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2:01 (금)
<데스크논단> '나쁜 미군', 그리고 '나쁜 대통령'
<데스크논단> '나쁜 미군', 그리고 '나쁜 대통령'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8.28 16:43
  • 댓글 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빠, 미군은 참 나쁘다. 불쌍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왜 폭탄을 퍼붓는 거야?"

영화 '웰컴투 동막골'을 보고 나오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한 말이다.

사실 그랬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비춰진 미국의 모습은 결코 1970년대와 1980년대 '조작된 이데올로기'의 선상에 있는 '우방'이나 '평화의 사신'은 결코 아니었다.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민간인의 희생이나 피해는 크게 감안하지 않는 그러한 군으로 묘사됐다.

영화는 1950년대, 산골마을, 태백산, 함백산, 미전투기, 미군,, 북한군, 남한군, 인민군, 전투기 조종사, 팝콘, 수류탄, 뱀, 꽃단 여자, 폭격, 감자, 고구마, 멧돼지, 미식축구, 이념갈등 등 무수한 요소들을 이용해 웃음을 주고, 때로는 감동을 주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한발 비껴간 두메산골 '동막골'이란 마을을 무대로, 이곳에 들어온 국군과 인민군,  그리고 미군이 한데 모여 갈등하고 화해하는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극 전개가 흥미위주에 지나치게 무게감이 실리면서 아쉬움을 남긴 점은 있지만, 어쨌든 흥행에는 크게 성공한 듯 하다.

지난 4일 개봉한 이 영화가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관객 5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들은 결코 평화의 사신이 아니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체적으로 '재미있었다'라는 평을 남기고 있지만, 설정된 인물을 묘사하는데 있어 기존 전쟁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이 영화의 개봉은 과연 가능했겠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관객들도 많았다.

국군과 미군은 평화와 자유를 지키려는 상징으로, 인민군은 평화와 자유를 짓밟는 상징으로 묘사됐던게 기존 전쟁영화의 주류였다.

하지만, '웰컴투 동막골'은 달랐다.

국군도 평범한 국군이 아니었다. 동막골을 찾은 국군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획일화된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 피해가 우려되는 '폭파 명령'에 고뇌하다 자군 병력에서 이탈한 '인간적 군인'이었다.  인민군 역시 부녀자와 부상자를 우선 생각하고 함께 하는, 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인간'으로 설정됐다. 여기에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우연히 동막골에 들어선 미군 스미스도 국군과 인민군이 동막골 사람들과 융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동막골'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하지만 연합군 부대내에서 작전을 총괄하는 미군의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작전본부 내의 국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민간인지역을 인민군 요새로 오판하고, 폭격을 감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극 설정으로 인해 영화 마지막 부분인 대규모 폭격이 감행되는 부분을 숨죽여 본 관객들은 '노근리 사건'을 떠올리며 미군에 대한 반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결코 '평화의 사신'이나 '자유 수호자'의 모습만은 아니었다.

이 영화에 보여주는 '미군'은 오랫동안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있던, 아직까지도 분명히 남아있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역습'이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이 초등학생의 감성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나쁜 일 했는데 어떻게 대통령 됐지?"

이번에 말을 바꿔, TV 얘기를 하고자 한다.

"전00 대통령이라는 사람, 참 나쁘다."

요즘 모 방송사에서 방영하고 있는 '제5공화국'를 볼 때마다 옆에 있는 딸이 하는 말이다.

12.12 쿠데타에서 별 두개의 장군이 정부와 군대를 장악하는 과정이나, 광주시민을 무참히 짓밟고 대통령 권좌에 오르는 모습은 2000년대를 살고 있는 어린 동심에 크나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불과 몇해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를 통치했던 대통령에 대한 얘기였기에, 현역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드라마이기에 동심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저렇게 나쁜 짓을 많이 했는데, 어떻게 대통령이 됐어?"

그 물음에 마땅히 답할 구실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그렇게 됐어..."라고 말문을 흐린다.

"존경해야 할 대통령은 누구고, 나쁜 대통령은 누구누구야?"

불쌍한 대학생과 강제징집된 군인을 시켜 대학가와 노동계를 염탐케하고, 공안사건을 조작하는 일명 '프락치 사건'을 묘사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이제 갓 초등교육을 시작한 동심에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조작된 사회', '부끄러웠던 시대'를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심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진실은 진실대로 정리되고 규명돼야 한다.

