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5500세대 화북2지구, 제주도심에 가져올 부작용도 상당?
5500세대 화북2지구, 제주도심에 가져올 부작용도 상당?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21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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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 계획에 따라 화북·삼양 주거만족도는 상승 기대
인근지역은 교통혼잡 악화 등 주거만족도 하락 가능성
제주시 동지역 인구집중 가속화 ... 읍·면 균형발전 '요원'
제주시 화북동과 삼양동 일대에 들어서게 될 5500세대 규모의 '제주화북2지구'의 예정지.
제주시 화북동과 삼양동 일대에 들어서게 될 5500세대 규모의 '제주화북2지구'의 예정지.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시 동부의 화북과 삼양 일대에 5500세대의 대규모 공공택지지구가 예고됐다. 인근에 1800세대 이상이 들어설 예정인 동부공원까지 더하면 무려 7300세대가 들어서는 대규모 단지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 지구가 모두 만들어지게 되면 해당 지구에 들어가게 되는 인구만 최소 1만5000명에서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왠만한 제주시 1개 동 규모의 인구가 화북동과 삼양동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화북동 인구 2만3700명과 삼양동 인구 2만6600여명에 더해 두 개 동에만 7만여명이 인구가 밀집된다.

두 개 동을 더해 10만을 넘는 제주시 연동·노형동에 이은 인구밀집 지역의 탄생이 예고된 것이다.

이와 같은 대규모 단지에는 단지 주거시설만 들어오진 않는다. 공원녹지 지역을 비롯해 어린이집과 병원, 학교, 학원 등 각종 생활필수 인프라 시설도 함께 들어오게 된다. 과거의 주먹구구식 계획이 아닌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조성되기 때문에 지구 내에서의 교통·보행권 보장도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시 동지역에서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주차 문제도 없을 것이다. 거주만족도는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해당 지구는 인근의 삼화지구와도 시너지효과를 보이며 동부지역의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다. 제주도 역시 이 화북2지구를 두고 “지구 북측의 제주동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지구, 지구 남측의 첨단과학기술단지와 연계 개발을 통해 지식·첨단산업, 상업, 생활 사회기반시설(SOC) 기능을 배치, 동부권을 대표하는 주거복합단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이 화북2지구를 통해 제주시 동·서간의 균형발전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화북2지구에 대한 이런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화북2지구를 통한 제주시 동지역의 새로운 도심 구축은 민선8기 제주도정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15분 도시 제주’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다소 어긋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각종 문제를 심화시키고 지역 불균형을 오히려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먼저 ‘15분 도시 제주’는 표면적으로는 15분 이내에서 각종 생활 필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을 만드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지만, 더욱 넓게는 도시의 혼잡도를 낮추고 이를 통해 교통난과 주거문제 등을 포함한 도심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문제점들을 해결, 이를 통해 주민들의 주거만족도를 높이려는 측면이 강하다. 

화북2지구가 들어서게 되면 화북2지구 내에서의 생활편리성은 높아지고 화북2지구는 물론 이와 연계된 삼화지구에서의 주거만족도가 더욱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와는 다소 떨어진 인근 지역에서의 주거만족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직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구도심의 문제점도 심화될 수 있다.

이전까지 제주의 도시계획은 ‘사람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모습을 보였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현재 제주시 원도심을 중심으로 진행된 도시계획에서는 도로 및 공원 등의 공용지 확보가 부족했고, 이는 현재 제주시 원도심에서의 좁은 도로폭과 충분치 못한 보행로 등의 문제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문제는 그로부터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분히 개선되지 못한 상태로 이어지면서 구도심을 중심으로 한 심각한 주차난과 교통혼잡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 구도심의 동쪽으로 2만명의 인구가 단기간에 늘어나는 대규모 택지지구가 만들어지게 된다면 이 구도심과 제주시 외곽지역을 있는 도로의 교통난이 더욱 극심해지고, 구도심 내에서도 유동인구가 더욱 늘어나면서 주차문제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신제주’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신제주’도 마찬가지로 도시계획 중 주차공간과 보행공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차량 중심’의 시가지로 구축됐고, 여기서 확장된 노형동 역시 심각한 수준의 주차난과 교통혼잡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혼잡한 곳에 이른바 ‘연동 신시가지’와 ‘노형 신시가지’라는 대규모 택지지구가 더해지면서 기존의 인구가 급속히 늘었다. 수많은 편의시설도 집중됐다. 상주인구는 물론 유동인구도 늘어날 수 밖에 없었고, 교통량도 그에 맞춰 상당히 증가했다. 연동과 노형동 중심부의 혼잡도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 연동과 노형동을 우회하는 도로의 교통혼잡도까지 상당히 올라갔다.

