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곤도하지메의 증언>을 봐야 할 세 가지 이유
<곤도하지메의 증언>을 봐야 할 세 가지 이유
  • 미디어제주
  • 승인 2023.09.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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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정원 제주4‧3영화제 집행위원장

<2023 4‧3영화제>가 특별한 영화를 선보인다. 이케다 에리코 감독의 <곤도하지메의 증언>이 9월 22일(금)~23일(토) 제주CGV에서 상영된다. 영화를 꼭 보기를 추천한다.

첫째, ‘전쟁의 기억을 전쟁처럼’ 찍었다.

영화 화면은 조악하고 거칠다. 초점도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영화의 장점이다.

곤도하지메씨는 일본 군인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가했다. 전쟁이 끝나고 자신의 가해 경험을 죽기 전까지 증언했다.

전쟁의 기억을 어떻게 하면 진짜처럼 보여줄 수 있을까. 전쟁처럼 찍어야 한다. 실제로 감독은 캠코더 하나만 들고 증언을 담았다. 전쟁을 치르듯 거칠게, 밀어붙이듯이 찍었다. 조악하고 초점이 흔들린 화면에서 가해가 난무한 전쟁터가 떠오른다.

둘째, ‘가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정원 제주4‧3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정원 제주4‧3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는 가해자의 시점으로 전쟁을 재구성한다. 관객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가해자의 시선을 따라 가해의 현장을 체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나 자신도 전쟁에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를 확인하면 가해자도 국가 폭력에서 같은 피해자였음을 인정하게 된다. 평화와 화해, 인권의 진정한 의미가 다가온다.

셋째, ‘침묵의 미학’이다.

카메라는 곤도하지메씨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나아가 곤도하지메씨의 침묵도 찍는다.

증언이 사라진 공백의 시간, 우리는 ‘침묵’을 마냥 바라봐야 한다. 이는 놀라운 체험이다. 동시에 구술사가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끔찍한 기억을 말이 아닌 침묵으로 이야기할 때, 침묵을 어떻게 기록하고 해석해야 할까. 곤도하지메씨와 피해자들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위로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진정한 평화는 침묵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침묵의 미학이 빛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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