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너도 나도 삼계탕, 닭에겐 비극의 시기 ... 도축 크게 느는 '복날'
너도 나도 삼계탕, 닭에겐 비극의 시기 ... 도축 크게 느는 '복날'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7.10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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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몰린 7월, 전국에서 1억 마리 넘게 도축
제주에서도 지난해 713만 마리, 7월 63만 마리 도축
"단백질 과잉 시대 ... '복날'만이라도 건강 채식 권장"
삼계탕. /사진=픽사베이.
삼계탕. /사진=픽사베이.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여름철 높은 기온이 기록되면서 더위로 잃어버린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복날’까지 겹치면서 앞으로 삼계탕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이 찾아온 셈이겠지만 닭들의 입장에서는 또 다시 피해갈 수 없는 비극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기도 하다.

‘복날’은 흔히 ‘초복(初伏)’과 ‘중복(中伏)’, ‘말복(末伏)’으로 나뉘면서 삼복(三伏)으로도 불린다. 24절기 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 네 번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을 말복이라고 한다. 경일은 12지(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와 10간(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조합한 60갑자력에서 경(庚)이 들어가는 날을 말한다.

복날은 보통 10일 간격으로 이어진다. 다만 중복과 말복의 사이가 20일 벌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하며, 올해가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는 초복이 오는 11일, 중복이 21일, 말복이 다음달 10일이다.

복날 기간은 일반적으로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예로부터 이 기간을 ‘삼복더위’로 표현하기도 했다. 올해는 중복과 말복의 기간이 벌어지면서 이 ‘삼복더위’까지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복날에 ‘개장국’과 ‘삼계탕’을 즐겨 먹었다. 이를 먹으면서 땀을 흘리게 되면 기가 허한 것을 보강하고, 또 이렇게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호한다고 여겼다. 이와 같은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고기’를 먹는 것을 기피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동시에 수요가 ‘삼계탕’으로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여름철이 되면 닭 도축도 상당한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1년 동안 도축된 닭은 모두 10억2500만 마리에 달한다. 월별로 보면 겨울철인 12월부터 2월까지 도축수가 가장 적고, 여름철인 6월부터 8월까지가 가장 많은 수준을 보인다. 특히 복날이 몰려 있는 7월의 경우 한달에만 무려 1억500만 마리의 닭이 도축됐다.

이는 제주도 비슷하다. 제주 도내에서 사육되는 닭들은 도내 2개 도축장에서 도축된 후, 가공과정을 거쳐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전달된다.

이처럼 도내에서 도축되는 닭은 매년 800만 마리가 넘는다. 2017년에는 834만 마리가, 2018년에는 847만 마리가 도축됐다. 2019년에는 862만 마리, 2020년에는 835만 마리가 도축됐으며 2021년에도 841만 마리가 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에는 규모가 줄었다. 그 해에 도축된 닭은 모두 713만 마리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해도 하루평균 2만 마리에 가까운 닭들이 도축된 셈이다.

도축은 전국 통계와 비슷하게 여름에 특히 몰린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도축이 이뤄졌던 달은 7월로 그 달에만 63만 마리의 닭이 도축됐다. 지난해보다 더욱 많은 닭이 도축됐던 2021년에는 7월 한달에만 81만 마리에 가까운 닭이 도축됐으며 6월에도 72만마리의 닭이 도축, 시장으로 팔려 나갔다.

이처럼 도축되는 닭의 평균수명은 불과 한달에 불과하다. 국민간식으로 불리는 치킨은 물론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은 병아리와 큰 닭의 중간 정도를 말하는 ‘영계’가 사용된다. 예전에는 부화된 병아리를 6개월 정도 키워 식용으로 잡았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품종 계량과 사료 기술의 발달 등에 따라 사육기간이 줄어들어 한 달 정도면 치킨 및 삼계탕 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상당한 수의 닭들이 ‘복날’을 전후로 도축되는데다, 닭들의 평균 수명도 불과 한달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편에서는 이와 같은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비건 김란영 대표는 “예전에는 단백질이 부족한 시절에 고기를 접하는 게 쉽지 않았고, 몸도 허했기 때문에 복날만이라도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했던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그 ‘복날’ 이외에는 고기를 즐겨먹었던 문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백질이 부족한 시대도 아니고, 오히려 과잉의 시기라도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오히려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란영 대표는 그러면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한 ‘복날’이라는 취지를 살려, 오히려 이날만큼은 평소에 자주 먹는 고기 섭취를 줄이고, 건강을 고려한 채식 식단을 챙겨 먹어보는 것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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