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도외 4.3 희생자 고(故) 김한홍, 74년 만에 ‘고향과 유족 품으로’
도외 4.3 희생자 고(故) 김한홍, 74년 만에 ‘고향과 유족 품으로’
  • 김민범 기자
  • 승인 2023.10.05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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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확인, 보고회 열려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유해로 발견돼
4.3희생자 신원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4.3희생자 신원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김민범 기자] 4.3사건으로 형무소에 수감돼 행방불명된 김한홍 희생자의 유해가 대전에서 발견됐다. 고(故) 김한홍 씨는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지하에서 74년의 긴 세월을 보냈다. 그는 제주4.3평화재단의 노력으로 신원이 확인돼 뒤늦게나마 고향과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게 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5일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신원확인 보고회’를 갖고 고(故) 김한홍 씨의 시신을 유해 보안관에 안치했다.

행방불명 희생자였던 고(故) 김한홍 씨는 지난 2021년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유해로 발견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고(故) 김한홍 씨의 유해임을 확인했다.

북촌리 출신의 고(故) 김한홍 씨는 4.3사건이 일어나자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숨어지냈다. 그러던 중 지난 1949년 1월 말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주겠다’라는 소문을 듣고 자수하게 됐다.

희생자의 아들인 고(故) 김문추 씨는 고(故) 김한홍 씨가 제주 주정공장에 수용돼 있을 때 모친이 면회를 다녀온 사실을 들었으나 이후 행방불명되며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됐다.

이에 고(故) 김문추 씨는 희생자 신고를 했으며 수형인명부에서 이름이 확인됐다.

고(故) 김한홍 씨는 지난 1949년 7월 4일 징역 7년 형을 받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 중이었으나 지난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희생됐다.

4.3희생자 신원확인 보고회.
4.3희생자 신원확인 보고회.

신원확인 보고회는 개회와 국민의례 이후 신원확인 경과보고의 순으로 진행됐다.

유전자 감식작업을 맡고 있는 이승덕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는 경과보고를 통해 “시범 사업으로 79만 검사가 가능했지만 제주 도민이 아닌 분들도 포함돼 있어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다행히도 고 김한욱 님에 대한 신원확인이 가능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고(故) 김한홍 씨 외에 다른 분들은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4.3행방불명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한 유가족 채혈의 참여로 많은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라는 입장을 표현했다.

이어 유해 운구와 유족 상봉이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모두 엄숙한 분위기 속 희생자의 유해를 마주하며 애도했다.

희생자 고(故) 김한홍 씨의 며느리인 백여옥 씨가 헌화와 분향을 진행 중이다.
희생자 고(故) 김한홍 씨의 며느리인 백여옥 씨가 헌화와 분향을 진행 중이다.

희생자 고(故) 김한홍 씨의 며느리인 백여옥 씨는 눈물을 삼키며 헌화와 분향을 진행했다.

희생자의 아들인 고(故) 김문추 씨는 보고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 고(故) 김문추 씨는 ‘아버지 유해라도 꼭 찾겠다’라는 마음으로 일생을 바쳐 노력했으나 3년 전에 숨졌다.

“남편도 같이 참석했으면 기뻐했을 텐데 그렇지 못해 눈물이 난다”

희생자의 며느리이자 고(故) 김문추 씨의 아내 백여옥 씨는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리며 한탄했다.

그러면서 “4.3사건은 나를 너무나도 고생시켰다”라며 “4.3사건으로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를 다 잃어 그때 생각만 하면 피눈물이 나고 말을 더 이상 하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모두가 힘써 아버지를 찾아주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전했다.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추도사를 통해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라며 “끝내 뵙지 못하고 3년 전 세상을 떠난 아드님은 얼마나 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습한 지하에서 유해가 손상되지 않은 채 저희를 기다려주신 고(故) 김한홍 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내년에는 대구형무소와 전주형무소에 있는 유해도 찾을 것이다”라는 계획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제 비로소 그리던 고향에 돌아오셨으니 며느님과 손자 손녀의 품에서 부디 편하게 눈을 감으시고 안식에 드시기를 기원한다”라고 애도했다.

고(故) 김한홍 씨의 유해.
고(故) 김한홍 씨의 유해.

고(故) 김한홍 씨의 유해는 4.3평화공원 봉안관 유해함에 봉안됐다. 이로써 4.3사건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의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42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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