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에도 미반영 … 언론 보도 지적에 뒤늦게 예비비 편성 요청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서귀포시가 지난해 제주월드컵경기장 소방설비에 결함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해를 넘기도록 관련 예산도 편성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귀포시는 지난해 10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규모 K-POP 공연을 앞두고 경기장 지하 2층 소방설비 중에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이를 정비하지 않은 채 행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문제가 알려지자 서귀포시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도에 예비비 7억 원을 긴급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귀포시는 예비비를 요청한 데 대해 “월드컵경기장 지하 2층 소방설비 가운데 전기화재 진압용 특수가스가 오작동으로 모두 방출됐지만 이를 대처하기 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면서 “전기실에 화재 발생할 경우 초기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서귀포시는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담당 부서에서 예산 편성 요청이 있었음에도 자체적으로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귀포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POP 콘서트를 개최하겠다면서 편성했다가 삭감된 예산은 20억 원에 달한다. 이번에 소방설비 정비를 위해 긴급하게 요청한 예비비가 7억 원인데, 정작 도민 안전은 뒷전이었던 셈이다.
서귀포시는 예산이 확보되는대로 빠른 시일 내에 정비에 나서는 한편, 시설 정비가 이뤄질 때까지 화재 감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설 정비가 완료되기 전 화재 발생에 대비한 대처방안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종우 서귀포시장은 이와 관련, “시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일로 시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무엇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