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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고독한 투쟁'...28℃ "저 사람들, 아직도 시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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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08.05 08:37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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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강정 해군기지 반대 릴레인 1인 시위

지난 7일부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를 천명하며 제주도청과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 어느덧 해군기지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지도 22일째에 접어들고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처음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을 무렵,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가 철회되는 그날까지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었다. 그 당시에는 "뭐, 하루 이틀만 하다가 그만두겠지. 설마 철회할 때까지 계속하겠어?"라는 반신반의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가득 메웠다. 왜냐하면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나이 연령대가 대부분 50-70대의 나이가 있는 분들이 많았고, 뜨거운 여름 땡볕 아래에서 덩그러니 하루 9시간 동안 길가에 서있기는 힘들 것이라는 혹시 모를 건강문제에 대해서도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어쨋든,  기자는 시위를 시작한 후 22일 동안 그들의 행보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일주일 중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8시만 되면 어김없이 제주도청과 제주도의회 정문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모습을 보고 농사도 다 내팽기고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올라와 제주시에서 시위를 할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남모를 '사명감(?)'내지는 책임감이 들어 일주일에 한번씩 강정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의 목소리는 '해군기지 반대'다. 즉, 해군기지로부터 강정마을과 제주도를 지키겠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이다. 해군기지로 인해 화목했던 '강정마을'이 치유할수 없는 갈등으로 혼재돼 있다. 마을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제주도와 해군을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김태환 퇴진'이라는 깃발을 치켜세우는 것 역시 이해할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오죽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

가족, 친구, 친한 주민 등과 다투고 이미 강정마을 주민들은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나 피멍이 든 상태다. 해군기지 반대가 철회된다고 하더라도 피멍이 든 강정마을이 완벽하게 치유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계속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강정마을의 이같은 상황을 예전처럼 되돌릴수 있다는 '믿음'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해군기지 반대'라고 적힌 하얀 티셔츠, '김태환 퇴진, 해군기지 반대' 깃발, '사수, 국회 부대의견(민항), 해군기지 반대', '제주도=해군기지, 도민=민.군복합형기항지,도의회=?,해군기지 결사 반대'와 '사수, 국회부대의견(민항), 해군기지 반대'라고 적힌 팻말, 패랭이 모자, 수건...등등

32도를 훌쩍넘는 폭염 속에서 위에 적힌 깃발과 팻말 등을 들고 수건으로 뻘뻘 흘리는 땀을 닦으며 묵묵히 서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자니,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공존했다. 갑자기 32도의 폭염속에서도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에너지 절약 시책 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주도청사 에어컨 가동 실내 온도를 28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너무 덥다"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모습이 교차된다. 28도의 제주도청사에 있는 공무원들이 32도의 폭염속에서 직통으로 땡볕을 쬐는 강정마을 주민들보다 더 더우랴?

또, 제주도청사와 제주도청 정문 앞의 거리는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지나가다 한번쯤은 '힘내세요'라고 격려의 말도 할 법 한데, 차를 타고 무심히 지나가던지 창문조차 내리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볼때마다 '소통의 단절'과 '인색한 인심'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소통과 단절된 50m 거리에서 시위를 하기 이전부터 이미  '대화의 벽'이 생겼기 때문에 제주도정이 보여주는 행동은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다수들을 상대로 한 힘없는 '소수'들의 싸움은 힘들다. 특히, 다수들이 소수의 의견을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으면 더더욱 그렇다. 제주도정은 말만 '소통'을 논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화를 했다고 하겠지만 얼마나 진심어린 마음으로 듣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소수의 의견을 배제해 버리면 민심 역시 따르지 않는 법.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소수의 의견을 배려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아 '민심'이 뿔난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헤아려 보길 바란다. <미디어제주>

<박소정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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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8-08-07 20:37:45
박소정 기자의 용기있는 시각이 좋습니다. 그저 그 때그때 사안처리하기에 급급하는 기자가 아니라 명확한 관점을 틀어쥔 박기자의 관점은 저널리스트의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지나가다 2008-08-06 08:14:30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제주도민으로서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반대를 하는 사람도 제주도민인데 그 분들이 의견도 소중하게 들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지나가다 2008-08-06 08:12:01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한 도민으로서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반대를 하는 사람들도 도민이 한 사람인데 그 분들이 의견도 소중하게 반영 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한 도민이 2008-08-05 23:19:53
진지함과 애정이 넘쳐 흐르는 제데로된 기자 정신이 살아있는 감동적인 기사인것 같애요..
박소정 기자님 열심히 하게요ㅣ...

미디어in 2008-08-05 13:21:59
일주일에 한번씩 강정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심정을 함께 나누는 기자가 도내에 몇이나 되겠습니까. 절박함으로 거리에 나온 이들과 한가롭게 댓글이나 쓰는 저와의 거리도 만만치 않네요.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실권자, 공무원, 시민사회단체 목소리 보다 강정 주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해주세요. 오늘 나갈 때 어르신들께 음료수나 하나 건네드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