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구럼비 바위, 지금도 살아있다”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구럼비 바위, 지금도 살아있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2.08.06 19: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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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천의 강정기록화 ‘붉은 구럼비’ 전시 … 8월 26일까지 예술공간 이아
6일 현기영‧강요배 초청 작가와의 대화, 강정 주민‧평화활동가 대거 참석
9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유증으로 오른팔을 쓰지 못해 왼팔로 강정 기록화 작업을 마무리해 전시를 하고 있는 고길천 화백. ⓒ미디어제주
9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유증으로 오른팔을 쓰지 못해 왼팔로 강정 기록화 작업을 마무리해 전시를 하고 있는 고길천 화백.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고길천의 강정 기록화 ‘붉은 구럼비’ 전시가 예술공간 ‘이아’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8월 2일 개막된 이번 전시에 소개된 고길천 화백의 그림은 제목대로 15년째 이어오고 있는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기록하기 위한 작품들이다.

은어가 헤엄치고 있는 강정천과 언론을 통해 해군기지 유치 관련 소식을 들은 한 주민이 구럼비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발표하고 강정 주민들과 제주도, 정부가 ‘윈윈’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던 역대 도지사의 얼굴을 그린 ‘매판 도지사 Ⅰ‧Ⅱ’라는 제목의 그림도 있다.

겁박과 감시, 쇠사슬 투쟁, 불법 체포와 고착, 바다 속에서 자행된 폭행이 묘사된 작품들은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의 과정들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2012년부터 평화를 염원하는 국내‧외 시민들과 연대를 위해 시작된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의 활기 넘치는 모습도 그의 그림 속에 담겼다.

전시에서 가장 압도적인 작품은 단연 ‘붉은 구럼비’다.

그런데 왜 ‘붉은 구럼비’일까. 왜 그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폭파된 구럼비 바위를 붉은 색으로 표현한 것일까.

그는 자신 자신의 도록에 ‘붉은 구럼비’를 소개한 글을 통해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바위가 지금도 살아 있다는 것을 붉은색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은 그가 기록화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됐다고 소개한 소설가 현기영 선생의 얘기로 이어진다.

현 선생은 6일 오후 예술공간 ‘이아’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서 그가 구럼비를 붉은 색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도 몇 번 함께 했지만, 구럼비를 잃어버린 상실감은 대단한 겁니다. 거기 누워본 적도 있는데 이 바위가 몸을 감싸주는 걸 느꼈습니다. 1.7㎞에 달하는 거대한 통바위, 혈맥처럼 수맥이 살아있는 생명체가 콘크리트 바닥이 돼버리는 그 상실감은 이후에도 몇 번 갈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에 앞서 현 선생은 ‘그림으로 평화운동가 역할을 해온 사람’이라고 고길천 화백을 소개했다.

그는 “강정에서부터 평화운동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추상적이 아니라 해군기지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왔다”고 강정에서 평화운동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형용모순’이라는 말이 있다. ‘뜨거운 얼음’이라는 표현처럼”이라면서 곧바로 “아름다운 항구, 미항으로서의 해군기지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어불성설이다”라고 ‘민군복합관광미항’이라는 형용모순의 해군기지 명칭을 직격했다.

이어 그는 “강정에서의 투쟁을 기록한 이 전시야말로 하나의 아카이브가 돼 오래 갈 거다”라며 “강정 투쟁이 패배한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해군기지가 이미 세워지지 않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군기지 옆에 세워진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가 평화운동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와 함께 그는 “오른 팔에 힘을 잃고 왼팔을 훈련시켜 그림 작업을 해온 그의 ‘투쟁’은 놀라운 일”이라며 “고 화백의 투쟁을 너무 존경한다. 그 집념을 본받아야 한다”고 그의 작품을 향한 집념을 높이 샀다.

이날 작가와의 대화에 자리를 함께 한 강요배 화백도 “그림 그리는 화가의 마음으로 고 화백의 작품을 찬찬히 보면 지우개로 지운 부분과 칠한 부분, 수정한 부분이 보인다. 이걸 따라가다 보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작업인지 알 수 있다”면서 그림을 찬찬히 보면서 그림 그리는 화가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것을 권했다.

이어 그는 “그런 측면에서 그림을 보다 보면 그의 그림에는 강정은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정서, 호흡, 결단력 이런 것들이 많이 스며있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다”는 감상평을 전했다.

6일 오후 예술공간 이아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가 끝난 후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6일 오후 예술공간 이아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가 끝난 후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한편 이날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에는 강정마을에서 찾아온 강동균 전 마을회장을 비롯한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전시 공간을 가득 메워 자리를 빛냈다.

고 화백은 진행자가 대신 읽은 인사말을 통해 “9년 전 강정 기록화를 그려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림을 그리던 무렵 강정평화대행진 중 뇌졸중으로 쓰러져 2년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본업인 그림은 오른팔이 불편해 못 그릴 줄 알았다”며 “생명줄에 매달려 아무 것도 못할 때 선배님, 동료들, 그리고 후배들의 도움으로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자신에게 도움을 준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 그는 “강정 기록화를 그리게 된 동기는 4.3을 다룬 현기영 선생님의 소설과 강요배 선배님의 4.3 역사화가 모범이 됐다. 그래서 강정마을에서 일어난 국가 폭력을 그림으로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비록 졸작이지만 그리게 됐다”고 기록화를 그리고 이번 전시회를 갖게 되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고길천의 강정 기록화 ‘붉은 구럼비’ 전시는 8월 26일까지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 2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고길천의 강정 기록화 '붉은 구럼비' 전시가 지난 8월 2일 개막, 예술공간 이아에서 26일까지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제주
고길천의 강정 기록화 '붉은 구럼비' 전시가 지난 8월 2일 개막, 예술공간 이아에서 26일까지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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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2022-08-09 08:08:47
정치와 전혀 무관 하다면 환영.... 정치적이라면 절대 반대.
예술이든 환경이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바람에
아무리 좋은 주장도 변질되어 악취가 풍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