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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이가 뭐하는지 신경쓰지 마세요"
"옆집 아이가 뭐하는지 신경쓰지 마세요"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3.14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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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희망이야기] ⑥교육평론가 이범의 '학원비 절약형 자녀교육법'

사교육비가 전국적으로 연간 20조원을 넘어선 현실. 학교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내몰리는 학생들. 사교육 없이 자녀교육을 성공적으로 시키는 것은 비현실적 얘기일까?

이러한 물음에 이범 교육평론가는 "노(NO)!"라고 답한다. 전교조 제주지부(지부장 김상진)가 14일 오후 2시 제주시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마련한 '학원비 절약형 자녀교육법'에서는 한때 '대치동 스타강사'로 불리던 이범 교육평론가를 초청해 특강을 가졌다.

공교육 보다는 사교육의 비중이 날로 커지는 현실. 그렇다고 학원을 외면하면서 '나 홀로 공부'를 시키려니 불안한 마음이 커지는 학부모들. 학원을 안다니고도 자녀교육을 잘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도대체 무엇인지, 많은 학부모들은 이 공통된 질문을 놓고 강연장을 찾았다.

이범은 이 물음에 12가지 팩트를 꺼내들었다.

그의 해법은 매우 다양하다. 모든 학습의 기본을 '원리'의 이해에서부터 시작해 단순 '지식' 적용 보다는 '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하자는 것이다.

"얼마전 <공부의 신>에서 학습기법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혹시 이걸 따라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컸구요."

#"왜 분모는 분모끼리, 분자는 분자끼리 곱해야 하는 것이죠?"

단기간내 공식을 외워서 그대로 적용하려는 방식을 갖고는 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한다.

"만약 '5/7×3/6'라고 묻는다면 줄곧 '15/42'라고 답을 하곤 하지만, 왜 분모는 분모끼리 곱해야 하고, 분자는 분자끼리 곱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쉽게 답할 학생은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거에요. 일정한 공식을 대입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원리를 찾는 것이 중요해요."

사교육비를 절약하면서 자녀교육을 성공하는 비결의 세번째로 그는 '빨리 정답 찾기' 훈련에 골몰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문제를 많이 풀 수록 수학을 못하게 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왜 발생하는가를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학부모들은 수학 하면 먼저 옛 학생시절의 아련한 기억, '공포심'이 남아있어요. 다른 과목보다 수학은 특히 심하죠. 바로 여기에 사교육에서 내놓는 '기획상품'의 함정이 있는 거에요. 그래서 사교육에서 수학과 관련한 '기획상품'을 출시하면 혹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요?"

100문제를 출제하고 빨리 풀어보도록 하는 방법보다는 단 10문제라도 자녀들 스스로 그 원리를 찾으며 이해하며 문제를 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반 누구 엄마는 애들 어디에 보내고...옆집 애 신경쓰지 마세요"

두번째 팩트에서는 '지식' 보다 '역량'이 중요함을 제시했다.

서울대 논술 예시문제 3가지를 보이며 대학입시의 언어영역의 문제가 '지식 보다는 '역량' 쪽에 초점을 둔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을 설명한 그는 단순 지식을 습득하는 공부보다는 독해력, 추론능력, 논증능력을 갖추기 위한 '역량'에 방점을 찍었다.

"드라마 <공부의 신>은 방법은 아니죠. 단순보도 위주의 신문 보다는 시사주간지, 그리고 문학서적을 많이 읽고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사교육비를 절감하면서 자녀교육을 할 수 있는 팩트 중 여섯번째로는 "옆집 아이가 뭐하는지 신경쓰지 말라"는 것이다.

"같은 반 누구 엄마는 애들 어디에 보내고 있고, 옆집의 누구는 어느 학원 다니면서 어떻게 공부하고 있고...이런 식의 유행에 휩쓸려서는 자녀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그는 "요즘 유행 타는 사교육의 '기획상품'이 아주 많은데, 실질적으로 자녀에게 적합하기 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휩쓸려 기획상품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옆집 아이가 뭐하는지 신경쓰지 말고, 자녀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을 찾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 종합반 학원에 의존, 글쎄요..."

