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고통을 승화시켜 유쾌한 인생을”
“나이듦의 고통을 승화시켜 유쾌한 인생을”
  • 김명숙
  • 승인 2018.04.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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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처방전] <8>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만담가 장소팔 씨가 죽기 전에 아들을 불러 이런 말을 남겼단다. "아들아, 내가 왜 죽는 줄 아냐? 심심해서 죽는다. 너도 한번 늙어 봐. 늙으면 진짜 할 일도 없고 심심해 죽겠다. 그래서 세상을 뜨는 거야." 이 말을 들은 노년들은 그래, 맞아! 공감할 것이고, 후배 세대들은 그래? 하며 미소를 지을 것이다. 고춘자&장소팔 콤비로 한 시대를 주름잡은 장소팔 씨의 유언에는 끝까지 희극정신을 잃지 않은 그의 자존심이 담겨있다.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근후 박사(83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30년 넘게 네팔 의료 봉사를 하고, 40여 년 넘게 보육원 아이들을 돌보았다. 그런데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10년 전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고 당뇨, 고혈압, 통풍, 허리디스크 등 일곱 가지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지만 지금도 ‘야금, 야금’ 일을 꾸미고 왕성한 호기심을 잃지 않은 현역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폐쇄적인 정신 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꾸고 정신 질환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하는 등 정신의학계에 큰 획을 그었고 은퇴 후에는 아내와 함께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하여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의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나이 들어야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 수 있는가? 이근후 박사가 쓴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렇게 나이 들지 마라’, ‘마흔 살에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그대에게’ 등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53가지 조언이 담겨있다.

나이 들면 포기해야할 것 3가지가 있다. 첫째, 건강에 대한 포기이다. 건강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대한 집착을 포기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건강이 나빠질 일만 남았지 거꾸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노화, 즉 몸의 변화를 바로 보고 순응해야 한다.

둘째는 잔소리를 포기해야 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평소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였다. 어느 날 집에서 자신이 하는 말을 녹음해서 들어보았더니 간섭하고 통제하고 지시하는 말뿐이었다고…. 장성한 아이들이 출가하여 삼대 열세 명이 한 지붕아래 모여 살게 되면서부터 철저하게 불간섭의 원칙을 지켰는데 그 첫 번째 시도는 며느리에게 거절하는 법부터 가르쳤다.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려면 거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세 번째는 일에 대한 포기이다. 나이가 들면 책임도 의무도 줄어든다. 시간이 늘어나고 인내심이 많아지고 감정이 섬세해진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불어난 시간에 하나씩 해 보는 재미를 누리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것, 이전에 알지 못했던 감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러려면 나이듦을 막연하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미리미리 준비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쾌한 노학자가 담담히 풀어내는 이야기는 나이듦의 고통을 승화시켜 유쾌, 상쾌, 통쾌 성분으로 바꾸는 마법이 담겨있다.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말했다. “재미의 세계가 넓으면 넓을수록 행복의 기회가 많아지며, 운명의 지배를 덜 당하게 된다”고. 우리는 살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여러 상황 속에 놓인다. 그러나 비록 환경은 선택할 수 없더라도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쌓여 인생을 이룬다. 우울한 노년을 맞이할지,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이근후 박사의 살아온 인생을 들여다보노라면 진짜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은 재미있는 일을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재미있게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내는 사람이다. 100세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지금, 이 한 가지만 실천할 수 있다면, 누구나 풍요로운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명숙 칼럼

김명숙 칼럼니스트

충북 단양 출신
한양대 국문과 졸업
성미산공동체 '저해모(저녁해먹는모임)' 회원
성미산공동체 성미산택껸도장 이사
나무발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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