 존엄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온정주의적인 복지정책은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최근 서구국가들의 복지정책 패러다임이 시장친화적 복지, 일하는 복지로 바뀌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제정책도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돼야 할 것이다. 온정주의 정책에 무임승차하는 경향을 경계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만, 정부가 돕는 자는 돕지 않는다’라고 한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 제주는 위기를 기회로, 침체를 도약의 발판으로 여겨 진정 도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지도자의 영도가 필요한 때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잔꾀와 사탕발림으로 도민을 호도하는 것은 제주경제를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빠뜨리는 반사회적 정책이다.

새로운 도정 세대의 제주사회는 경제정책의 수립에서부터 민간의 효율성을 관료조직에 접목시킴으로써 정책 추진의 능률을 높이고 지역내 갈등의 발생을 소통과 포용으로 사전 차단해야 한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중요한 전환기에서 혁신성․다양성을 요구하는 제주경제의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찾기 위해서 민관이 대등한 위치에서 문제를 논의․협력할 수 있는 수평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제반정책을 제대로 수립, 추진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할 도정이 불확실의 시대에 처해있는 제주도민의 정신적 공황을 삶의 가치와 기대로 채웠을 때 내일을 기다리는 보람이 있다.

도민을 보듬어주고 기를 살려주는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서민을 위한 따뜻한 경제를 펼쳐, 지역사회의 어느 한 구석도 깨물어 아픈 손가락이 없도록 사회의 약자를 보호하는 참살이 정책의 실현을 새 도정에 기대한다. <미디어제주>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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