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몸이 불편할 뿐이죠,
‘불행’ 하다고 보지 마세요”
“몸이 불편할 뿐이죠,
‘불행’ 하다고 보지 마세요”
  • 박경환 객원필진
  • 승인 2008.02.1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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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환의 교육 이야기-1] 재택순회교육
2006년 3월, 제주 산남지역에 한라산이 아름답게 보이는 곳에 아담한 특수교육 요람이 세워졌다.

나는 14년 동안 근무했던 제주시 특수학교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원하였고, 거기에서 처음 맡은 것은 학교 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장애로 인하여 학교로 직접 올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재택·순회교육이었다.

재택·순회교육은 가정, 병원 및 복지시설 등의 중도·중복 장애 학생들이 신체장애와 원거리로 인하여 통학에 어려움이 있어 교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하여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 능력과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내가 맡은 학생은 진행성 근이영양증 장애를 가진 2명의 친구들인데 그들은 형제로, 형은 진행이 많이 된 상태여서 병원에 입원하여 생활하고 있었고, 동생은 가정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나는 그들과 각자 주 2회씩 방문하여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진행성 근이영양증은 근육을 유지하는 단백질의 결핍에 의해 팔, 다리 등의 근육의 힘이 소멸되어 결국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병으로 의학용어로는 진행성 근디스트로피라고 하며 유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르면 소아기때부터 발병해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근육의 힘이 약해지다가 폐렴 등 합병증까지 겹쳐 사망하게 되는 희귀성 난치병이다.

전에 지체장애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이 병으로 인하여 하늘나라로 간 친구들도 생각이 나고 해서 나는 책임감과 동시에 미래가 없는 그들에게 무엇을 주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을 갖고 첫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고민을 이미 알고 있는지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하여 주었고 서로 마음의 문을 열면서 나의 부담은 점차적으로 사라졌다. 병원에서 계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형은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현실과 부딪치는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할지라도, 동생은 주위의 도움과 제반시설 그리고 이동권 보장만 이루어진다면 자주 밖으로 나와 사회의 다양한 체험을 맛 볼 수 있을 텐데 현실은 1년에 2~3차례 집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하면서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느날 수업도중 ‘불행’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신체적 불편으로 인하여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심정을 물어보았을 때 그는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곳을 직접 찾아가 체험을 하면서 생활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슬프지 않아요.” 라고 말하면서 그는 늘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몸의 불편한 사람이 아니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 생각해요. 저는 단지 몸의 불편할 뿐이지 내 곁은 늘 저를 위해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어머니가 계세요. 그렇기에 저는 불행한 쪽이 아니라 행복한 쪽에 속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할 때 나는 지금 누구에겐가 가르침을 주러온 것이 아니라 배움을 얻으러 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는 나름대로 복잡하고 힘든 세상을 산다는 이유로 변명하고 싶어하는 작지만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한 고마움 깨우치도록 도와준다. 나의 소망과 미래를 주제로 학습할 때 처음에는 ‘그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일 뿐 그들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누구든 언젠가 맞이하는 시간일 뿐이에요.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면 혼자 생활한 시간이 많아서 여러 사람들 앞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카운슬러가 되고 싶어요. 자신의 아픔과 어려움을 누구에겐가 속 시원히 이야기 하면 그 슬픔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 같거든요” 라고 하면서 자신의 아픈 현실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볼 때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다.

그들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나는 말하고 싶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을 기대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미디어제주>

서귀포온성학교는 지난 2006년에 서귀포시에 설립된 특수요람원입니다. 1992년부터 특수체육교사로 활동해오던 박경환 교사는 바로 이곳 온성학교로 자리를 옮겨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학교로 직접올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그들과 체육교육활동을 하고, 금요일에는 학교에서 장애인들과 체육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곳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겪게되는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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