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의 한라산국립공원 노동자 직고용 결정, 기회주의 정치의 산물”
“원 지사의 한라산국립공원 노동자 직고용 결정, 기회주의 정치의 산물”
  • 미디어제주
  • 승인 2018.05.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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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원 도정 실패 원인, 결정장애와 포퓰리즘 정치 때문”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최근 제주의 한 언론은 ‘한라산국립공원 후생복지회 노동자들을 집단해고 했던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지사 사퇴 직전, 자신이 내렸던 이전 결정을 번복해 직접 고용을 약속했다. 표심을 의식한 태도 변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발끈 고쳐 매지 말라’는 고사성어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얼마 전 제주도는 한라산국립공원 내 매점을 운영해온 후생복지회의 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10여년간 매점에서 근무한 비정규직들이 적자 운영에 따른 체불 임금의 해결과 제주도의 직접 고용 등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후생복지회 해산과 매점 폐업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100일 넘게 지속된 해고 노동자의 직접 고용요구 시위에도 원 지사는 이들이 도청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 본격적인 선거에 뛰어들기 하루 전 해고 노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임기 중에 마무리하겠다”며 공무직 고용을 약속했다.

후생복지회의 매점은 오래 전부터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과감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는데도 도정의 결정 장애로 인해 마땅히 가야할 길을 잃은 채 헤매다 오늘에 이르렀다. 후생복지회 노동자의 집단해고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오랜 시간 동안 개선되지 않은 채 축적되어 온 폐단의 결과물인 것이다.

해고 노동자의 공무직 고용 결정은 원 지사가 여전히 결정 장애와 포퓰리즘 정치 속에서 갈팡질팡하며 도정 운영이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우려와 실망이 크다. 이로 인해 지사 리더십 훼손, 정책 신뢰도 저하, 재정 악화, 청년 일자리 상실 등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문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제주를 둘러싼 제반 상황과 원 지사의 그간 행보를 감안하면 한라산국립공원 후생복지회 노동자 직접 고용 약속은 유야무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원 지사는 이것도 모자란지 얼마 전에는 세금 주도로 공무원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제1호 선거공약을 내세웠다. 명색이 1호 공약부터 사익추구 포퓰리즘 정치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모양새다. 문 정부 일자리 정책의 데쟈뷰를 보는 듯하다. 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도 세금 주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자리위원회’ 구성이었다. 일자리 지원을 위해 수십조원의 세금을 쏟아 부었지만 정부의 호기와는 달리 결과는 참담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실패를 보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퇴행적 정치를 반복한다면 정치인 원희룡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 말아야 할 결정을 하면서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 도정 정책이 이렇게 굴러간다는 건 정말 아찔한 일이다. 그야말로 도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처사다.

# ‘핌투’와 ‘님트’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허송세월한 원 도정, 성장 잠재력만 갉아 먹는다

원 지사는 임기 내내 ‘핌투’와 ‘님트’ 사이를 오락가락 허송세월하다 사퇴 직전 한라산국립공원 후생복지회 노동자에 대한 집단해고 입장을 번복하고 직접 고용을 약속했다. 이러한 기회주의적 포퓰리즘 정치 행위는 사회 경제적 폐단의 초래와 원 지사의 정치 여정에 심각한 시련을 안겨줄 것이 자명하다. 표심이 세금 주도의 공무원 일자리 창출과 구조 조정 여부의 판단 기준이 되면 성장 잠재력 훼손으로 사회는 퇴락하게 된다. 특히 구조 조정의 성공 여부는 타이밍에 달려있기 때문에 구조 조정 원칙의 번복은 신중을 기했어야만 했다.

