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이름마저 잊혀진 제주4.3희생자, 그들을 기억하고 위로한다
이름마저 잊혀진 제주4.3희생자, 그들을 기억하고 위로한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3.12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 12일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 제막식 가져
"과거 비극 기억하고, 아픔 치유 ... 평화로 나아갈 것"
12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12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4.3의 광풍 속에서 이름마저 잊혀지고 스러저간 이들을 기억하고 위로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도는 제주4‧3 당시 숨졌지만 유해를 찾지 못하고 기록도 없어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제주4.3평화공원에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를 모시고, 12일 오후 제막식을 가졌다. 

2003년 정부에서 채택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에 따르면 1948년 제주4.3사건 이후 제주에서 약 2만5000명에서 3만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무총리 산하 4.3위원회에서 최정적으로 결정한 희생자는 1만4822명에 불과하다. 

이는 바꿔 말하면 4.3당시 수많은 마을이 초토화되고, 그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음에도 희생자로 신고조차 되지 못한 사람들이 1만명에서 1만5000여명에 달한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2022년부터 미신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위해 제주4.3평화공원 내에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 조형물' 설치 검토를 시작했다. 

특히 2023년 2월부터 위패조형물 설치와 관련해 4.3유족회와 평화재단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고, 설치시기와 위치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어 2023년 7월 경 4.3평화공원 및 평화기념관 운영위원회의 무명신위 설치계획안 심의를 거쳐 유족회 및 평화재단 등에 설치계획을 설명하고 제막식 세부계획을 마련해 무명신위 위패의 디자인과 설치 위치를 확정했다. 

무명신위 위패는 3m가량 높이의 오석 판석으로 제작됐으며, 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 내부 왼쪽면에 설치됐다. 

아울러 12일 제막식을 통해 이름이 잊혀진 이들을 기리는 이 위패가 공식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2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12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서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는 이번 위패조형물에 대해 "단순히 미신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위를 넘어 그 동안 잊혀졌던, 또는 간과됐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진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동시에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고, 아픔을 치유해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다시는 이 땅에 4.3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염원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12일 진행된 제막식에는 4·3유족 및 관련 단체 등을 비롯해 오영훈 지사, 김창범 4·3유족회장,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오순문 제주도 부교육감, 김황국 제주도의회 부의장, 강철남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 한권 도의회 4·3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날 제막식에 대해 "76년 전 이 땅 제주에서 4.3의 광풍에 의해 희생신 분들 중, 그 동안 우리가 단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던 이름없는 희생자들을 처음 불러보고 모시는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오늘 무명신위를 모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예우를 다해서 모실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아울러 우리의 이런 노력이 다음 세대에까지 전승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무명신위 위패와 관련해선 다소 논란도 존재했다. 

일각에선 4.3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4.3희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금까지 수많은 노력들이 이어졌지만, 그와 같은 노력이 충분한 결실을 보기 전에 위패를 만들어 모시게 되면서 그간의 노력들의 빛이 바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자로 결정되진 않았지만, 이제 위패까지 만들어 모셨으니 그만 해도 되지 않겠느냐"라는 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오영훈 지사가 직접 "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예우를 다해서 모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한만큼, 향후 희생자 결정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들이 지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