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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이 돼버린 원희룡 제주도정의 10월 30일
‘양치기 소년’이 돼버린 원희룡 제주도정의 10월 30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11.01 17: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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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돼지열병 청정지역 해제 관련 브리핑에 원 지사 발언까지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늑대가 나타났다!”

뜬금없이 유명한 이솝 우화의 줄거리를 떠올린 이유가 있다. 최근 원희룡 제주도정이 점점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시작은 지난달 30일 도 축산당국이 제주 돼지열병 청정지역 해제와 관련한 석연치 않은 브리핑에서부터였다.

제주도는 ‘돼지열병 청정지역 제주 해제 경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13년 돼지열병 규정 변경 사항을 통보하면서 지자체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식품부가 관계 기관에 돼지열병에 대한 OIE의 규정 변경을 통보하면서 자치단체에는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변경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튿날 농식품부는 도의 브리핑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한 설명 자료를 통해 지난 2013년 5월 OIE 총회 이후 6월 12일자 공문을 통해 돼지열병 인증 방식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전국 지자체에 통보했다고 도의 브리핑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더구나 제주도는 OIE의 규정 개정으로 돼지열병 청정지역이 자동으로 해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제주도가 4년 동안이나 돼지열병 청정지역 해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취지로 기사를 내보냈지만, 정작 농식품부는 지난해 6월 28일 한림읍 지역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함에 따라 OIE 청정지역 조건을 상실했다고 발표했다.

OIE의 관련 규정이 바뀐 것 때문에 자동적으로 돼지열병 청정지역이 해제된 것이 아니라 실제 돼지열병 발병 때문에 청정지역 지위를 잃게 된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언론사들은 무더기 오보를 낸 셈이 됐다.

도의 해명대로 관련 규정이 바뀐 것을 몰랐고, 지난해 돼지열병 발병 때문에 청정지역 지위를 상실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면 심각한 직무유기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중 돼지열병 청정지역 해제 관련 질의가 나오자 도가 이에 대한 농식품부의 답변 내용을 브리핑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농식품부의 통보 내용을 몰랐다는 얘기만으로 얼버무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지난해 돼지열병 발병 때문에 청정지역이 해제된 사실을 감추기 위해 OIE의 규정 개정으로 자동해제된 것이라고 슬쩍 넘기려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원희룡 지사가 ‘2017 서귀포시 포럼’ 강연에서 국토부가 내부적으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11월에 발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날이었다.

정작 사업주체인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반대하는 분들과 의견 소통이 우선”이라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원 지사의 말대로 국토부 내부 방침이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하필이면 국토부가 반대 주민들과 대화를 하려는 시점에 그런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같은 날 도 축산부서의 브리핑과 원 지사의 발언이 각각 농식품부의 해명과 국토부 관계자를 통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목에서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을 문득 떠올린 이유는 바로 행정이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제주도가 농식품부, 국토부 등 정부 부처와의 긴밀한 소통이 부족했다는 식으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가 원 지사의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발주 관련 발언에 대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배경을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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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심냉 2017-11-07 07:46:14
우도 렌트카 제한 문제도 방안을 마련해주겠다고 했으면서 소식이깜깜 양치기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