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구좌읍은 당근주산지로 유명하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69년부터 구좌읍 주민들은 유기물 함량이 많고 배수가 좋은 토양의 이점을 살려 당근을 경제작물로 재배하기 시작해 왔다.

사양토지대에서 잘 적응한 구좌 당근은 착색이 양호하고 부드러우며 특유의 당근향이 다른 당근보다 뛰어나다. 생산량도 전국 생산량 11만7687t 중 절반에 가까운 5만1428t나 된다. 단일지역으로는 전국 최고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량으로 밀려들어오는 값싼 수입 농산물에 밀려 해가 다르게 당근 처리난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구좌읍은 지난 2007년 2월 26일과 3월 6일 지역 대표자인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회의를 통해 '구좌당근' 청정 브랜드 상품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3월 12일 자체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로써 주민들 스스로 당근생산 주산지의 자존심으로 하나를 팔더라도 제값을 받자는 '구좌당근' 브랜드사업이 시작됐다. 2007년 2월 '뉴제주운동'이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1센터 1명품.1명소' 과제 역시 별고민 없이 청정 '구좌당근' 명품화로 정해졌다.

# '원산지=구좌' 잃어버린 원산지 표시제도 정착, 브랜드화 사업 '첫 목표'

과제를 정했으니 문제분석에 들어가야 할 차례. 구좌읍은 우수한 품질력으로 충분히 소비자들을 어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소비시장에서 다른 지역 당근과 차별없이 판매되고 있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구좌 당근이 판매되는 육지부 시장과 대형유통매장 등 어디를 돌아봐도 '생산지=구좌'라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국내산'이라는 이름표만 있을 뿐이었죠. '국내산' '외국산'으로만 구분지어줄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먹고 있는 당근은 '제주도 구좌산 당근'이라는 점을 우선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농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생산하는 당근이 노력의 결실 없이 '국내산'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던 정공삼 구좌읍 상도리장(49)은 우선 '구좌읍 하면 당근', '당근하면 구좌읍'을 떠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홍보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좌읍은 장공삼 상도리장 등 농민들의 의견을 수합해 청정'구좌당근'명품사업의 기본 전략을 마련했다.

고품질 생산으로 다른지역 당근과 차별화하고 고가의 마케팅을 통해 고가의 명품브랜드를 만들어서 고가의 명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어디서도 따라 올 수 없는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서 명성을 얻게 되면 자연스럽게 판매망이 확대되고 농가들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간단하고도 기본적인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계식 당근 파종방식을 도입해 상품성을 높이고 엄정한 선별과정을 거친 당근을 소포장해서 농협을 통해 소비시장에 직접 내놓는 것이다.

현재 구좌 당근인 경우 맛과 향 등 기능은 우수하다고 인정받고 있지만 밭 이랑에 농민들이 직접 씨를 뿌리는 산파방식의 파종법 때문에 외형적인 당근의 상품성은 떨어진다. 그래서 올해부터 산파방식보다 상품성이 높은 기계를 이용해 당근을 파종하는 등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능성과 함게 외형적인 상품성 보완에 들어갔다.
철저하게 질높은 당근을 생산해 값싼 중국산 당근이나 다른 지역 당근과 차별화시킨다는 의도다.

# 농가에서 생산, 소포장 동시 추진

현재 중간상인들을 거쳐 최종 소비시장에 나가는 유통체제 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 들이 한 상자씩 포장돼 가락동시장에서 경매돼 최종 소비시장에서 '국내산'이라는 이름에 만족하며 머물러 있기에는 한 해 평균 생산되는 '구좌 당근'의 상품성이 너무 아깝다.

농민들이 생산한 상품을 농민들 스스로 포장을 해서 '구좌당근' 브랜드 이름으로 유통시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믿고 있다.

구좌읍은 소포장지 예산 지원절차와 브랜드명 개발사업을 거쳐 소비시장에 직접 상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 당근 하나를 팔더라도 자존심을 건다...'고급 입'을 주목하라

구좌읍은 철저하게 관리하고 생산한 질좋은 상품으로 고급 입맛을 겨냥한다는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수도권지역 백화점과 제주도내 고급 골프장이다.

이를 위해서 구좌읍은 스탠드식 즉석 주서기 10대를 특별 주문제작해 삼성프라자와 애경백화점, 골프장, 호텔 등에 설치할 예정이다. 7~8월 중 파종된 당근씨가 튼실한 당근으로 자라는 12월부터 각 골프장과 백화점 등지에서 당근 무료시음회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선 구좌당근의 우수한 맛을 알리고 꾸준한 당근소비자로 만들기 위한 유인책인 셈이다.

스탠드식 즉석 주서기에서 나오는 당근 찌꺼기는 또 당근재배지에 퇴비화 시키는 작업도 계속해서 개발 중이다.

