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고희범 "민주당 살리려 단식농성 돌입했다"
고희범 "민주당 살리려 단식농성 돌입했다"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3.10 17: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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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성희롱 인정한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의 복당 결정을 철회하라"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민주당 고희범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전 한겨레신문 사장)가 10일 "단식농성은 신참당원 고희범의 민주당 구하기"라며 단식농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민주당사에서 단식농성 중인 고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도민들을 만나러 전 도를 돌아다녀야 하는 시간에 다른 일로 시간을 소비하는 것도 그렇고, 도민들이 생각하기에 내가 후보 하나를 밀어내서 공천이나 받으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단식농성 결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실제로 제가 우근민 전 지사의 용퇴 결단을 촉구한 뒤 나온 반응도 '갈등 종식을 위해 갈등의 한 축이었던 당사자가 결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유력후보를 주저앉히려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민석 최고위원의 우 전 지사에 대한 복당 요청을 '구걸'이라고 표현한 그는 "우 전 지사를 받아들일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제주에서 필패(必敗)할 뿐 아니라 전국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정치판이라는 게 그런 것'이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그것이 민주당의 수준'이라고 했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는 타짜도 들어가지 않는 법인데 이미 다 짜놓은 판에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일부는 저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에서 진행되는 일을 어디까지 지켜보기 있을 것인지 등의 이유로 머리가 복잡했다고 고백한 그는 "내가 선택한 민주당을 시민사회는 물론 심지어는 한나라당까지 나서서 조롱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도지사 선거에 나간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살아나는 길은 오직 하나. 국민들께 사과하고 성희롱 전력자의 복당 결정을 철회하는 것. 민주당 지도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후퇴할 수 없는 배수의 진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단식농성"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민주당내 제주도지사 선거의 후보경선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해 온 김우남 제주도당 위원장이 10일 단식농성 중인 고 예비후보와 함께 현 문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경선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 <미디어제주>

[전문] 고희범 예비후보, 단식농성에 대한 입장
단식농성 결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도민들을 만나러 전 도를 돌아다녀야 하는 시간에 다른 일로 시간을 소비하는 것도 그렇고, 도민들이 생각하기에 내가 후보 하나를 밀어내서 공천이나 받으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내가 우 지사의 용퇴 결단을 촉구한 뒤 나온 반응도 “갈등 종식을 위해 갈등의 한 축이었던 당사자가 결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유력후보를 주저앉히려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이 우근민 전 지사에게 복당을 '구걸'하고 간 뒤 당 지도부 몇 사람과 접촉했습니다. 우 전 지사를 받아들일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주에서 민주당이 필패할 뿐 아니라 전국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가치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크지 않은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판이라는 게 그런 것”이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그것이 민주당의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탈당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는 타짜도 들어가지 않는 법인데 이미 다 짜놓은 판에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에서 진행되는 일을 어디까지 지켜보고 있을 것인지, 어느 지점에서 무얼 요구해야 할 것인지, 만일 그런 요구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인지 등등. 8일 하루 동안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전화기를 꺼놓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비로소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민주당, 제주도민의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하고 어루만져준 민주당, 그래서 내가 선택한 민주당을 시민사회는 물론 심지어는 한나라당까지 나서서 조롱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도지사 선거에 나간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다 죽게 된 민주당을 살려내지 않고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주당이 살아나는 길은 오직 하나. 국민들께 사과하고 성희롱 전력자의 복당 결정을 철회하는 것. 민주당 지도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후퇴할 수 없는 배수의 진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단식농성이다. 장소 - 중앙당사, 시한 - 당이 복당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자세 - 사후대책에 대한 궁리나 이런 저런 이해타산을 하지 않는 것.’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나를 버리자마자 길이 보였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말로는 여러 차례 듣기도 했고, 이런 말을 내가 하기도 했을 것이지만 실제로는 처음이었습니다.   
 
나는 이 단식농성을 ‘신참당원 고희범의 민주당 구하기’로 이름 붙이기로 했습니다.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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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 2010-03-13 14:43:41
제주도가 자존심을 지키네요. 자랑스럽습니다. 신참 민주당원 고희범!

도민 2010-03-11 12:20:03
썩은 부분은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날수 있도로 힘써주십시요~~~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