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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가 도대체 어디 있소? 어쩌란 말이오?”
“횡단보도가 도대체 어디 있소? 어쩌란 말이오?”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01.19 07:02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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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아찔한 무단횡단, 그들의 ‘이유있는 항변’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13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제주시 연삼로 중 옛 제주세무서 사거리에서 도남사거리 구간 중 중간지점인 S사우나 앞 도로.

왕복 6차선의 넓은 도로에는 차량들이 쌩쌩 달린다. 이 구간은 급격한 오르막과 내리막 지형이기는 하나 도로는 거의 직선화되어 있어 차량들은 제법 속도를 내는 곳이기도 하다.

이 시각, 차량들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자 차량 표시등을 켜고 질주한다. 그러나 그 한켠에는 아찔한 상황이 수없이 연출된다. 차량들이 계속해서 질주하는 넓은 도로를 가로질러 횡단하는 시민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 가슴을 졸이게 하는 것이다.

지난 11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에도 이러한 상황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젊은 한 남자가 S사우나 앞도로의 양쪽 도로방향을 살피더니 이윽고 횡단을 감행한다.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당시 무단횡단을 해야 했던 김모씨(20. 제주시)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왕복 6차선의 넓은 도로폭에 차량통행량도 많아 무단횡단을 하기가 조금 꺼림칙한 부분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무단횡단을)하는 사람이 많고, 또 이 곳을 건너가려면 연삼로 옛 제주세무서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이용하거나 도남사거리의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거리가 너무 멀잖아요. 또 설령 횡단보도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5분은 족히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고 시간이 너무 걸리잖아요.”

그는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가 날 경우에 대한 두려움도 고백했다. 그는 "솔직히 차들이 빨리 달려서 무섭고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며 "처음에는 많이 무서웠지만 차량이 잠시 오지 않는 순간을 기다려 건너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도 길을 건너는 행인들의 모습은 이따금씩 이어졌다.

이러한 차량들과 길을 건너려는 행인들간, 아찔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주변 상인들도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이 도로지점의  F가구점에서 근무하는 이현옥(40)씨는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고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사고도 가끔 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여기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주로 초.중.고등학생 같은 학생들과 노인들이 많이 하는 것을 봤다"며 "학생들이 내려왔다가 올라가기 싫어서 뛰어 건너고, 노인들의 경우 밤에 길 건너편에 있는 찜질방에 가기 위해 건너는 것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어린 학생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무단횡단을 하는 일은 이곳에서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경찰, 무단횡단 행인 사고예방 차원 단속실시

지난 12일 저녁에는 이 도로지점의 갓길에 순찰차 한 대가 세워져 무단횡단 단속이 이뤄졌다. 이곳에 나온 경찰관은 "현재 제주시 경찰관들이 제주시내의 곳곳에서 무단횡단 단속 및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경찰이 나와 있으면 거의 볼 수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무단횡단을 방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아침과 저녁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간대를 골라 지구대와 경찰서에서 매일 한대씩 순찰차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와 관련해서는, "사고가 많이 나는 편은 아니지만 매해 1, 2건씩 인명사고가 나고 있다"며 "이 도로는 경사가 가파르고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올라가는 모양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시야를 집중하기 힘들어 보행자를 못보고 사고를 낼 위험이 많다"고 말했다.

#횡단보도까지 시간만도 ‘10분’...어쩔 수 없는 ‘무단횡단’

이처럼 차량 통행량이 많은 이 넓은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는 일이 많은 것은 무엇보다 앞서 설명한대로 이 지점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가 크다.

옛 제주세무서 사거리에서 도남사거리까지의 거리는 걸어서도 10분이상이 소요될 먼 거리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려면 가파른 오르막 경사와 내리막 경사의 지형 때문에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취재진이 S사우나에서 맞은 편 F가구점까지 이동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이용해 도착하는 시간을 측정해봤다. 성인 보통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7분. 횡단보도에서 대기한 시간까지 합하면 10분은 소요되는 셈이다.

무단횡단을 하면 단 몇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데, 교통법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을 올라 10분 이상 걸어야 하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많은 행인들은 횡단보도를 이용하려 하기 보다는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위험천만한 무단횡단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 시민은 "솔직히 이 도로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양쪽의 사거리쪽으로 올라가기엔 어린이나 노인분들에게는 너무 힘든 코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 안전위해 ‘횡단보도’ 설치문제 논의돼야

하지만, 행정당국과 경찰은 이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고, 실제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으나 횡단보도 설치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곳 주변 상가 사람들은 지난해에도 횡단보도가 설치된다는 이야기는 잠시 있었지만, 유동차량이 많은 지점이라 차량의 흐름상 설치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질주하는 차량들의 틈새로 무단횡단을 하는 행인들의 모습은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 차량흐름을 우선시하는 교통행정이냐, 아니면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행정이냐, 이 두 기로에 있어 이제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행정과 경찰당국이 ‘횡단보도’ 설치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미디어제주>

 

이 도로는 제가 어렸을 적 부터 자주 지나다니던 곳입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아무런 생각 없이 다니던 이 도로가 ‘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보니 마치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검은 강 처럼 보였고 이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무단횡단을 하는 행인들의 문제가 아닌,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 쓰고 싶었지만 ‘초보 기자’의 한계로 표현을 제대로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현장취재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취재해 독자 여러분에게 다가서도록 하겠습니다. <김두영 기자>


<김두영 기자/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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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 2009-01-22 15:19:55
육교를 설치하면 좋을듯
도로 중심부가 낮으므로 평범한 육교보다는 지형을 이용해서 오르내리는 높이가 높지 않은 육교를 설치해도 좋을듯..
저기가 교차로라면 지면이 높은곳과 대각선맞은편쪽 높은곳으로 서로 십자모양을 하면 어떨까...자전거도 다닐 수 있게 계단이 아닌 그냥 경사진길로..

걷는이 2009-01-21 15:20:05
좋은 기사입니다. 제주의 교통상황 중에 잘 인지되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문제가 걷는이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거지요. 인도를 가로막고 주차되어 있는 차들은 다반사이고..
MB가 서울시장때 인기를 얻은 이유중의 하나로, 걷는 사람우선이 되는 것을 만든 것이 있는데요. 서울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기회가 되면 한번 걸어보세요. 지하도나 육교 통과없이 지상으로만 편히 걸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여기도 2009-01-21 09:56:18
저기만 그런게 아니다. 심지어 국제 공항을 연결하는 해태동산...

이 구간도 도보로 가기 힘들다.

콘트라 2009-01-20 23:22:23
취재하느라 고생이 많았네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부탁드립니다.

도민 2009-01-20 14:19:36
여기에 횡단보도는 위험하고 육교가 사람과 차에게 모두 안전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