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탈당 크지 않지만, '한지붕 두 생각' 당내 기류 '미묘'
"몸은 민주당에, 마음은 우근민에게로...". 이러한 당내 표심의 분출이 과연 가능할까?
성희롱 논란과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후보 '부적격' 결정으로 19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기자회견에서 제주도당 당원과 대의원들을 향한 '호소'를 연거푸 쏟아냈다.
우 전 지사는 "제주도 당원과 대의원 동지 여러분께서는 당을 지켜주십시오."라며 "탈당은 저 혼자만으로 충분합니다. 당에 남아서 민주당을 바꿔주십시오. 개혁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 신랄히 비판한 후, "현재의 중앙당 지도부는 우리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지만, 민주당은 분명 내부 정화를 거쳐서 다시 새로워질 것이라 확신하기에 제주도 당원과 대의원 동지 여러분은 당을 지키면서 새로운 지도체제를 만들어내 달라"며 "김대중대통령님과 노무현대통령님이 추구했던 그 가치와 철학이 실현되는 정당으로 바꾸어 달라"고 말했다.
이번 공심위와 당 지도부의 결정이 지역당원의 뜻을 무시한 결과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제주도 당원과 도민 여러분의 선택을 확신하기에 무소속으로 도전해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는 다짐의 말에서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민주당 당원들의 지지가 이어질 것임을 확신하는 듯 했다.
이러한 우 전 지사의 '민주당 지역당원'에 대한 호소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통합이전 전신인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 지지율 보다 낮은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는 공천문제로 단식농성까지 하며 막바지까지 중앙당과 갈등을 벌여왔는데, 투표결과 무소속과 한나라당에 이어 3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득표율도 16.15%에 그쳤다. 당시 정당투표에서 열린우리당의 득표율인 26.60%에도 훨씬 못미치는 저조한 득표율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한나라당이 45.29%로 가장 높았고, 열린우리당 26.60%, 민주노동당 20.05%, 민주당(통합이전의 민주당임) 8.04% 순이다.
열린우리당 후보가 정당 득표율보다 저조한 득표율을 보인 것은 당내 표심 중 상당부분이 무소속 후보(당시 김태환 후보)쪽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우 전 지사가 공심위 발표 당일 즉각적으로 탈당하지 않고 2일 정도 더 항변하면서 제주도당의 대의원을 중심으로 해 '뜻'을 모아낸 것은 앞으로 선거정국에 있어 2006년 지방선거와 같은 상황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제주도당 대의원들의 경우 절대다수인 160명 정도가 항상 우 전 지사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고희범 예비후보가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단식중단을 촉구했고, 그리고 공심위 결과가 나오자 제주도당에 모여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우 전 지사가 19일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으로 선거운동에 나서는 가운데, 민주당 제주도당 대의원과 당원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 전 지사가 "탈당하지 말고 당에 남아서 개혁해달라"고 호소한 대목도 앞으로 있을 선거판도에 있어 민주당의 표심을 끌어안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동반탈당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당내 잔류를 통해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우 전 지사와 함께 동반 탈당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민주당 내 대의원과 일부 당원들의 '마음'이 미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감은 이날 오후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병립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을 비롯해 김행담, 좌남수 의원 등 민주당 소속의원 4명을 포함한 대의원 84명이 "앞으로 가짜 민주당 후보를 거부하고, 우근민을 지키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가짜 민주당 후보를 거부하고 진짜 민주당 후보인 우 전 지사를 중심으로 6.2 지방선거에서 도민의 사랑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제주도당에는 전국대의원과 제주도 대의원, 지역위원회 대의원 3종류가 있는데, 총 630명에 이른다. 이번에 '우근민 지지' 입장을 발표한 대의원은 '제주도 대의원'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대의원과 당원이 얼마나 더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적지않은 '해당행위' 논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불과 70여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나타난, 이번 미묘한 기류는 민주당으로서는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몸은 민주당, 마음은 우근민'이라는 '한 지붕 두 생각'이 존재하는 민주당내에서 당원표심이 과연 어느정도로 빠져 나가게 될지, 제주정가는 그야말로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상황만으로는 어느 것 하나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자신들 이익에 부합하면 정당도 버리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