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쫓겨나고 파괴되고 매립되는 위기의 제주습지, 보전 대책은?
쫓겨나고 파괴되고 매립되는 위기의 제주습지, 보전 대책은?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2.01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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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운동연합, 1일 습지 보전 위한 토론회 마련
"사유지 습지,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 조사는 미흡"
제주도내 주요 습지 중 한 곳인 선흘리 동백동산 습지. /사진=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제주도내 주요 습지 중 한 곳인 선흘리 동백동산 습지. /사진=미디어제주 자료사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생태계의 한 축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제주 습지가 위험에 놓여 있다. 상당한 수준의 습지 파괴가 이뤄지고 있지만, 습지와 관련된 이에 대한 제주도정 등 행정차원의 조사와 보전 노력은 상당히 미진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의 습지 조사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습지보전 관리를 위한 예산의 효율적 배분과 효율적인 보전관리 체계 구축, 행정당국의 전담부서 신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세계 습지의 날(매년 2월2일)을 맞아 1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동부지역 습지보전을 위한 토론회'를 마련, 제주도내 습지 현황과 보전방안 등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장과 제주환경운동연합 최슬기 생태보전국장 모두 제주의 연안습지와 내륙습지가 상당한 수준의 파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창완 지회장은 이와 관련해 제주에서 철새들이 머무는 곳인 '철새도래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해안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기존의 철새도래지인 습지들이 개발 등으로 인해 파괴되면서 쫓겨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 지회장은 제주 서부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용수저수지'를 꼽으며 "용수저수지는 1980년까지만 해도 논농사가 이뤄지면서 철새들이 머물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는데, 이제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철새들이 갈 곳을 잃어버렸다. 이 때문에 제주도내 다른 해안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지회장은 이 용수저수지에 대해 "지금도 황새 등의 멸종위기종이 찾아오긴 하지만, 지금 가보면 주변으로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아쉬운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강 지회장은 또 제주 동부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하도리 철새도래지를 꼽으며 "하도리도 (기존 습지 인근에) 건물들이 다 들어서고 있다. 그러다보니 (철새들이) 있을 곳이 없어서 쫓김을 당하고, 제주의 해안을 돌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슬기 국장은 보다 구체적인 수치로 제주도내 습지 파괴의 정도를 알렸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습지는 내륙습지가 322곳, 연안습지가 21곳이 있다. 최 국장은 이 중 연안습지를 꼽으며 "제주도내 연안 습지의 경우 해안도로 건설과 연안 개발 등으로 인해 그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지표가 해안사구"라며 "해안사구는 연안습지 안에 포함된 영역인데, 과거 13.5㎢였던 해안사구 면적이 현재는 2.38㎢로 줄었다. 마라도 면적의 37배가 감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최슬기 생태보전국장이 1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제주 동부지역 습지 보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에 나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환경운동연합 최슬기 생태보전국장이 1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제주 동부지역 습지 보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에 나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최 국장은 이외에 내륙습지에 대해서도 "도내 내륙습지는 보호지역이 아니면 사유지라는 이유로 소리소문없이 매립되고 훼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내 내륙습지 322곳 중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1100고지 습지 등 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317곳의 습지가 매립 등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최 국장 특히 1999년 당시 물이 가득했던 제주도내 한 습지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뚜렷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매립돼 창고가 들어선 사례를 들었고, 이외에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의 가메오름 인근의 한 습지도 지난 몇년 사이 매립돼 사라졌음을 전했다. 이외에 제주도내 한 하천의 연못이 어느 날 시멘트로 매립됐다는 내용도 전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제주도정 차원의 도내 습지에 대한 조사는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최 국장에 따르면 제주도내에서 내륙습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것은 7년 전인 2014년이 마지막이다. 연안습지에 대한 조사는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가장 최신화된 조사자료가 지금으로부터 23년전인 2001년에 이뤄진 자료다. 

제주도에서 현재 지난해 말부터 2025년 초까지 '주요 내륙습지 기초 및 정밀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조사의 초점은 내륙습지에 맞춰져 있다. 2001년 이후 별다른 조사가 없는 연안습지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꼴이다. 

최 국장은 이와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제주도내 습지 보전을 위한 최우선 과재로 도내 습지에 대한 유형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 도내 습지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 습지 환경을 저해하는 구조물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이 언급됐다. 

이외에 습지 개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습지의 사유지 매입에 대해서도 제주도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습지의 관리를 전담할 수 있는 부서의 신설 필요성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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