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여자친구 잃은 30대 ‘살인 vs 과실’ 법정 공방
제주서 여자친구 잃은 30대 ‘살인 vs 과실’ 법정 공방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6.17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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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한림서 만취상태 시속 114km 질주
17일 첫 재판 피고인 “술에 취해 운전 기억 없어”
검찰 “안전벨트 미착용 확인 고의로 사고 일으켜”
변호인 “결혼 앞둔 사랑하는 사람 살해 이유 없어”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에 여행 왔다가 여자친구를 사고로 잃은 30대가 살인혐의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이 남성이 고의적으로 사고를 내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고, 변호인 측은 음주운전에 의한 과실을 주장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17일 살인 및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34)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는 2019년 11월 10일 새벽 제주시 한림읍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렌터카를 몰고 가다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가 튕겨 나가며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는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로 만취 상태였다.

27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박모(51)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 열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17일 제2형사부 재판이 열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김씨가 몬 차량은 시속 114km로 질주하다 왼쪽으로 굽은 도로에서 연석을 들이받은 뒤 도로가에 세워져 있던 경운기를 충격했다. 사고 차량은 '뚜껑'이 없는 오픈카여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여자친구 A씨는 차 밖으로 튕겨나갔다.

A씨는 이 사고로 크게 다쳐 수술을 받고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지난해 8월 23일 사망했다. 김씨는 애초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혐의였으나 A씨의 유족이 진정서를 제출하고 재조사가 이뤄지면서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김씨가 A씨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과속으로 렌터카를 몰아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와 A씨는 2019년 11월 9일 함께 제주로 여행을 왔고 사고 무렵 두 사람이 다툰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카카오톡 문자 및 녹음 파일 내용 등을 토대로 김씨가 A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와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음주운전 중 과실로 인한 사고는 인정하지만 살인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김씨는 '술을 마시고 사고까지 과정을 기억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언제부터 기억이 없느냐'는 물음에 "술을 마시는 중간부터 기억이 없다. 내가 운전한 것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운전을 한 것도 사고가 난 다음에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책임을 통감하고 망인과 유족에 깊이 사죄하고 있다"며 "다만 이 사건이 살인으로 기소된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경찰 조사에서는 단순 음주사고였는데 유족이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바뀌었다"며 "피해자와 결혼을 앞둔 피고인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제출한 200여개의 증거 중에서도 상당부분을 부동의했다.

유족 방청석서 “끝까지 거짓말 하는구나” 오열

재판부 오는 8월 9일 속행 검찰 증인 4명 신문

피해자 사망에 대한 피고인 고의 여부 최대 쟁점

이에 따라 이번 재판은 A씨 사망에 대한 김씨의 고의 여부 입증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변호인 측이 부동의한 블랙박스 영상 등은 앞으로 법정에서 재생하며 증거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변호인 측이 부동의한 사고 당시 상황 분석 내용 입증을 위해 4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경찰과 교통안전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오는 8월 9일 오후 2차 공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또 A씨의 유족에게도 별도 기일을 잡아 진술 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한편 A씨의 유족은 이날 공판 중 방청석에 앉아 피고인의 말이 거짓이라고 오열했다. 공판이 끝난 뒤 김씨가 방청석 옆에서 머리를 숙이며 사죄하자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구나. 끝까지 가보자"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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