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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산타클로스 '동산약국 할아버지'
제주의 산타클로스 '동산약국 할아버지'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7.12.25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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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눈] 11년째 '아이사랑' 故 이석형 옹

산타할아버지를 믿습니까? 산타할아버지는 멀리있지 않습니다.

벌써 고인이 된지 11년 된 故 이석형(전 서귀포 소재 동산약국 대표)씨는 아마 지금 하늘에서 산타할아버지가 돼 있을 것이다. 서귀포시에서 '동산약국'을 운영했던 이석형씨. 그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면서 서귀포시교육청에 '동산장학금'을 조성해 현재까지 11년 째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지난 21일에는 23명의 학업이 우수하고 가정이 어려운 초중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장학금은 1997년 10월 부터 매해 연말에 장학금이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야말로 산타할아버지가 따로 없다.

고인 이석형씨는 강원도 사람이다. 제주도 서귀포시로 와서 약국을 운영하던 그는 많은 돈을 벌었지만 과로와 심장마비로 46세가 되던해 사망했다. 지금 살아있다면 58세로 아이들의 산타할아버지로 불렸을 것이다.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탓에 주변에 가정 형편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도와주고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부인 현명숙씨(53)는 그런 고인의 뜻을 받들어 남편 이석형씨가 세상을 떠나던 해 1996년 9월 서귀포시교육청에 5000만원을 기탁함으로써 '동산장학금'을 조성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난해와 올해 1000만원씩 더 기탁하면서 7000만원이 모였다.

현명숙씨는 "우리 딸아이가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갔었는 데 그 때 가정이 어려워 수학여행을 못가는 아이들이 있었다"며 "남편은 그것을 안타깝게 여겨 딸아이 반에서 수학여행 못가는 아이들 전부 다 데려가게 애들에게 돈을 보태서 보내줬다"고 이석형씨의 남다른 아이들 사랑을 얘기했다.

"남편은 어려운 애들 공부잘하는 데 돈 없어서 수학여행 못 가고, 원하는 학교 못가는 거 안타깝게 여기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예요. 그리고 여기서 돈도 벌었고 했으니까 겸사 겸사 아빠 몫으로 보람된 일을 하나 했으면 해서 그 때 당시 교육청에 가서 돈을 기탁했어요."

현명숙씨 역시 남편 못지 않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천사표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는 아이 사랑을 이어 가고 있다. 올해와 지난해 1000만원 기탁에 이어 앞으로 '동산장학금'을 1억원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금리가 내려가다 보니까 애들한테 돌아가는 돈이 적어요. 내년에도 여건이 되면 1000만원을 더 가져 가려고 해요. 1억원을 만들어서 우리 아빠가 이루지 못한 것을 꼭 이루고 싶어요."

사회가 각박해지고 개인만 생각하는 이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이처럼 남을 먼저 생각하고 우리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서 세상을 아직도 살만하다.

현명숙씨는 "장학금을 받은 애들이 감사하다는 편지를 가끔 보내오는 데 선생님들이 아이들한테 동산 장학금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것 같다"며 "어떤 편지는 장학금을 받은 한 아이가 동산약국에서 줬다는 것을 알고 돈벌어서 쓰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약사님이 너무 불쌍하다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 있었는데 너무 목이 매였다"고 "어린 아이들이 그런 것을 알고 있구나 하는 것에 대견스러웠다"고 말했다.

현명숙씨는 장학금을 받은 아이들이 보내 온 편지에 울고 웃으며 그렇게 사랑을 되돌려 받고 있었다. 그는 사랑을 베풀면서도 언제나 아이들이 꿋꿋하게 자라 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명숙씨는 "큰 보탬은 없지만 애들이 장학금을 받아가서 감사편지를 보내 올 때는 일일이 답장을 못해주지만 그 마음을 다 알고 있다"며 "공부 열심히해서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장학금으로 어려운 애들이 공부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 이석형씨와 고인의 부인 현명숙씨. 그들의 아름다운 아이 사랑이 지금 제주를 그리고 우리나라를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그들이 베푼 사랑이 제주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 것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한편 기탁금은 그 이자에서 1997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매해 연말에 서귀포시 초·중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번 장학금은 서귀포시 지역 초등학생 16명(강정교, 도순교, 동홍교, 법환교, 보목교, 새서귀교, 서귀북교, 서귀서교, 서귀중앙교, 서귀포교, 서호교, 예래교, 중문교, 토평교, 하원교, 효돈교 각 1명)에게 1인당 10만원과 중학생 7명(남주중, 서귀중앙여중, 서귀포대신중, 서귀포여중, 서귀포중, 중문중, 효돈중 각 1명)에게 1인당 15만원 등 총 23명에게 265만원을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경제사정이 곤란한 학생들에게 지급했다.

동산장학금은 올해까지 초등학생 162명, 중학생 103명, 총 265명에게 3345만원을 지급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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