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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공원, 오등봉공원 비공원시설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중부공원, 오등봉공원 비공원시설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1.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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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도시공학과 겸임교수)

②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요식행위로서의 주민참여에 맞서 싸워야 한다!

 

# 지난 기고에 대한 보충

경관계획과 도시계획 관련 얘기하기 전에 지난번 기고 내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관계획은 어떤 성격을 띠는가? 도시기본계획의 부문별 계획 가운데 하나다. 경관계획은 도시의 장기발전방향과 공간구조를 형성할 때, 장기적인 경관관리 및 형성 방안을 제시하는 계획이다. 이 계획을 지켜야 하는 사람은 도시관리계획 입안권자인 제주특별자치도지사다. 주민에게 직접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려면 경관계획 내용이 도시관리계획인 경관지구 혹은 지구단위계획에 반영될 때나 가능하다.

‘제주특별자치도 경관 및 관리계획’에서 제주도 모든 오름 주변 1.2킬로미터까지는 오름 높이의 10분의 3까지만 가능하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조례’는 도시지역과 취락지구에는 심의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중부공원, 오등봉공원 비공원시설사업은 경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사업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계획 자체를 추진할 수 없다는 얘기다.

도지사가 준수해야 할 경관계획의 내용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일반 도민이나 민간 사업자에게만 지키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아시타비(我是他非), 내로남불일 뿐이다. 이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경관조례를 개정한 후 경관심의를 받아야 가능할 뿐이다.

 

# 도시계획에 대한 주민참여는 방해받을 수 없는 권리다!

도시계획은 공공복리 증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 기본목표다. 프랑스 공간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도시를 만들 권리는 정부가 뺏을 수 없는 권리다. 도시를 만들 권리는 인종이나 국적이나 출생지에 따라 우연히 가지고 있는 권리가 아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도시의 미래형성에 참여할 자연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도시계획에 대한 시민의 참여 권리는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라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계획법’도 도시계획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환경적인 지속가능성도 있지만, 이 기저에는 사회정의와 공정성이 깔려 있다. 즉, 프랑스 대철학자의 주장이나 우리나라 ‘국토계획법’이 추구하는 가치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다.

 

# 현행 도시계획 주민참여 과정은 민주적인가?

앙리 르페브르가 얘기했던 도시계획에 참여할 자연권은 신성불가침의 권리다. 현행법상 주민이 도시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공청회와 주민의견청취시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만 있다. 과연 우리나라, 아니 제주도에서 주민참여권리는 침해받지 않고 있는가? 본인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줄 수 없다.

공청회나 주민의견청취를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공청회나 주민의견청취 과정에서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참여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다만, 제주도에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도시기본계획 공청회 장소에 일반인들이 많이 참석했지만, 다른 계획 공청회 장소에는 대부분 공무원이 자리를 채웠던 것이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주민의견청취 과정은 어떨까?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입안할 때나 3주간 주민의견을 듣는 정도다. 하지만 다른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도시개발사업,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 도시계획시설사업) 등은 법으로 규정된 14일만 진행할 뿐이다.

그럼 공청회 진행 과정을 보자. 발표자와 토론자가 있다. 보통 1시간 정도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진다. 이게 끝나면 참석자 질문을 받고, 용역회사가 이에 대해 답변한다. 이 과정이 1시간이 정도 진행될 뿐이다. 무제한 토론은 없다. 다만, 용역회사나 관련 공무원이 발표와 토론이 끝날 무렵 참석자들에게 질문할 사항이 있다면 서면으로 질문을 작성해달라고 한다. 공청회 장이 무제한 토론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법령에 명시되어 있어서 요식행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청회에 불과하다.

주민의견청취 과정은 어떨까? 읍면동과 행정시, 도청 관련 부서에 도면을 비치해 방문객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2주 동안 진행하는 경우 보고서도 도면을 제대로 비치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주민의 재산권과 밀접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때는 상황이 다르다. 많은 사람이 의견을 제시한다. 오죽했으면 관련 부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까지였다. 이 과정이 주민이 도시계획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한다고 할 수 없다.