첫째, ‘해고’-‘침묵’-‘해고 번복’의 폭탄 돌리기 정치는 제주 사회를 퇴행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원 지사의 번복 결정은 제주 가치의 고양과 성장을 위한 근본적 대책은 제쳐두고 생색날 일만 하려는 단기 이기주의와 땜질식 처방의 선심성 대책일 뿐이다. 이른바 ‘내 임기 동안에만 좋으면 된다’는 ‘핌투(PIMTOO: please in my term of office)’와 뜨거운 감자나 인기 없는 일은 책임지지 않고 임기 뒤로 미루려는 ‘님트(NIMT: not in my term)’ 현상이 버무러져 나온 퇴행적 정치공학의 산물이다.

원 도정 들어 퇴행적 정치공학의 정도와 빈도가 심화되고 있다. 인기 끌고 지지율 높이는 효과는 당장 눈앞에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결정 장애와 포퓰리즘 정책의 부작용은 한참 뒤에 나타나 성장 동력의 훼손과 미래 세대에 부당한 책임 전가로 이어진다. 결국 정치공학적 폭탄 돌리기 정책의 결과는 고스란히 도민 고통으로 전가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12개의 성상이 지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지위를 획득한 이래 제주는 힘든 땀과 눈물의 도전의 길을 걸어가며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어느 덧 국제자유도시의 완성을 위한 미래상을 우리 스스로 그려내고 이를 완성시켜야 할 성년의 나이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창 성장 에너지를 분출하며 번영의 틀을 만들고 꿈을 일궈나가야 할 나이인데도 성장 정체의 굴레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주 지사들이 정글과도 같은 글로벌 경쟁의 본질을 이해 못하는 가운데 구태의 관성대로 도정을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해고 노동자들의 재고용 결정처럼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과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함으로써 타이밍을 놓치고 정치적 비용을 늘려 선택 불능 상황으로 내몰았던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선택 불능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라는 기적을 일궈냈던 제주의 이미지는 지사의 리더십과 도민의 폴로우십의 엇박자 속에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구조 조정은 결단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조선 건설 산업이 혹독한 구조 조정 한파를 맞고 있는 것은 구조 조정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적절한 타이밍과 소통의 정치력이 어우러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기회는 놓치면 정책에 대한 기대는 하락하게 된다. 때를 놓치면 기회를 다시 잡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게 된다. 한라산국립공원 후생복지회의 구조 조정에 임하는 제주도정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둘째, 원 지사의 결정 장애는 포퓰리즘 정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사의 리더십 훼손으로 이어져 도정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국민의 눈높이’는 절대선으로 통한다. 이로 인해 우리 주변엔 온통 포퓰리즘에 중독돼 ‘주겠다’는 정치인만이 지천에 널려있다. 이처럼 지도자들이 여론에 함몰되다 보면 국민이 가야 할 길보다 국민이 당장 원하는 것에 매달리게 돼 국가는 쇠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지도자는 민심의 과도한 분출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민심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절대선은 아니다. 특히 법적 판단의 기준이 민심이 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당장 원하는 것에 매달린 에바 페론은 퍼주기식 무상 포퓰리즘 정책을 대거 추진해 한때 미국보다 잘 살았던 아르헨티나를 아예 망가뜨려 놨다. 이에 반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정작 자신은 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고용·연금·의료·세제 등의 개혁을 통해 ‘유럽의 병자'라 불리던 독일을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세웠다. 이러한 ‘시대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춘 순교자적 정치 리더십이 독일 경제의 눈부신 성장의 근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강력한 추진력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끝없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점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국민 눈높이를 시대 눈높이에 맞춰 값진 교훈을 남긴 진정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중대한 정책 결정을 앞두고 ‘핌투’와 ‘님트’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혼선과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원 지사가 곱씹어야 할 가르침이다.

셋째, 오락가락하는 ‘샤워실의 바보’처럼 결정 장애와 포퓰리즘 정치에 의해 누더기로 손질되는 도정 정책은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우리나라는 5년 임기 정부가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지우개 국정'이 정책 단층현상을 초래해 경제성장률을 평균 1%포인트씩 떨어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샤워실 바보의 졸속 탁상행정은 정책 실패를 야기해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과 상처까지 남기게 된다.

