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사진은 보이지 않는 걸 드러내는 행위”
“사진은 보이지 않는 걸 드러내는 행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6.14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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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의 ‘5060 인생학교’ 참가자들
사진 갤러리 ‘라포’ 공간 운영하는 이겸 작가와 만남
사진으로 치유하는 이야기, 나눔 이야기 듣고 공감

사진으로 마음을 읽는 이가 있다. 사진가 이겸씨이다. 그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과 교유한다. 사진을 찍은 사람의 마음도 사진 1장으로 파악을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찍힌 사진 한 장만 보더라도 그는 스마트폰 주인공의 마음을 읽어낸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으나 한국사진치료학회 수련감독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사진치료를 해낼 상담사를 양성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보수교육도 실시하는 수퍼바어저인 셈이다.

굵은 빗줄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굵은 빗줄기는 그를 마주하고서는 그쳐준다. 비도 센스를 갖췄다. 14일 이겸 작가를 만난 이들은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5060 인생학교’ 참가자들이다. 이겸 작가가 최근 오픈한 사진 갤러리로 모였다. 비날씨가 예고됐음에도 많은 이들이 모였다. 사진가 이겸이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모양이다.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5060 인생학교' 참가자들이 사진가 이겸씨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5060 인생학교' 참가자들이 14일 사진 갤러리 '라포'를 찾아 사진가 이겸씨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그는 2개의 상담 자격증을 지니고 있다. 특히 사진 분야 상담 자격증은 귀하게 들린다. 사진 한 장으로 1대 1 상담도 진행하기도, 다수의 상담을 하기도 한다. 한꺼번에 300명 정도의 상담도 가능하단다. 사진이 주는 마력이 이런 곳에서도 빛을 발하는가 보다. 5060 인생학교 참가자들을 만나기 하루 전엔 34명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진행했다고 한다.

“일반상담처럼 이론을 더 앞세우기보다는 행위를 중요하게 여겨요. 1대 1이나, 다수도 가능하죠. 노인이나 어린이도 사진 한 장으로 상담을 하죠. 사진 한 장이면 2시간 상담을 할 수 있고, 사진만 있으면 3~4시간, 어떤 경우는 2박 3일 일정으로 상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고, 어떤 때는 그 이야기에 심취해 같이 울어주기도 한다. 물론 들어준 이야기는 다른 이들에게 해서는 안된다. 쉽지 않을텐데, 그는 어떻게 그런 과정을 헤쳐갈까.

“상담사는 변호사랑 같아요. 남에게 뱉지 않아야 하는데, 마치 듣지 않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뭔가 탁월한 비결이 있는가보다. 그는 괴로운 나날도 있긴 했지만 오래전에 그런 일을 몸소 다스린 덕분에 남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차분해지는 모양이다.

제주에 온지 8년이다. 그동안 ‘제주여행작가’라는 프로그램을 해오면서 여행작가들을 길러냈다. 여행작가들을 길러낸 이유는 있다.

사진가 이겸.
사진가 이겸씨가 사진과 인생 이야기를 들려두고 있다. ⓒ미디어제주

“여행작가가 되려고 하는 이들에게 말합니다. 배운 걸 써먹으라고 말하죠.”

제주여행작가 프로그램은 ‘제주중산간’이라는 책자로 탄생했다. 제주시 지역의 중산간을 돌며 기록으로 남겼다. 사진과 글이 담긴 기록이다. 조만간 서귀포 지역의 중산간 이야기도 나올 예정이다.

그는 바쁘다. 제주에 정착한 8년의 시간은 또다른 일을 하게 만들었다. 얼마전에 문을 연 공간이 있다. 애월읍 고내리에 사진 갤러리와 카페를 오픈했다. 사진 갤러리 ‘라포’와 카페 ‘메종메종’이다. 그는 몸을 던져 이들 공간을 창출했다. 모든 건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휠체어 장애인들도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공간을 꾸몄다. 실제 장애인들을 초빙해서 의견을 듣고, 공간 만들기에 반영했다. 그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110% 반영했다”고 했다. 모든 이들이 와서 즐기고 가는 공간이 됐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장애인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사진 갤러리 ‘라포’는 지난 6월 8일부터 개관 작품전을 하고 있다. 전국의 유명한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았다. 6개월간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대단한 작가’들이 한꺼번에 작품을 내놓는 일은 쉽지 않단다. 그것도 제주에서는 처음이란다.

‘라포’는 사진 심리치료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치료’는 막힌 공간이라는 느낌이지만, 여기에 오는 이들은 그런 느낌을 받지 않는다.

“사람들은 상담을 한다면 색안경을 끼고 보곤 합니다. 여기는 그런 느낌을 서로 받지 않아요. 이 갤러리에 앉아 있으면 사진이라는 작품을 두고 얘기하는 듯하죠. 작품 속에서 상담을 하기에 상담을 받는 이들의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그는 ‘여행과 치유’를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 여행은 삶이다. 삶은 공존이기도 하다. 그는 나누면서 공존한다.

“이익은 환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들 공간도 그래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여기 와서 하면 됩니다. 제주도내 문화예술인들이 장소 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해요. 앞으로는 문화예술이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그걸 확신해요. 영국만 하더라도 악기를 하나 다루고, 운동을 하고, 남을 도울줄 알면 중산층이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는 돈이 있어야 중산층이라고 하고, 그게 없으면 하층이라고 합니다.”

나눔을 강조하는 이겸씨가 활짝 웃고 있다. 미디어제주
나눔을 강조하는 이겸씨가 활짝 웃고 있다. ⓒ미디어제주

모든 걸 가르는 기준이 ‘돈’이 된 세상이다. 그는 돈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어린이를 도와주는 ‘밝은벗’ 대표이기도 하다. 1000원씩 모아서 기부를 한다.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그가 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이름을 빌려서 준다. 장학금을 전달할 때는 ‘나를 도와줄 것 같은 친구’를 선정한다. 어른이 개입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아이들의 몫이다. 친구가 주는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은 어떤 심정이 될까.

“나를 도와줄 것 같은 친구를 선정해서 주는 장학금은 가정환경을 고려한 게 아닙니다. 공부를 따지지도 않아요. 외모도 아닙니다. 인성이 작동되는, 친구가 주는 장학금이죠. 그걸 받은 애들은 잘 자랄 겁니다. 장학금을 받은 아이들에겐 ‘커서 사회에 환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죠.”

사진가 이겸은 고교 1학년 때부터 사진을 만졌다. 그러다 제주에 왔고, 제주에 온지 8년이다. 사진으로 치유하고, 사진 감상도 하는 갤러리도 냈다. 가진 게 있으면 내놓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사진으로 모든 걸 말한다. 그에게 사진은 무엇일까.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의 말을 직접 듣고 싶으면 사진 갤러리 ‘라포’로 가면 된다. 6월 8일부터 시작된 사진전은 6개월동안 지속된다. 오는 23일엔 갤러리 정식 오픈 기념식이 열린다고 한다. 그날 장터도 열리고, 공연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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