이외에도 그가 제시하는 사교육비 절감 자녀교육법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초, 중, 고 시절 들어가는 사교육비 보다 대학입학 이후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아지는데, 사교육비를 왜 줄여야 하는지 그것부터 잘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중학교 시기까지 꾸준히 읽는 글의 수준이 업그레이드 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읽을거리를 가까이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업흥미도가 최하위권인 학생들에게 학습만화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라며 "학습만화를 우습게 알지 말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중학생 자녀의 경우 종합반 학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생각도 곁들였다. "공부기술이 퇴화하고 '학원 중독증'까지 더해지면 그 때는 정말 약이 없어요."

중학시절부터 공부기술을 연마할 것을 주문한다. 복습할 부분에 체크를 하는 '복습기술', 주간계획을 잘 짜는 '관리기술'이 그가 말하는 '공부기술'의 핵심이다. 좋아하는 과목부터 '인터넷 강의'를 적극 활용하며 매일 조금씩 이용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사교육 줄이며 성공적 자녀교육 '가능성의 희망' 제시

남들 다 보내는 학원 하나 안보내고 우리 애가 과연 좋은 성적으로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심리 속에, 이날 그의 강연은 그래도 사교육비를 절감하면서 자녀교육을 시킬 수 있는 기본적 원리는 제시했다.

사교육을 조금이나마 줄이며 자녀교육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희망'을 전해준 것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경기과학고등학교아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서울대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때 메가스터디 창립이사 겸 강사로 활동했었다. 5년간 수능 과학탐구 전국 최다 수강생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러 일간지에서 연재기고하다 현재 한겨레신문 고정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범의 교육특강>, <굿바이 사교육>, <이범, 공부에 反하다>, <수호천사 이야기>, <과학논술>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고 영어교사 시절 새로운 영어교육 기법을 도입해 교육에 나섰던 그는 현 교육현실에 대한 '반어법' 적인 화두로 학부모들의 공감을 얻었다.

"TV보고 있으면 '공부 안한다'며 욕을 하고, 어디 놀러가도 욕하고, '멍 때리며' 책상에 앉아있으면 공부 하는가 보다하며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는 이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의 영어교육법의 핵심은 '영어를 털고 가자'다. 그 중에서도 '부담'을 털어내자는 것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영어와 맞서 보세요. 머리를 써서 암기하는 공부가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촉감이고, 자연스런 생활의 일부이게 해보세요."

그가 말하는 영어교육법은 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영어에서도 그대로 대입하자는 얘기다. 철저히 모국어 습득과정을 따라가는 것. 그래서 적어도 영어 때문에 불행하거나 고통받는 아이는 만들지 말자는 것이 그의 강연 핵심이다.

"영어공부에 앞서, 또 영어를 잘 하려면 국어공부와 독서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그는 "국어공부를 소홀히 한 영어공부는 실패하거나 한계를 긋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어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임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는 "꼭 영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거부할 경우 영어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대안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다"고 말했다.

이와 맥을 같이 해, 영어공부에 '올인'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아이비리그니 토익 점수 몇 점이니 이러한 목표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에요. 지양해야 합니다. 영어를 공부하되 소통이 가능한, '써먹을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하죠."

그러나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현실에 대해서도 그는 인정했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는데, 좋든 싫든, 옳든 그르든 영어공부를 원천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꼭 많은 돈을 들이며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려 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를 머리로 암기하는 공부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언어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그의 영어교육법 기조강연과 더불어 영어에 대한 친근감, 재미를 증대시키는 영어교육법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사단법인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교육분과에서 사교육 없이 영어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객석을 가득메운 가운데 진행된 이날 교육특강에서는 교육평론가 이범의 '사교육 의존도 낮추며 자녀교육 성공하기' 강연도 이어졌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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