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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나들이 왜 이리 어려워? 장애인 배려 좀 해주세요"
"바깥 나들이 왜 이리 어려워? 장애인 배려 좀 해주세요"
  • 김두영 기자
  • 승인 2010.03.18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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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희망이야기]⑦늦깎이 대학생 김원필씨의 장애인 편의시설 만들기

집안구조를 비롯해 생활가전 등 대부분이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제작돼 장애인들이 생활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두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장애인이 있어 눈길을 끈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1급 지체장애인인 김원필씨(43). 그는 지난해 주목을 받았던 장애인밴드 '허당보난'의 맴버이기도 하다.(본보 2009년 6월 20일 "장애인에게도 신나게 놀 권리가 있잖아요!")

당시 신나는 노래와 함께 장애인들의 놀 권리를 주장했던 그는 현재 제주지체장애인협의회 장애인 편의시설 지원센터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 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기술을 전문화하기 위해 제주산업정보대학 인테리어학과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자세히 듣기 위해 지난 주말 제주시 한림 종합경기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론볼경기를 즐기고 있는 김원필씨를 만났다.

#. "장애인인 내가 느끼는 불편을 없애고 싶어요"

김씨는 자신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다보니 집안에서 생활을 하거나, 밖으로 나갔을 때 불편함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또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게된 장애인들은 익숙하지 못한 불편함에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한다. 

"솔직히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오기 정말 힘들어요. 자신의 차가 없다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역시 불편하기 짝이 없죠. 그렇다고 집안생활도 쉬운 것이 아니에요. 특히 여성분들은 싱크대 사용부터 화장실까지...불편한 것 투성이죠"

자신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좀더 장애인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편의시설 제주지원센터에 문을 두드린 김씨. 그러나 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체장애인협회 편의시설 지원센터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까 뭔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 때 뭔가 전문적인 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에 입학하게 됐어요"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한 후 공부를 하게되니 어려운 점도 많이 느낀다는 김씨. 그러나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공부하는데 장점이 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지금은 교수님들과 학우들에게 인정도 받고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 하지만 저는 자신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가 최적기인 것 같아요. 지금 저처럼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공부하면 뭐든지 잘 되는 것 같아요"

#.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 위해 스스로 전문성을 갖춰야"

그가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장애인 시책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장애인으로 생활해오면서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시책들이 모두 편향되고 일시적인 사업으로 느꼈다고 한다.

김씨는 "제가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살펴보니 그동안 추진되온 장애인 시책들이 모두 편향적.일시적인 사업으로 추진됐다"며 "이로 인해 그동안 장애인들은 알게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편향되고 일시적인 사업들이 모두 체계적인 공부가 부족해 생긴 일이라며, 장애인들 스스로가 지식을 무기로 장애인 복지에 대한 시스템을 갖춰 지금 집안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와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씨는 장애인 화장실을 예로 들며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라는 명칭을 쓰는 곳도 있지만, 편의 화장실, 노약.임산부.장애인 화장실 등 좀 더 넓은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장애인 화장실은 유모차를 가진 어머니도 유모차와 함께 쉽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으며, 보행보조기 등을 사용하는 노인들도 편하게 쓸 수 있지 않느냐"며 장애인이 편해지면 사회구성원 모두가 편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학기를 끝내면 졸업을 하게 되는 김씨는 앞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련된 일을 하며 장애인들의 생활을 편하게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와 함께 김씨는 장애인들이 앞으로 기술을 가지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라는 경험을 이용해 사회의 일원으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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