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제주 신화 알려줄래요”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제주 신화 알려줄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4.03.24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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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필리핀인 마리아 펠리시타스씨

제주에 처음 와서 제주 이야기에 매료

“아이들 읽을 수 있게 책으로 펴낼 것”

제주에 와서 제주 신화에 푹 빠진 펭. 미디어제주
제주에 와서 제주 신화에 푹 빠진 펭.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에 처음 온 여성이 제주 신화에 빠졌다. 필리핀인 마리아 펠리시타스씨다. 닉네임 ‘펭’으로 불리는 그는 제주학생문화원 인근에 있는 청소년의 거리에 펼쳐진 제주 신화의 여주인공 ‘자청비’에 빠졌고, 그걸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대상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그를 지난 23일 관덕정에서 마주했다. 비날씨가 예고되어 있었으나, 그를 야외에서 만나기로 약속되어서인지 다행히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기자를 마주한 그는 제주 신화를 “매우 중요하다(very important)”고 외쳤다.

“제주에 처음 와 보니 제주의 배경 이야기가 많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 이야기는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제주 사람들의 삶과 성격을 이야기하고, 그러기에 중요합니다. 특히 오래된 이야기인 신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왜 제주에 왔는지 궁금했다. 17년 전 필리핀에서 인연을 맺은 ‘티나’ 때문이란다. 티나는 호꼼슬로작은도서관을 이끄는 한주현 관장이다. 티나와의 인연은 펭을 제주로 이끌었다. 더욱이 한주현 관장은 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아이들을 데리고 방학 중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필리핀과 제주의 거리는 멀지만 필리핀 봉사활동이라는 매개는 펭과 티나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준다. 그런데 왜 펭은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제주 신화를 알려주고 싶을까? 아무래도 필리핀 현지에서 교감으로 퇴직했던 경험이 아이들과의 새로운 인연으로 작용하는 건 아닐까.

“이야기가 사라지면 아이들은 전혀 모르기 때문이죠. 늘 이야기는 어린아이들부터 시작되어야죠. 때문에 아이들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도록 관심을 끌어줘야 해요.”

펭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들에게 제주 신화를 들여줘야 하는 이유를 알겠다. 이야기는 전승되어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접할 때라야 전승도 가능하다는 얘기일 테다.

제주 신화를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서 세상 모든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펭. 미디어제주
제주 신화를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서 세상 모든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펭. ⓒ미디어제주

그는 제주 신화를 재구성해서 책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다. 제주 신화와 함께 필리핀의 수많은 이야기도 들려줄 꿈을 그리고 있다. 그는 필리핀과 제주 아이들을 이어줄 징검다리 역할이 되리라 본다.

그는 한 달가량 제주에 머무르고 4월초 필리핀으로 돌아간다. 1개월은 그에겐 너무 짧다. 수많은 제주 신화를 배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펭은 다시 제주에 와서 제주 신화를 더 들여다볼 계획이다. 시작했으니, 끝을 볼 심산이다.

“제주에 대해 배울 것은 아직도 많아요. 이제 막 시작했어요. 관심이 있을 때 해보고 싶어요. 만일 미루게 되면 관심사도 바뀌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영어에 ‘쇠는 뜨거울 때 쳐라(strike while the iron is hot)’라는 말이 있어요. 그러지 않으면 잊힐 수도 있으니까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우리 속담처럼, 펭도 제주 신화에 대한 관심이 식기 전에 일을 진행할 계획이란다. 느낌을 받았으니, 강한 의지로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결과는 언제 나올까? 그는 1년 안에 내놓겠단다. 정말 속전속결이다. 기자도 그에게 약속했다. 1년 후에 관덕정에서 책을 들고 인터뷰를 다시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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