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어느 할머니의 사진 한장에 담긴 사연
어느 할머니의 사진 한장에 담긴 사연
  • 강경숙
  • 승인 2010.05.27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강경숙 천지동 주민센터

얼마전 남편의 사진을 찾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한통의 전화가 우리동으로 왔었다.

결혼하고 자식 6남매를 남기고 혼인신고도 하지 못한 채 남편은 돌아가셨고 남편분 얼굴이 담긴 사진 한장이 없어 자식들이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았다며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얼굴을 보여줄 수 없어 평생 죄인으로 살아 마음속에 한이 되었다는 할머니.

예전에 우리 동에 살던 기억이 나서 동사무소에 물어보면 사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인의 말에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걸었다며 사진이 있는지 찾아달라고 목메인 목소리로 부탁하시는 할머니.

다행히 우리 동에 보관된 할아버지 사진이 있어 찾아서 복사를 해드린 것 뿐인데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고 얘기하시던 그분에게 우리는 "왜 옛날사진을 찾으려고 몇 번씩 전화를 하면서 귀찮게 하실까" 했던 생각에 송구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6남매를 키우느라 바빠서 찾을 생각을 못했다고 미리 찾았으면 평생 한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면서 너무 감사해 목이메어 하시던 모습에 평생 고생한 모습이 얼굴에 담겨있었고, 타지에 있는 딸에게 아버지 사진을 찾았다며 이젠 얼굴을 볼수 있다고 전화로 얘기를 하는 모습에 가슴이 찡해왔다

그 할머니의 얼굴에서 우리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한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고 아마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 갈수 있었을 것이다. 

이날 하루는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웠다. 우리가 해드린 것이 별로 없어서 할머니가 걸었을 그 고된 삶이 내 마음속으로 전해와서 이젠 평생 가슴에 남아있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남은 삶을 편안하게 보낼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매일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이 단어들로 하루를 시작하고 업무를 마감한다

이것이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그것은 형식에 불과한 모습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진심어린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친절의 본질이라고 하는데, 내자신은 늘 고객에게 친절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했었나 보다

이제는 많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그 할머니의 마음처럼 마음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나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것 같다. <미디어제주>

 <강경숙 천지동 주민센터>

# 외부 원고인 기고는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제주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