정책의 부작용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다가 백지화하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현실성 없고,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정책이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믿음이 실리지 않는 졸속 정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위기가 그 많은 대책에도 먹혀 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정부와 정책의 신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정 또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넷째,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 중 언어의 엄중성과 언행 일치를 최고의 덕목으로 친다. 지도자를 자처하면서 상황과 유불리와 편의주의에 따라 말 바꾸기를 거듭한다면 어느 도민이 그를 따르겠는가. 언어의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정상배로 전락해 도정을 이끌어 갈 수 없게 된다. 털갈이 정치나 공약 불이행의 변명을 위한 지도자의 말 바꾸기는 패자의 변명이며 도민의 기억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이다.

그간 제주 지도자들의 불신 정치가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정치적 신념이나 도민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포퓰리즘과 털갈이 정치를 전전하며 권력에 목을 건 듯한 모습은 제주 정치를 더욱 얕잡아보게 하고 저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서는 일곱 가지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영국 속담처럼 이들은 앞으로도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며 지속적으로 도민들을 속이려 할 것이다.

제주의 파수꾼이여야 할 지도자들이 핑곗거리를 만들어 변명에 몰두하는 동안 제주 공동체가 허물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더 이상 정직함이 빛을 잃고, 거짓말쟁이가 대접받으며 악명(惡名)조차 자산이 되는 사회로 흘러가도록 방기해서는 안된다. 정상배들이 파는 핑곗거리의 우물은 마르는 일이 없다. 더 이상 허황된 기만의 말로 도민을 기망하려는 행태는 멈춰져야 한다. 지도자가 도민과의 약속을 지킬 때 비로소 선순환 신뢰 정치가 가능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원 지사는 취임 직후 ‘제주경제 규모를 5년 후 25조원으로 키우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상은 임기 내내 15조원 수준에 머물러 공약은 지켜지지 않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도 임기 내내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공약은 도민들과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약속이다. 터무니없는 공약,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을 구걸하는 것은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범죄행위이다.

부도난 기업의 어음처럼 나뒹굴고 있는 자신의 선거공약과 정책을 보고 있는 도민들 심정이 어떠한지 원 지사는 제대로 헤아리고나 있을까. 신뢰의 출발점은 사회 구성원들이 법과 약속을 지키는 데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원 지사는 한라산국립공원 후생복지회 노동자 해고 결정의 번복에 신중을 기했어야 하며 번복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세금을 이용한 일자리 창출 정책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는 일자리를 향한 대통령의 강렬한 의지가 담겨있는 ‘일자리위원회’의 구성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 창출이 제1의 국정과제임을 강조하며 호기롭게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은 실제로는 국가재정을 활용한 '세금 주도 성장론'이다. 문재인 정부는 세금을 주도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축소, 일자리 확대를 강조했지만 정부의 호기와는 달리 결과는 참담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 지원을 위해 수십조원의 세금을 쏟아 부었지만 기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은 세금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9.4%가 체감 경기(景氣)가 작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11.8%에 불과했다. 취업 시장이 나빠졌다는 사람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51.6%), 나아졌다(9.9%)는 의견을 압도했다. 중·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의 경기 인식은 특히 더 부정적이다. 바닥 경기의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의 64.7%, 판매·영업·서비스직 종사자의 54.1%도 체감 경기가 나빠졌다고 했다. 정부가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의 성적표가 이렇다.

부정적 상황은 우울한 각종 경제 수치들에서도 확인된다. 12월 청년 실업률은 9.2%로 1999년(10.3%)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다.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1.6%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다. 3월 제조업 가동률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산업 생산은 5년 새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설비 투자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재고는 넉 달 연속 늘어났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에 공공기관들의 몸집은 불어났지만 수익은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 실패로 귀결되면서 대통령 집무실의 ‘일자리 상황판’은 한낱 전시행정의 장식물에 그친 셈이다.

어느 나라든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 분야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나라가 구조조정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제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우리만 유일하게 성장과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 빙하기를 맞고 있는 원인이 뭘까?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과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일을 거꾸로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활동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주도한다. 일자리도 기업을 통해 창출되는 것이 당연칙이다.

