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숲의 숨은 매력을 세상에 알린 부녀 해설가
곶자왈 숲의 숨은 매력을 세상에 알린 부녀 해설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1.12.08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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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마을관광] ④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환상 숲 곶자왈’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 … 곶자왈 숲에서 다시 삶의 희망을 찾다
지난달 30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환상 숲 곶자왈에서 만난 해설가 이지영씨가 곶자왈 숲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 미디어제주
지난달 30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환상 숲 곶자왈에서 만난 해설가 이지영씨가 곶자왈 숲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같은 나무인데 이쪽은 노란색, 다른 이쪽은 빨간색이에요. 여기는 왜 노란색일까요?”

“숲 안쪽에 덩굴식물이 보이죠. 원래는 나무줄기를 감아 올라가는 덩굴이 어떻게 저기 높은 곳까지 점프해서 올라갔을까요?”

지난 11월 30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단체 관광객을 태운 전세버스와 승용차, 승합차가 주차장을 가득 메운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환상 숲 곶자왈’에서 만난 해설가 이지영씨의 질문이 쉴새 없이 이어진다.

“이 곳이 바로 곶자왈이에요. 단풍이 빨갛게 물드는 곳은 일교차가 크기 때문인데요. 곶자왈 안에서도 숨골은 여름에는 시원한 기운이, 겨울에는 따뜻한 기운이 나오기 때문에 노란색으로 물드는 거랍니다.”

숨골의 경우 비가 내릴 때는 곧바로 지하수 함양의 통로가 되는 곳이지만, 평소에는 구멍 형태로 지하에서 뿜어져나오는 따뜻한 기운 때문에 일정한 온도가 유지돼 빨간 단풍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곶자왈이 ‘생태계의 보고’라고 불려지게 된 비밀이 여기에 숨어 있다. 추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과 더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에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을 한 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질문을 던지고, 탐방객들의 답이 궁할 때쯤이면 명쾌하게 답을 해주는 해설가 이씨의 얘기를 듣다 보면 갈수록 ‘곶자왈의 비밀스러운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환상 숲 곶자왈. 비교적 짧은 곶자왈 탐방 코스지만 제주 곶자왈의 숨은 매력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 미디어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환상 숲 곶자왈. 비교적 짧은 곶자왈 탐방 코스지만 제주 곶자왈의 숨은 매력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 미디어제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환상숲 곶자왈이 관광 명소가 된 데는 이씨의 아버지 이형철씨(62)가 직접 손으로 가꾼 곶자왈 숲의 사연이 소개되면서부터다.

“마흔 일곱, 오른쪽 몸이 마비되었습니다. 사람 만나기 싫어서 들어온 숲, 가장 낮아지고 약해졌을 때, 돌 틈에 뿌리 내리고 잘려도 또 자라는 나무를 만났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일념에 넘어지고 깨지면서 왼 손만으로 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후략)”

지난 2006년 겨울 뇌경색으로 쓰러져 두 차례 큰 수술을 받고 47세의 나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이씨 본인의 이야기다.

이씨가 얘기하는 자신의 사연에 곶자왈 숲이 가진 매력이 모두 축약돼 있다.

토양층이 빈약한 곶자왈의 특징 때문에 나무들은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고 공룡의 발처럼 얕은 토양층을 따라 지면 위로 솟아 있다. 곶자왈에서 유독 눈에 띄는 ‘판근(板根)’이다.

커다란 뿌리 위로 수십개의 나무줄기가 뻗어있는 나무는 한 뿌리에서 나온 한 그루의 나무다. 각각의 나무줄기는 30여년 정도 자란 것이지만, 그 줄기를 뻗어낸 나무 뿌리의 나이는 바로 이 숲의 나이쯤 되지 않을까.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환상 숲 곶자왈. 비교적 짧은 곶자왈 탐방 코스지만 제주 곶자왈의 숨은 매력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 미디어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환상 숲 곶자왈. 비교적 짧은 곶자왈 탐방 코스지만 제주 곶자왈의 숨은 매력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 미디어제주

이쯤 되면 환상숲 곶자왈의 대표인 이행철씨가 곶자왈 숲을 가꾸면서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곶자왈 숲 덕분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도내 다른 곶자왈에 비해 비교적 짧은 코스의 탐방로지만, 두 부녀를 비롯한 숲 해설가들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제주 곶자왈의 가치를 이해하는 입문 과정으로 충분하다.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농촌교육농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지정한 ‘대한민국 100대 스타 농장’ 중 한 곳인 이 곳 환상숲 곶자왈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 마음껏 뛰어놀면서 책으로만 배운 것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학습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숲 읽어주는 여자’ 이지영씨의 해설과 아버지 행철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곳을 찾는 탐방객들이 급증, 요즘은 전면예약제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아버지와 딸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 37세대가 전부였던 이 곳 저지리 명이동 마을에는 최근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코로나19 이후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위해 찾는 이들도 부쩍 많아졌다.

이처럼 치유와 힐링을 위해 숲을 찾는 도민과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제주가 가진 소중한 자연자원을 더욱 아끼고 보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것이 이들 부녀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환상 숲 곶자왈. 비교적 짧은 곶자왈 탐방 코스지만 제주 곶자왈의 숨은 매력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 미디어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환상 숲 곶자왈. 비교적 짧은 곶자왈 탐방 코스지만 제주 곶자왈의 숨은 매력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 미디어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환상 숲 곶자왈. 비교적 짧은 곶자왈 탐방 코스지만 제주 곶자왈의 숨은 매력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 미디어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환상 숲 곶자왈. 비교적 짧은 곶자왈 탐방 코스지만 제주 곶자왈의 숨은 매력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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