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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병원 BLS TS 지정 1주년을 바라보며
제주대학교병원 BLS TS 지정 1주년을 바라보며
  • 김우정
  • 승인 2008.09.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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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우정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장

2007년 11월 어느 날 새벽, 침대에서 잠을 자던 박모씨는 함께 잠을 자고 있던 약혼자 윤모씨가 침대에 소변을 본 상태로 온몸에 경련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놀란 박씨는 119에 신고를 하고 약혼자 윤씨를 살펴보았으나, 반응이 없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혼녀 박씨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이 전혀 없었지만, 얼마 전 TV에서 심장마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이 떠올랐고, 정확한 방법은 모르지만 약혼자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윤씨의 가슴을 누르기 시작했다.

5분 이상이 지나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하였고, 인근 대학병원에 윤씨가 후송되었을 때는 박씨가 약혼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미 28분이 지난 뒤였다.

응급의료센터에서 34분간의 전문 심폐소생술과 11차례의 제세동(전기충격)이 시행된 후에야, 심정지가 발생한 후  62분 만에 이씨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하였다.

심정지의 원인은 유전적인 이상으로 악성부정맥(심실세동)이 유발되는 브루가다증후군이었다. 윤씨는 3일 뒤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여 일반병실로 옮겨졌고, 후유증 없이 완전히 회복되어 20일 만에 집으로 걸어서 돌아갔다.

며칠 후 윤씨와 약혼녀 박씨는 함께 심폐소생술 교육센터에 찾아와 누구보다 열심히 일반인 기본소생술 교육을 받고 돌아갔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대한심폐소생협회의 소개로 잘 알려진 실화이고, 전문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이 한 사람을 살리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강조할 때 자주 언급되고 있다.

국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의 94%에서 현장 목격자가 있지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경우는 5-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은 심폐소생술 교육의 경험이 50%에 달하지만, 타인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겠다는 사람은 7%도 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이유로 책임소재 문제와 정확한 방법을 몰라서라는 협회의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일반인에게 확실한 학습효과를 보일 수 있는 실습교육이 강조되고, 대한심폐소생협회와 산하 BLS TS가 이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그간의 우리나라 사회는 일반인에 대한 심폐소생술 보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심폐소생술을 배운 일반인들은 여전히 혹시 모를 결과에 따른 책임에 대해 두려워하고, 실제 환경에서는 자동제세동기를 구경할 수도 없었다. 실습교육이 강조되었지만, 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교육이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작년 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시행규칙이 마련되면서 이러한 환경이 바뀌게 되었다.

아직 눈에 보이는 사회적 변화가 따르고 있지는 않지만, 법률이 정하는 다중이용시설에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되고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선한 사마리안 법안) 조항이 신설되어, 앞으로 일반인들의 인명구조 활동이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일반인들의 미담이 많아지는 날이 열리게 된 것이다.   

작년 6월 제주대학교병원 BLS TS(basic life support training site)가 생긴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심정지 환자에게 처음 5분이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를 생각하며, 심폐소생술 교육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

2008년 4월 기준으로 전국 71개의 BLS TS를 통해 배출된 BLS provider는 9,479명이고, 일반인 과정 수료자는 4,000 여명이다. 제주대학교병원 BLS TS에서는 그동안 106명의 BLS provider와 20명의 일반인 수료자를 배출했다. 일반인 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심폐소생술의 사회적 환경이 바뀌게 된 것을 계기로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는 일반인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한 바가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BLS TS도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하반기부터는 공공보건의료사업 및 응급의료발전 사업 등의 지원을 통해 일반인 심폐소생술 교육을 활성화 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이 바탕이 되어 내년 이맘쯤에는 제주도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일반인들에 대한 아름다운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길 소망해 본다. 

<김우정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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