우리가 처음 시도하거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판단할 준거로 삼을 것은 경험칙(經驗則)뿐이다. 과거의 경험과 역사적 사실로 오늘과 미래를 잴 수밖에 없다. 세계 좌파 정부 대부분이 세금으로 잔치를 벌이다가 파국을 맞았다. 사회주의 국가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이유다. 제주는 이들 남미·남유럽과 다를 것이라고 믿는가. 사회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데 적당한 확신은 약일 수 있지만 지나친 확신은 독이 될 수도 있다.

혁신 전도사인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은 혁신적 기업가 정신을 통해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했다. 중심 성장전략이 한계에 부딪치며 심각한 총체적 정체를 맞고 있는 제주의 시대적 과제를 풀기위해선 혁신적 기업가 정신이 필수적인 이유다. 그런데 원 도정은 각종 규제와 공기업의 민간부문 침탈을 통해 기업 활동을 옥죄며 혁신적 기업가 정신을 소멸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며 뛰고 싶은 기업인이 있겠는가.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은 바람직스럽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오히려 민간 부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만을 초래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아무리 열심히 다음 단추를 맞춰 나가도 결국엔 어그러진다. 옷 매음새를 완성하려면 잘못 끼웠던 단추를 풀어 다시 맞춰나가야 한다. 객관적인 현실을 무시하고 뜬구름을 쫓다가 몰락하는 것을 '거대한 착각'이라고 한다. 마르크스가 프랑스혁명 때 실패한 미련한 좌파를 두고 한 말이다. 이 거대한 착각들이 모이고 모이면 언젠가 국가는 퇴락하게 되고 그 비용 청구서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변화와 주요 산업들의 경쟁력 상실로 인한 구조적 저성장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 활동을 장려해 생산을 촉진하는 일이다.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은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며 그것을 이루는 주체는 기업이다. 규제 개혁과 혁신, 산업 구조조정과 노동 개혁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기업,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경제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

여섯째, 재정의 남용은 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제주를 어려운 국면으로 내몰게 할 수 있다. 그리스의 국가부도 배경에는 공무원의 철밥통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축내는데 있다. 그리스는 헌법 개정으로 공무원의 평생고용을 보장했다. 더욱이 그리스 정부는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펴면서 공무원과 정부기구는 더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들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 먹어도 민간기업보다 월급과 복지 혜택이 후했다. 법으로 보장된 철밥통이여서 제재도 받지 않는다.

그리스 공무원은 오전 8시 30분 출근해 오후 2시 30분 퇴근한다. 85만 공무원에게 주는 월급만 GDP의 53%를 차지한다. 공무원이 노동인구 넷 중 한 명꼴이고 적어도 25%는 무위도식하는 인력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한번 뽑은 공무원에게서 철밥통을 빼앗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파킨슨 법칙’이 입증하듯, 공무원 조직은 한번 늘어나면 절대 줄지 않는 속성이 있다.

공공부문이 비대해질수록 국가 비효율과 민간부문 위축도 필연적이다.

공무원 수에 비례해 규제가 양산되고, 혈세로 메워야 할 예산·연금 부담도 눈덩이가 된다. 이렇게 공무원을 늘리면 그 짐을 떠안게 될 미래 세대에는 재앙이 될 것이다. 공무원 조직이 비대해지면 관료주의와 부패의 폐단도 따라서 커진다. 수많은 인·허가 장벽을 넘을 때마다 공무원들에게 '뒷돈'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고도 나라가 멀쩡하게 잘 굴러갈 수는 없다. 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는 관료가 지배하는 사회는 관료의 경쟁력과 관폐에 의해 국가의 존망이 좌우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처럼 자신의 능력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턱대고 남 따라 하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제주 사회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일곱째, 구조 조정 없는 재고용은 일자리 준비 청년세대와의 형평성을 해쳐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공공 부문 고용확대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새 정부의 구상은 우리나라가 여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공공 부문 고용 비중이 낮고 민간의 고용 창출 능력이 떨어져 공공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세계의 경험치는 그 반대다. 공공 부문 고용 확대가 오히려 민간 일자리를 줄이고 실업자를 늘리는 역풍에 시달렸다. 결과적으로 청년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주게 되는 셈이다.

