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심각한 쇠퇴 직면한 한라산 구상나무, 곰팡이가 구원자로 나서나
심각한 쇠퇴 직면한 한라산 구상나무, 곰팡이가 구원자로 나서나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9.04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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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구상나무 자생지 복원 방안 확인해
구상나무 뿌리, 곰팡이와 공생 ... 외생균근 활용 제시
한라산 해발 1700m 일대 구상나무 집단 고사 현장의 모습.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한라산 해발 1700m 일대 구상나무 집단 고사 현장의 모습.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의 고사를 늦추거나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 ‘곰팡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심각한 수준으로 쇠퇴가 진행된 한라산 구상나무 자생지의 복원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미생물 군집 유전체 분석 연구를 통해 최근 사라져가고 있는 구상나무 자생지 복원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찾았다고 4일 밝혔다.

구상나무는 전세계에서도 국내에서만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주로 한라산과 지리산 등 산간지역에서 자라며, 특히 한라산이 우리나라 최대 자생지다. 서양권 국가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한라산에서의 구상나무 고사 및 쇠퇴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라산연구부의 조사 결과 2017년 한라산국립공원 내 구상나무의 개체수는 30만7388그루 였지만, 그로부터 4년 뒤인 2021년에는 29만4431그루로 조사되면서 1만3000그루 가까이 고사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국립생물자원관은 구상나무 뿌리가 곰팡이와 공생하는 것에 착안해, 2021년부터 구상나무 생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생물을 찾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연구는 한라산 등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 중 건강한 나무와 고사 중인 나무 토양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주어진 환경에서 서식하거나 다른 생물과 공존하는 모든 미생물의 총체적인 유전정보 또는 미생물군 자체를 의미한다.

이를 활용한 기술은 미생물 전체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낸다는 점에서 미생물을 직접 분리·배양하는 기존의 방법보다 유용한 미생물 발굴 가능성이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최근 식품, 의약 분야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연구 결과에서는 건강한 구상나무의 뿌리 표면과 그 주변 토양에서는 비우베리아(Beauveria)속, 클라불리나(Clavulina)속, 토멘텔라(Tomentella)속의 외생균근이 많이 나타난 반면, 고사 중인 구상나무 뿌리에는 외생균근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외생균근은 곰팡이의 균사가 식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세포 밖에 머무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나무의 생장에 필수적인 영양분과 수분을 토양에서 흡수해 뿌리에 공급하고, 대신 탄수화물 같은 영양분을 얻어 뿌리를 보호하며 양분을 흡수하는 뿌리털 역할을 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를 토대로 고사하는 구상나무 뿌리에 외생균근을 직접 주입하거나, 주변 토양에 뿌리는 방법으로 고사 속도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찾아낸 외생균근의 최적 배양조건을 탐색하고 대량증식 기반과 연계하여 구상나무 자생지 복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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