하지만 뒤늦게 드러나는 '역사적 충격', 깨어지는 '환상'이나 '이미지'에 대한 혼란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사회변혁의 흐름 속에서 기성세대의 책무는 너무나 무겁기만 하다.

<윤철수 편집국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말갈퀴 2005-08-30 12:52:17
미국말이 아니고 영어입니다.^^

??? 2005-08-30 08:40:08
아래 미국말로 글써넣은 사람!!!

Globe 2005-08-30 03:36:21
I understand what you mean! That must be what general Koreans think about the US and its forces! But think about this in general! If there is no Us in Korea, there is no Kore unfortunately! No Korea even in the globe! Why? We have no power! Why? We are heavily relied on the US especially economically and geopolitically! Why? We have no power and no friend helping us! FACE REALITY!

크남 2005-08-30 00:51:54
미운 과거..사람들은 자기 과거의 아름다운 부분을 생각하며 추억을 꾸민다.
상처받았던 과거를 품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 해서 고통을 받는 다. 그걸 원한이라고 하는 것일것이다.지금 우리는 한 맺혀 산다. 그 원한을 벗지 못해 나를 서럽게 하는 존재들을 찾아 저주를 퍼붓고 싶은 심경으로 끙끙 앓아왔다. 나자신의 원인이 아닌 다른 존재,아니 다른 원흉을 만들지 못하면 일이 않풀릴것 같다.부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낼 그 무엇을 찾아, 과거를 까 벌려 사회적, 국가적인 문제의 모든 요인으로 지목해 놔야 현실모순의 실마리를 풀어질것만같다.오늘 내가 안고 있는 문제는 모두가 과거로 부터 온것이라는것과 그것이 해결되야 미래가 열릴것이라는 믿음에 우리 맹신도가 되어서 사는 거 같다. 과거에로 짐을 벗어버리면 우리는 해방될것인가. 과거를 규명하는 한다는 것은 현재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거시고 과거를 이용하여 현재의 나를 두둔하겠다는 것일뿐 미래가 밝아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새로운 사실이라고 해서 공정한것은 아니다.과거의 진실도 새로운 거짓에 밀려날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과거의 현장에 들어가보지도 않고서 평면적 논리속에 짜집기 되어진 역사전개에 우리는 함몰되어져 형평성을 잃게 된다. 대중적 선동성이나 시대적 유행성에 자칫 진실의 잣대를 놓치기 싶다...자식한테 역사적 사실과 상황을 설명치 못하고 수치감을 느끼게 것도 결국 자신을 비호하려드는, 과거 범죄자의 처신과 다를바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나도 과거는 그렇게 하고서 오늘 와서는 남의 짓인것처럼 비난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솔직해 지자..그때는 그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의 허물이고 아픔었고 한계였다고.구석기시대 돌을 다듬어 쓰고 오늘날처럼 문명생활을 못했다고 고백하자.

나도다 2005-08-30 00:24:24
그 시대를 바라보며 감추었던 허물을 보며 난 안그런 척하는 모순에 우린살고 있다.
이런 모습을 우리후세를 또다시 심판대에 올릴것이다. 나쁜 과거를 들춰 내며 우린는 정의 속에 사는 것 처럼 착각한다. 군사독재시절에 비아냥 거리며 지금의 몰골을 자랑스러워 한다. 한 세대가 지나고 난 후세에선 우리를 어떻게 비아냥 거릴까?그래도 우린 최선을 다했노라고 변명할까?..부서지는 과거의 허상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지도 모른다.과거를 변명할줄 모르는 데 미래는 어떻게 세워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된다. 진정 수치스러운 과거를 청산하는 과정이라고 둘러대고 싶겠지.가치척도의 변화나 역사 해석의 격차로 빚어지는 갈등속에서 보복과 소외의 그늘을 만들어 내는 것은 청산이 아니다. 특정 목적세계을 두고 인위적으로 조작되고 오류에 빠진 아집과 자기철학에의 맹신하던 우둔한 세월이었다고 후세 평가할지도 모른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사조에 맞춰 사관을 뜯어 고친 사례들을 지금도 우리 행하고 있고 후세에 평가해야할 것을 설익은 사과를 따서 상품이 안되었다고 짜증부리는 유아병적 사고에 칩착해 있는 모습으로 비쳐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