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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에 빠진 민주당, 책임지는 이 있을까?
'자가당착'에 빠진 민주당, 책임지는 이 있을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3.16 23: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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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민주당 '복당 요청'에서 '부적격 결정'까지 "짧은 20일"

2월26일-김민석 최고위원, 우근민 전 제주지사에 지도부의 뜻이라며 민주당 복당 요청
3월3일-우 전 지사 국회서 민주당 복당 신청 및 기자회견
3월4일-제주도지사 출마 기자회견
3월7일-민주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 및 최고위원회 우 전 지사의 복당 의결
3월10일-우 전 지사 민주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등록
3월10일-김민석 최고위원,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우 전 지사 성희롱 문제는 8년전의 일"
3월13일-우 전 지사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3월16일-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 우 전 지사 공천 자격 '부적격' 결정


민주당에 복당한지 불과 10일도 안되는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결별'을 생각하고 있다.

방패막이가 돼 줄 것이라 믿었던 민주당이 여론의 공세에 밀려 결국 공천후보 자격 '부적격' 결정을 내린 것이 그 이유다. 우 전 지사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성희롱 논란과는 별개로 해, 짧은 시간내 복당과 '부적격 결정'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민주당 지도부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우 전 지사가 민주당 지도부의 '권유' 모양새로 복당신청을 할 때만 하더라도 '사전 밀약설'이 불거져 나올 만큼 당 지도부의 우 전 지사에 대한 대우는 매우 깍듯했다.

그러나 16일 공천심사위원회는 민주당 제주도지사 공천후보로 신청한 우 전 지사에 대해 성희롱 논란을 문제삼아 '부적격' 결정을 내렸다.

회의가 끝난 후 공심위는 "공직후보자로서 가져야 할 도덕성과 자질에 심대한 결격사유라고 판단해 부적격 판정을 공심위원 전원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우 전 지사 입장에서는 복당 요청에 따라 복당했다가 '물을 먹은' 셈이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 지도부는 우 전 지사에 먼저 '러브콜'을 했던 것일까.

지난달 26일 제주를 방문한 김민석 최고위원(지방선거 기획본부장)은 우 전 지사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세균) 대표 이하 지도부가 의견을 수렴해 복당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독자적인 생각으로 권유한 것이 아니라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의 의견을 모아 복당을 요청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말은 곧 '영입'의 의미로 해석됐다.

이를 입증하듯, 복당 신청서를 제출하던 3월3일 우 전 지사가 국회에서 복당 신청에 따른 기자회견을 할 때에도 당직자들이 따뜻하게 맞아주는 분위기였다.

박지원 정책위 의장, 김민석 최고위원(지방선거 기획단장)과 김진표 최고위원, 천정배 의원,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윤호중 수석 사무부총장,  최재성 의원(지방선거경선관리본부장)이 함께 자리를 했다.

그리고 제주출신 국회의원인 강창일 의원과 김재윤 의원도 우 전 지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자리를 함께 했다.

이러한 '따뜻한 환대'는 3월2일 제주도내 13개 시민사회단체가 '성희롱' 전력을 문제삼아 출마포기 촉구 기자회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해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여기까지의 민주당 행보는 다분히 '여론조사 1위' 후보의 영입이라는 큰 의미를 두는 듯 했다. 초반 성희롱 논란이 일기는 했으나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3월4일 우 전 지사가 출마 기자회견을 하자, 성희롱 논란은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전국 시민단체로 급속히 확산됐고, 중앙언론도 연일 이 문제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제기하며 도덕성 논란에 불을 지폈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일침을 가했다.

성희롱 논란과 복당에 대한 도덕성 논란, 그리고 제주에서는 민주당 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던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이 중앙당사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때만 하더라도 김민석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원회에서 "8년 전의 일이고, 이미 사과를 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그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성희롱 문제와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하지 못한 이해에서 시작한 시민단체 등의 문제제기에는 성실히 답할 것"이라며 "그러나 적어도 한나라당과 여권에서는 우 전 지사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맞받아쳤다.

정세균 대표도 복당과 공천자격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성희롱 논란에 대해서는 "8년 전의 일"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 지도부들은 '성희롱' 논란에 대해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16일 공심위 결정 이전까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공식발언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박지원 정책위 의장만이 15일 우 전 지사의 '성희롱 결백' 주장에 대해 "유감"이란 입장을 표했을 뿐이다.

하지만 공심위는 16일 공천후보 자격심사에서 공심위 만장일치로 "공직후보자로서 가져야 할 도덕성과 자질에 심대한 결격사유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심위의 부적격 판정사유는 종전 김민석 최고위원이 견지했던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8년 전의 일이고, 이미 사과를 했고, 지금도 사과하고 있다"며 성희롱 논란 그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우 전 지사는 16일 공심위 결정이 나자마자 발표한 입장에서, "대표 및 최고위원 등을 포함한 지도부의 뜻을 모아 저에게 복당요청을 하더니 아무런 책임과 신의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당 지도부를 집중 성토했다.

우 전 지사의 성희롱 논란과는 별개로, 민주당 지도부 역시 이번 사태의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제주도당 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우남 의원도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도부의 의견'이라며 복당 요청을 한 주역들의 모양새가 적지않게 구겨질 전망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에서 연일 제기하고, 중앙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한 사안에 대해 "문제될 것 없다"던 지도부는 이번 공심위 결정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까? "8년 전의 일"이라는 그 발언은 여전히 유효할까? 복당을 적극 요청했던 지도부들은 과연 어떠한 책임을 질까?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 지도부의 일련의 제스처는 말 그대로 '자가당착'에 빠진 형상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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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2010-03-17 18:25:52
정말 말그대로 자가당착에 빠진 민주당입니다. 그러고도 낯짝을 들고 정치한다니 참으로 한심한 인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