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병원을 찾은 귀한 손님, 직박구리의 탄생
병원을 찾은 귀한 손님, 직박구리의 탄생
  • 지남준 시민기자
  • 승인 2008.08.21 1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박구리부부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3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보름......!

드디어 세 마리의 새끼들이 머리를 내밀고 먹이를 받아먹기 시작 했습니다. 직박구리...무척이나 시끄럽기도 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새입니다.
 
하지만 둥지를 보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는 여간해서는 볼 수 없고, 새들도 사람을 두려워해 어둡고, 사람들의 출입하지 않는 곳에 틀기 마련인데 이번 둥지는 ......

시내 한복판에, 그것도 주변에는 건물만이 있어 가끔 지나가는? 새는 있었지만 둥지를 병원 안에서 볼 수 있을 줄이야 누가 상상 했겠습니까

바로 제주한라병원 직원 식당 야외휴게실의 단풍나무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병원을 증축하면서 지하1층 식당 옆 공간을 야외 휴게실로 아담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증축 때에는 저 공간에 사무실이나 다른 시설을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으나 병원장님께서는 꼭 휴게실을 해야 한다고 하셨고 거기에 나무를 심고, 테이블과 의자를 준비하도록 하셨습니다.

가끔 식사 후 야외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지요.직원들이나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병원장님께서 배려해 주신 것입니다.

바로 이곳에 7월초 둥지를 완성한 직박구리 부부가 알을 3개 낳고 무사히 7월 29일에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7월 18일경 알에서 나온 새끼들이 어미새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열심히 받아먹고, 변은 먹은 만큼 보는 것이라 매번 어미새가 날름 삼켜버림니다. 그리고는 어미새는 어딘가로 날아가 다시 먹이를 잡아물고는 둥지로 다시 돌아와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여 줍니다.

세 마리의 새끼들은 목을 빼들고 입을 쩍 벌려 자기만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어미새는 어떻게 구분 하는지 똑같이 먹여줍니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세 마리의 새끼는 똑같은 크기로 자라 둥지를 떠나게 됩니다. 

둥지에서 어느 정도 자란 직박구리 새끼들이 7월 28일 오후부터 차례로 한 마리씩 이소하기 시작 했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아직 어미새의 의무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어린 새들이 완전히 날수 있을때까지, 그리고 스스로 먹이를 잡을수 있을때까지 어미새가 먹이를 잡아다 줍니다. 

이기간도 10일정도가 소요 됩니다. 숲 속을 돌아 다니며 천적을 피해 무사히 닐수 있을 때까지가 고비입니다. 그런데 큰일 났습니다. 새끼들이 아직 완전히 날지를 못하여 지하에 위치한 휴게실이라서 벽을 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점심시간에 휴식을 취하러 들어간 병원직원들 때문에 어미새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혹시나 새끼에게 해를 끼칠까 먹이를 잡으러 가지도 못합니다. 휴식 차 들어간 직원들에게 새끼 새들이 놀래서 이리저리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부득이 야외휴게실을 폐쇄(?) 하도록 직원 출입을 자제 하였습니다.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꺼내줄까 하다가 스스로 나갈 수 있도록 놔두기로 하였습니다.

꼬박 이틀을 이리저리 나는 연습을 하더니 드디어 30일에는 빈 둥지만이 보이고 어느새 새끼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증축 후 마련한 공간에서 자연의 식구인 직박구리가 무사히 번식에 성공 하였습니다.

아마 우리 병원은 사람들만이 태어나고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자연의 식구들도 태어나는 것으로 보아 좋은 징조가 아닐까 합니다.

세 마리의 직박구리는 자연 전체를 보았을 때 아무것도 아닌 미물인지는 모르나 삭막한 건물이 둘러싸인 곳에서 무사히 번식에 성공하였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자연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길 빌어 봅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