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대통령이 영허믄 안되는거라. 제대로 해 줘야지"
"대통령이 영허믄 안되는거라. 제대로 해 줘야지"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4.03 15: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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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62주기 4.3 희생자 위령제 참석한 유족들의 '볼멘 목소리'

제주4.3 62주기를 맞은 3일 '제62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봉행된 제주4.3평화공원.

반세기 넘는 세월동안 피맺힌 한을 가슴속에 묻어 살아온 유족들의 흐느낌은 위령제가 봉행되는 시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혹시나 올해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행사장을 찾은 유족들은 국무총리 마저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장관급인 권태신 총리실장을 참석하게 된 것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오전 10시55분께 권 총리실장이 행사장으로 들어서자 4.3유족회 청년회원들이 권 실장을 막아서며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행사 말미에 홍성수 제주4.3유족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4.3위령제 행사에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장관급 인사를 정부대표로 참석시킨 것에 대해 '홀대론'을 제기하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1999년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고, 2003년 4.3진상조사보고서 확정,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 2006년 제58주기 위령제 행사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4.3영령들의 넋을 빌었던 일련의 기억 속에서 제62주기 위령제는 봉행됐다.

4.3유족들의 뇌리 속에는 62년전 그날의 악몽을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눈시울을 적시며, 헌화와 분향을 마친 유족들은 그날의 기억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집은 불타고 아버지는 돌아가셔불고...끔찍한 상황이었주게."

고여락 할머니(81)는 4.3으로 인해 고인이 된 아버지에게 이 날 한 송이 꽃을 바치며 그 날을 힘겨이 기억해냈다.

고 할머니는 "4.3 당시 19살이었을 때 나는 안덕면에 살고 있었는데, 폭도들이 집을 다 불태워버려서 화순으로 피신해야만 했다. 1년쯤 지나 사태가 진정되니까 폭도들을 피해 제주시로 넘어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4.3 사건으로 아버지를 여읜 고 할머니는 "절대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우리 아버지는 그나마 유해를 찾아서 모시고 있지만 아직도 유해조차 찾지 못한 유족들이 있다"며 유해발굴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주문했다.

분향대에 서서 한참을 눈시울을 붉히던 한금성(70) 할아버지는 8살이었던 그 때로 기억을 되돌리며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우리 할아방이 42살 쯤 되나신가...폭도들이 청년 7명을 죽이젠 하난 할아방이 한 번만 봐주랜 고르당 돌아가셔부런. 억울하게 돌아가셨주게..."

4.3으로 인해 할아버지에 이어 작은아버지까지 여읜 한 할아버지는 "산촌 살던 사람들이 내려오면 내려오는대로 폭도들이 못 견디게 해버렸다. 신탁통치를 반대하던 사람들, 좌파세력 등으로 인해 시대가 어지러웠을 때였다"며 그 때의 감정을 '억울함'으로 표현했다.

"그때는 어둠의 시대연...다시는 일어나서도 안되고 일어날 수도 어신 일이주게..."

4.3으로 3명의 형을 잃은 김00 할아버지(68)는 "이제는 형님들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며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때 난 6살이연. 겅안해도 애기라부난 기억도 잘 못하는디 그 당시에 무신 사진이 있나 뭐가 이서?...기억도 안 남져. 형님 한 분은 여기 평화공원 근처서 돌아가셩 유해 찾앙 제사도 하고 햄신디 나머지 두 분은 대구형무소에서 돌아가셩 찾지도 못핸."

형 2명의 죽음조차도 형무소에서 보내온 편지를 통해 알게됐다는 김 할아버지.

그는 "당시 오라리(현재의 오라동)에 살고 있었는데, 집이 불타서 용담동으로 도망쳤다"면서 "다시 돌아가봤더니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서 남의 집에 더부살이를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4.3때문에 집도 잃고 형도 잃은 그는 현 정부에 바라는게 하나 있다.

"노무현 대통령 이실때는 직접 왕 사과도 하고, 나신디 초청장도 보냉 위령제에 참석해난. 겐디 지금 대통령은 영 아닌거 닮아."

그의 이명박 정부 들어 이념논쟁이 다시 촉발되는 점을 상기시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희생자들을 오히려 폭도로 취급해부난 화 안나크라?  화나지. 영 보믄 총들고 쏜 사람보다 맞아 죽은 사람이 더 많으메."

"게난 대통령은 영하믄 안되는거라. 유해도 찾아주고 나라가 사과해야 돼."

홍성수 제주4.3유족회장은 "4.3의 진실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가 되고 있다"며 "지금도 요지부동인 수구세력들이 진실에 찬물을 끼얻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4.3을 또 한번 죽이는 일"이라고 토로한 후, 이날 불참한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섭섭함을 표현했다.

그는 "위령제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참석하지 못하게 돼 너무 안타깝다"며 대신 참석한 권태신 총리실장에게 "유족들의 한 맺힌 아픔을 정 총리에게 잘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62년의 세월이 흐른 4.3.  그들에게 4.3은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념논쟁의 종식, 추가적인 4.3진상규명 작업, 유해발굴사업, 현 정부의 진실된 사과, 유족들의 바람은 거창한 요구가 아니라, 자그마한 소망이자 바람일 뿐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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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뿡 2010-04-03 18:40:15
쓰발 머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