 

# 싱가포르 주민의견 청취과정은 달랐다!

싱가포르는 어떤 국가인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와는 거리가 있고,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국가주도형 사회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라고 한다면, 1인 독재와 낮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국민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다르다. 국가경쟁력 1위,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2배에 달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세계도시로서의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리더의 지도력과 도시계획 때문이다.

싱가포르 도시계획은 우리나라 도시기본계획과 비슷한 콘셉트플랜(Concept Plan)과 우리나라 도시관리계획과 유사한 마스터플랜(Master Plan)으로 구성되어 있다. 콘셉트플랜은 싱가포르 도시계획법에 법적 근거가 없지만, 싱가포르 장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수립하는 계획으로 10년마다 한 번씩 수정된다.

싱가포르 도시계획은 도시재개발청이 계획을 수립해 국토건설성 장관의 승인을 받는 구조다. 도시재개발청은 콘셉트플랜을 수립하기 위해 매년 주민 요구사항을 조사한다. 이 조사가 끝나면 각계 각층의 사람이 모여 향후 콘셉트플랜의 미래비전과 다루어야 할 내용에 대해 지속적인 토론이 이루어진다. 주민조사와 특정집단 인터뷰를 토대로 콘셉트플랜 초안이 마련된다. 초안이 마련되면 3개월 이상 전자공청회를 진행하고, 제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계획이 수정된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공청회가 진행된 후 최종 계획이 수립되어 국민들에게 공고된다.

콘셉트플랜을 기반으로 작성되는 마스터플랜 또한 장기간 주민의견을 수렴한다. 1958년 최초 마스터플랜 수립시 싱가포르 빅토리아홀에서 주민의견 청취가 6주 동안 진행됐다. 참석한 사람들에게 찬성, 반대 의견을 물었다. 이 계획에 대해 95% 이상이 찬성했다. 야당에서도 찬성했을 정도였다. 반대한 사람들은 그 당시 토지를 소유했는데,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사람들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러한 주민의견을 토대로 이 계획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이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시계획은 개인의 재산권을 합법적으로 제약하는 도구로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사회주의 국가지만, 도시계획만큼은 철저하게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싱가포르와 홍콩을 모델로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도시계획의 민주적 시스템은 아직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 용도지역 변경이 수반된다면 공청회는 기본이다!

지난 8일 제주시장은 오등봉 비공원시설사업 공원조성계획 결정(변경)에 따른 주민의견을 청취하겠다고 공고했다. 지금 환경영향평가 조사 작업이 진행 중인데 공원조성계획 변경 주민의견을 듣겠다는 것은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든다.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라도 끝낸 후 듣는 것이 순서다. 비공원시설 사업이 완료되면 비공원시설 부지의 용도지역이 변경된다. 즉,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은 제2종 혹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된다. 용도지역 변경은 도시기본계획 변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 도시기본계획에선 무엇을 다룰까?

현 제주도의 상황에 대한 분석이 우선이다. 빈집이 35,000세대이고, 준공 후 빈집이 12,000세대다. 미분양 또한 1,200세대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공공복리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비공원시설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고, 법령상 필요한 요식행위인 주민의견청취는 민주적 도시계획 과정과는 거리가 멀다. 시민의 도시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다. 요식행위를 통해 시민의 권리가 침해된다면, 도시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다음 기고에서는 비공원시설사업을 둘러싼 주체들에 관한 내용을 다루도록 하겠다.

 


 

이정민 칼럼

이정민 칼럼니스트

1989.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입학
2002.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과(공학박사)
1995. 국토연구원 연구원
2003.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원
2004∼2006. 2011. 제주대학교 시간강사
2006∼2014.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2020~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도시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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