새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공무원 17만 명 증원 등을 추진하는데도 통계상 청년 실업은 오히려 악화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겠다며 내놓은 공무원 증원 정책에 따라 발생한 ‘공시생’ 쏠림현상의 결과가 청년 실업률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계속 늘리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공시족’ 증가에 따른 청년 실업률 악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부정적 상황들의 심화로 세대 간 경제·정치·사회적 이해관계가 날이 갈수록 매섭게 충돌하고 있다. 노인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 인식은 일자리·복지비용 등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세대 간 갈등은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정책은 국민연금 분배 문제와 부양 의무 문제를 더욱 심화시켜 청년층의 노인 혐오현상은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질시와 증오와 갈등의 증폭으로 국민적 에너지가 상실돼 더 이상의 국가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 부문의 고용 확대로 인해 민간 일자리가 파괴되지 않도록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공공 부문에 대한 혁신 없이 그냥 고용만 늘리면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일자리 해결의 마중물은 고사하고 오히려 걸림돌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에서 공공 부문 고용확대는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부의 역할 차원으로 엄격하게 절제되야만 한다.

여덟째, 실정법보다 떼법과 정서법이 우선시되는 사회는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퇴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요즘 "이게 도정이냐"는 탄식이 터져 나올 정도로 도정 스스로 권리와 의무를 자각 못하고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제도가 잘못된 게 아니라 비겁한 도정이 문제다. 도정이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오락가락하며 물렁물렁해지니까 떼쓰는 세력이 마음대로 활개친다. 제주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제주를 품격있는 사회로 만들 최종 책임은 지사에 있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도 아니다. 법 절차와 원칙과 상식에 따르면 된다. 도정 운영이 편향적이며 법치와 상식을 벗어날 때 도민은 신뢰를 거두고 도정의 존재 의미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 모든 퇴행적 현상을 자초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지사 자신이다.

위기 극복 리더십의 본질은 예나 이제나 달라지지 않는다. 그 본질은 지사가 도민이 가진 잠재력을 일깨워 위기에 대처하는 힘으로 바꾸는 것이다. 도민을 분발시켜 잠재력을 일깨우려면 지사가 먼저 분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사가 본분을 망각하고 엉뚱한 곳에 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도민을 분발시킬 수 없다. 지사의 리더십이 도민의 폴로우십과 엇박자를 보이면 민심이 등을 돌린다. 배 바닥에 새 구멍을 계속 뚫으면서 무사히 강을 건너길 바랄 수는 없다. 우왕좌왕하다 급조된 포퓰리즘 정책들이 제주 성장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이다.