‘애조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에조로는 제주시 동지역을 우회하면서 애월읍에서 조천읍까지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로다. 현재 애월읍에서 제주시 봉개동까지 연결돼 있으며, 내년 5월에는 조천읍 신촌리까지 마지막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다.

이 애조로는 제주시 동지역 인구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갈 때 많이 이용을 하거나, 제주시 외곽에 있는 이들이 제주시 연동 등으로 가기 위해 많이 이용한다. 특히 연동과 노형동의 수많은 인구가 출퇴근 시간대에 이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대에는 도로 정체구간이 수km 걸쳐 이어지는 ‘교통지옥’이 펼쳐지기도 한다.

퇴근 시간대인 오후 4시 이후부터는 조천~애월 방향의 경우 오라오거리 이전부터 연동신시가지와 노형으로 빠질 수 있는 노형오거리까지 약 4km 구간에 걸쳐 수 시간 동안 차량의 거북이 운행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퇴근 시간대에 ‘15분 도시’는 커녕 길 위에서만 1시간 가까이 소비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거북이 운행은 인구밀집지역인 연동을 지나가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제주시 화북동과 삼양동 일대에 들어서게 될 5500세대 규모의 '제주화북2지구'의 예정지 계획도.
제주시 화북동과 삼양동 일대에 들어서게 될 5500세대 규모의 '제주화북2지구'의 예정지 계획도.

화북2지구 인근을 지나는 도로는 번영로와 연북로다. 두 도로 모두 현재도 상당한 수준의 혼잡도를 보이는 도로다. 특히 봉개동 일대를 지나는 번영로는 현재도 출퇴근 시간대 교통 정체구간이 상당히 길게 이어진다. 화북2지구가 생기고 여기에 연동·노형동 못지 않은 상주 및 유동인구가 나타나게 된다면 연북로와 번영로의 교통난은 지금보다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제주시 동지역을 관통하는 연삼로의 교통난도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로의 교통난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의 유동인구 증가에 따라 구도심을 포함한 인근지역에서의 주차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인구 밀도 증가에 따라 각종 생활필수시설의 이용 만족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설까지의 거리가 가깝더라도 이용객이 많으면 역설적으로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용 서비스의 질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화북2지구에서의 주민들의 거주 만족도는 올라갈지 몰라도 인근인 봉개동과 이도동 및 일도동 등에서의 거주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대중교통 이용의 활성화가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책이 화북2지구 구축 이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여건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제주도는 이 화북2지구를 통해 제주시 동지역의 동·서 균형발전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해당지구 구축은 결과적으로 지금도 제주도 전체 인구의 55%가 몰려있는 제주시 동지역에 더욱 많은 인구를 밀집시키면서 제주시 동지역과 서귀포시 및 다른 읍면과의 지역발전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화북2지구를 두고 “기존의 제주시 동지역 중심의 도시계획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역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계획”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분 도시 제주 추진을 위해 구성된 ‘도민참여단’에서 나온 의견 중에도 “읍면지역은 고령화와 인구유출로 인해 소멸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인구의 유입 또는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하지만 정작 이번 화북2지구는 이와 같은 의견과는 반대로 간다. 

이와 같은 인구의 집중은 이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 처리와 하수처리와 같은 문제들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도민들이 지출해야 할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외에 장기적으로 제주도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이번 공급이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인지 물음표를 제기하는 의견도 나온다. 더군다나 장기적으론 제주에 빈집을 양산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이번 화북2지구와 관련해선 장밋빛 전망 뒤에 가려진 수많은 우려들이 깔려 있는 상황이다. 화북2지구가 제주도의 설명처럼 제주시 동지역의 균형발전을 가져오면서 제주도민 대다수의 만족도를 높이는 지구가 되기 위해서 모두 심도 있게 고려하고 해결책들을 내놔야 하는 지적사항들이기도 하다.

제주도와 국토부에 따르면 화북2지구는 2025년 상반기 지구 지정이 완료되고 이듬해인 2026년에는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2029년부터 지구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준공 시점은 2032년이다. 택지지구의 완성까지 겨우 8년여의 시간만 남은 셈이다. 인구 2만명의 대규모 지구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미리 해결하기에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우려 해소를 위한 제주도의 발빠른 움직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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