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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잖아요!"
"살기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잖아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9.01.01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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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상인들의 새해 소망

새해를 맞은 1일 오전 7시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밤새 내린 흰눈이 재래시장 일대에 소복히 쌓여있었다.  말할 때마다 입에서 하얀 입김이 새어 나올만큼 몹시 추운 날씨였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물건정돈을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모습은 제각각 달랐다. 아침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상인들이 한 곳에 모여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모습도 보였고, 어떤 상인들은 지난 밤 잠이 부족했던지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다.

또, 혹시나 손님이 올까봐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는 상인들도 있었다.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풍경도 가지각색이었다.

오전 10시가 넘는 시간, 추운 날씨 때문일까. 여전히 손님은 없었다. 1시간마다 대략 5~6명의 손님만 있을뿐. 재래시장은 텅텅비었다. 새해는 왔지만 여전히 손님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상인들은 표정은 이처럼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근심걱정이 가득했다. 그래도 시장상인들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는 그런 그들에게 다가가 넌지시 "새해 첫날 아침인데, 장사는 잘되고 있냐"며 물어본 뒤, 천천히 그들의 새해소망을 들어보았다.

# 상인들의 새해소망은..."경제적 여유와 건강이 제일"

수십년간 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는 문애자(60.여)씨. 그의 새해희망은 '장사가 잘돼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힘들다는 그는 장사가 잘돼 돈도 많이 벌고, 우리나라 경제도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바랬다.

"너무 힘들어요. 옛날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가 그리워요. 지금 현 정권이 서민들의 아픔을 몰라줘 속상하기만 해요. 현 정권이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경제안정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또, 그는 재래시장을 '내집같은 온화하고 따뜻한 곳'이라고 표현하며 재래시장에 서민들이 많이 찾아와주기를 바랬다.

20년 넘게 재래시장에서 야채장사를 하고 있는 김춘화(59.여)씨의 새해소망은 '건강'이었다. 다리가 많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그는 건강하고 모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리가 아파 몇일동안 병원에 입원을 했어요. 입원하면서 느낀 게 아프지 않고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하면 살아갈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내 가족 뿐만아니라 내 이웃,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한해를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이밖에도 그는 20년동안 야채장사를 해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도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에서 떡볶이장사를 하고 있는 강순심(49.여)씨의 새해소망은 '가족의 행복'과 '경제 안정'이라고 했다. 그는 떡볶이 장사가 그나마 겨울에 잘된다고 했지만, 예전만큼은 이윤이 남지 않기 때문에 내년에는 장사가 잘돼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소망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빨리 서민경제가 원상회복돼서 모두가 웃으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 가족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29년 동안 재래시장에서 호떡 장사를 했다는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은 한 할머니는 손주들이 건강하게 지내는게 소망이라고 했다.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우리 가족들이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특히, 우리 손주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잘 커줬으면 좋겠어요.."

재래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하고 있는 현모 씨(57)도 경제적 여유를 가장 희망의 으뜸으로 꼽았다.

"요즘에는 경제가 많이 어려워서 대목인 설날과 추석에도 과일 6개 샀던 사람이 반으로 줄여 과일 3개만 사고 있어요. '약도 비싸면 안산다'라는 말이 있듯이 과일도 그런 것 같아요. 과일은 품질이 제일 중요한데, 대부분 소비자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데서나 과일을 사는 경우가 있죠. 내년에는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과일을 샀으면 좋겠어요. 꼭 재래시장에 와서 구매하라는 말이 아니라, 좋은 품질의 과일을 꼭 사서 좋은 소비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2009년을 맞는 이들의 희망은 다소 평범하고 소박하다. 아니 평범하고 소박한 것이 정답일지 모른다. 새해가 다가왔다고 한 순간에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꿈이 있다면 언제가는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올해 모든 이들의 소망이 이뤄져 환하게 웃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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