# 결정 장애와 포퓰리즘을 극복해 문제 핵심을 건드려야 제주 해법이 나온다

원 지사의 제주 정치역정은 제주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제주 지사의 역할과 대권을 쟁취해야 하는 정치인의 대의가 임기내내 서로 모순을 일으키며 충돌하는 가시밭길이었다. 이러한 과유불급의 정치 역정은 산토끼만 쫒다가 집토끼까지 놓치는 허탈한 결과로 이어졌다. 원 지사를 둘러싼 정치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유다. 높은 지지율로 기세등등하게 출발했던 원 지사가 역풍에 직면해 재선 도전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원 지사는 어려운 선거를 치르면서도 현역 지사의 기개를 보여주려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막막함과, 목표물을 포착하지 못해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심란함을 피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관권 선거 논란까지 제기되는 것을 보면 이젠 수석 신화의 약발도 다한 것이 아닐까. 결정 장애로 폭탄 돌리기를 되풀이하며 인기 영합적인 대증요법에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원 지사가 재출마를 앞둔 시점에서 해고 노동자에 대해 직접 고용의사를 표명한 것은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집권의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뜨거운 감자를 다시 여론에 공을 떠넘겨 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신의 상황과 유불리에 따라 정책을 바꿔놓고 또다시 번복하는 사태가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샤워실의 바보’처럼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누더기처럼 손질되는 도정의 정책은 제주의 잠재력을 훼손시킬 뿐이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멍들어가는 도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거취를 판단할 때가 이제는 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지난 세월 제주도민은 시련과 역경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올해도 곳곳에 암초가 널려 있고,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진영 논리와 이분법적 낡은 틀을 깰 때 비로소 제주인의 저력은 다시 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사가 숲과 나무를 세심히 살필 줄 아는 균형적 시각과 혜안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균형된 시각과 혜안을 통해 도민들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게 지사의 기본적 책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새 지사는 미래를 직시하는 혜안을 통해 도민의 가슴에 혁신과 창조의 열망을 다시 끓게 하고, 제주 공동체의 공동의 가치를 발견하여 이것을 향해 나아가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분발과 각성을 통해 우리 안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제주를 도약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퇴행적 정책의 반복이 아니라 밖으로 증식하고 뻗어 나가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여기에 혁신적 기업가 정신이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관련 생태계 구축에도 진력을 다해야 한다.

거기에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이 있어 제주가 변방의 시대를 끝내고 대한민국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 모든 단추가 잘못 끼워져 결국엔 어그러진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고집하는 것은 오기일 뿐이다. 그간 줄줄이 잘못 끼웠던 단추를 전부 풀고 첫 단추부터 다시 고민하는 새 지사의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베이징대 린젠화 총장이 며칠 전 개교 기념식에서 ‘鴻鵠’(홍곡: 큰 기러기와 고니)을 잘못 읽어 국제 뉴스가 됐다. 중국 중학 교과서에도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글자도 모르는 총장’이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놀라운 것은 베이징대 게시판에 올린 ‘솔직히 이 말의 발음을 몰랐다’는 린 총장의 솔직한 사과문이다. 내 탓은 없고 남 탓만하는 제주 지도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통해 성찰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가르침이다.

린 총장의 솔직한 사과는 덮고 싶은 과거를 깨워 정면으로 바라보며 각성과 분발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망각에 무릎을 꿇는 한 백약이 무효다. 망각에 저항하고 기억을 보존해야 성찰과 반성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과거를 놓아버리면 기억을 잃어버린 '알츠하이머 사회'를 향해 내리막길을 굴러간다. 과거를 잊어버리고 조그만 성취에 안주하는 그 순간은 바로 몰락의 순간이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정문에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은 그 과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현재는 모든 과거의 필연적 산물이고 모든 미래의 필연적 원인이 된다. 우리가 과거에 무엇을 했고 현재 무엇을 하느냐가 미래를 가를 것 것이다. 실현하는 미래를 위해서는 문제의 소재를 있는 그대로 밝혀내며,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고 변화시킬지 구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견지망월(見指忘月)’, 사회 문제를 풀려면 근본 원인을 찾아 문제의 핵심을 건드려야 그걸 풀 수 있다는 의미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안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지엽적 현상만을 보는 것, 근원처방보다 대증요법에 매달리는 것, 작은 이익 때문에 큰 이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지도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결정 장애와 포퓰리즘을 극복해 문제 핵심을 건드려야 제주 해법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제주의 오늘이 과거의 연장이 될지, 미래의 출발점이 될지는 6.13 선거에서 도민의 시선을 어느 쪽에 두느냐의 선택에 달렸다. 오락가락하는 샤워실의 바보에게 더 이상 제주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된다. 6.13 선거가 도민의 정당 방위권을 행사할 거사의 날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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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2018-05-10 11:05:21
용기있는 공감하는 좋은 글입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겠지요

줒대없이 2018-05-10 08:17:12
판단하는 정확한 잣대도 없고 줏대도 없고, 정책비판이 왜이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만 들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