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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김민범 기자
  • 승인 2024.03.18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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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때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 40년 만에 재회
5살 때 실종돼 미국에 입양된 아들이 40여 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사진=제주경찰청
5살 때 실종돼 미국에 입양된 아들이 40여 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사진=제주경찰청

[미디어제주 김민범 기자] 5살 때 실종돼 미국에 입양된 아들이 40여 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

제주경찰청은 ‘무연고 해외입양인의 가족 찾기를 위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40여 년 전 실종됐던 40대 박동수 씨를 가족과 재회시켰다고 18일 밝혔다.

당시 실종 신고는 경남 밀양경찰서로 접수됐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2021년 10월 실종 신고를 이관받았다. 이후 형사과 미제수사팀은 2년 5개월간의 조사 끝에 박동수 씨를 찾아낸 것이다.

지난 1980년 박동수 씨의 친모 이애연 씨는 4남매를 경남 김해에 큰집에 잠시 맡겼다. 그러던 중 박동수 씨는 “어머니를 찾으러 나가겠다”라며 집을 나서고 실종됐다.

실종된 박동수 씨는 1985년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한다. 이후 미국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1년. 그는 한국을 방문해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찾았다. 하지만 당시 아무런 기록을 발견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박 씨는 가족을 찾기 위해 지난 2012년 재입국했다. 그는 계명대학교 어학당을 다니며 대구 성서경찰서에 찾아가 유전자도 채취했다고 한다. 이런 박 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박 씨는 지난 2016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박동수 씨의 친형 박진수 씨는 지난 2021년 10월 ‘실종된 두 남매를 찾고 싶다’라며 실종신고를 했다. 당시 모친 이애연 씨의 DNA를 채취했다.

두 형제의 노력으로 지난 2022년 8월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박동수 씨와 이애연 씨가 친자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었다.

정확한 친자관계 확인을 위해서는 정밀한 2차 분석 작업이 요구됐다. 당시 국내에 거주 중이던 친모 이애연 씨와 달리 박동수 씨는 미국에 거주 중이었다.

하지만 박 씨의 연락처는 지난 2012년 계명대 어학당 재학 중 사용했던 이메일 주소 외에는 없었다.

이에 제주경찰청은 장기 실종 중인 박동수 씨의 소재 확인에 나섰다. 미제수사팀으로 사건이 이관되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수사팀은 출입국관리청과의 협조와 누리 소통망을 활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러한 경찰의 노력으로 박동수 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가 발견됐다.

경찰은 곧바로 주 시카고 총영사관과의 공조를 통해 미국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결국 박동수 씨는 경찰과 연락이 닿게 됐다.

박동수 씨는 지난 2023년 12월 주 시카고 총영사관에 방문해 유전자를 다시 채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는 좋은 소식이었다. 박동수 씨는 이애연 씨의 친자였던 것이다.

이들의 상봉에는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분석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해당 제도는 외교부와 복지부가 협업해 재외공간 34개를 통해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를 채취 후 한국 실종과 가족과 대조하는 제도다. 이번 상봉은 해외입양인과 한국의 가족이 상봉한 다섯 번째 사례다.

박동수 씨와 친모 이애연 씨가 화상전화를 통해 상봉하고 있다/사진=제주경찰청
박동수 씨와 친모 이애연 씨가 화상전화를 통해 상봉하고 있다/사진=제주경찰청

40여 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박동수 씨는 18일 친모 이애연 씨와 화상전화를 통해 상봉했다.

상봉식은 당장 입국이 곤란한 박동수 씨가 화상으로라도 먼저 얼굴을 보고 싶다는 요청으로 진행됐다.

이날 박동수 씨는 “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며 “도와주신 경찰과 대사관, 아동권리보장원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박동수 씨의 친형 박진수 씨는 “동생을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 분석 제도 덕분에 결국 찾게 됐다”라며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고 아직 찾지 못한 여동생 박진미 씨도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찾겠다”라고 말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장기실종아동 발견을 위한 유전자검사 고도화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도 강구해 나갈 예정이다”라며 “이번 상봉이 더 많은 실종 아동을 찾게 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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