무료시음회 등에서는 청정 제주의 흙에서 생산되는 무농약. 유기농 당근을 적극 홍보하고 항암에서부터 강장효과가 있는 당근의 기능을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이런 집중홍보활동은 구좌읍주민자치위원회와 농협, 영농법인, 작목반이 중심이 된 구좌당근 명품화 사업추진 구심체인 '구좌당근협의회'가 8월 중에 구성돼 담당하게 된다.

경기도 분당지역내 삼성프라자에서는 일정기간 동안 무료시음회를 통해 고급소비자의 검증을 받은 후 2008년 초부터 구좌당근 직거래 입점이 시작되며 2009년 5월까지는 애경백화점 전관에 구좌당근 입점이 추진되고 있다.

# 농가스스로 변화하려는 자구노력 절실

물론 예상되는 어려움도 있다. 중국 당근 등이 품질개선으로 국내 당근과의 품질 격차를 좁혀오고 있고 미니당근 등 다양한 품종 생산 및 엄격한 수출 상품의 선별을 통해 대외적인 이미지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량물량을 앞세운 저가 중국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생산자와 생산자단체가 스스로 당근 농업환경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지역과는 차별화된 맛과 향을 가미한 '기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고급 소비자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한 명품 전략, 그것만이 살 길이라고 정공삼 상도리 이장은 얘기한다.

"구좌당근의 우수한 상품성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 역시도 자신할 수 있습니다. 물량이 많고 소비가 없어서 어려운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당근이 가진 기능성만 충분히 알려 나간다면 구좌당근의 브랜드는 금새 유명세를 타게 될 것입니다. 농민들은 이제 여기에 함께 호흡하면서 죽기 살기로 힘을 모아야지요.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구좌 당근' 브랜드화 사업은 올해 시작된 '걸음마' 단계지만 주민들 스스로 개방화의 파고를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넘어보겠다는 그 일념 하나만은 성공의 길에 들어선듯 하다.
 
# 브랜드사업의 필요성을 가장 많이 느낄 때는 언제인가?

-. 사실 한 3~4년 전까지만 해도 농사만 지으면 파는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갑자기 당근이 팔리지 않아서 생산을 해도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 지 방법이 없을때 부터 브랜드사업이 필요하다는 것 을 느꼈다.

특히 요즘 육지부 백화점에 가보면 '제주구좌 당근'이라는 것은 없다. 단지 국내산이라는 이름 뿐이다. 그래서는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통회사의 로고 속에 구좌당근의 원산지가 묻혀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브랜드사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 구좌당근 브랜드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한다면?

-. 구좌당근은 다른 지역 당근보다 수분함유율이 높기 때문에 단맛과 더불어 씹을 때 부드러움을 느낀다. 다른 당근들보다 당근 특유의 향이 더 짙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를 제대로 알리기만 한다면 당근이 지속적으로 구좌의 경제작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난 속에 고향으로 U-턴해 오는 후배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다른 지역과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 당근의 외형적인 상품성을 보완하는 작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우선 싼 가격에 들어오는 당근은 기능성이나 맛 등에서 구좌 당근에 떨어지지만 외형상 볼 때는 크기도 더 크고 매끈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중국산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그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의 농민들이 산파방식의 파종을 지양하고 기계파종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 명품.명소 브랜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유통체계 혹은 홍보강화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무엇이 가장 먼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보는가?

-. 유통과정에서 유명무실해지는 당근의 원산지 '구좌'를 찾아야 한다.
처음에는 재정적으로나 인력적으로 부담이 되더라도 농민들이 생산부터 소포장까지 직접 가담해서 최종 소비시장에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 당근브랜드화 사업을 위해 구좌읍에서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 우선 고급 소비자들을 찾아가서 구좌읍 당근의 맛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골프장과 호텔, 수도권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무료 시음회를 준비하고 있고 각 마을별로 체결한 자매결연단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상도리인 경우는 애경백화점, 김녕은 서울 영등포구 부녀회 등과 자매결연이 맺어져 있는데 이를 활용해서 구좌당근 홍보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 브랜드화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브랜드화 사업이라는 것 자체가 지역주민 스스로의 노력에 행정적 도움이 더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농가들 스스로 우량상품을 생산하려는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저절로 좋은 시장이 형성되던 시절과는 다른다. 농민 스스로 좋은 상품을 생산해내고 철저하게 좋은 상품들을 선별해서 소비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농민 대부분이 60~70대 고령이다 보니 다소 포전거래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농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 나가겠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인식 변화가 가장 어려운 점이라 하겠다. 

# 농민들은 우선 브랜드화 사업의 성공의 열쇠를 홍보강화라고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 농민들의 얘기에 적극 공감한다. 유통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농사 스스로 생산한 농산물을 재포장하고 팔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홍보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에서 홍보활동비를 비롯해  유통을 위한 소포장 자재비, 저온 저장고 시설 등이 지원돼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어떤 상품이든 농산물은 주부들 손을 통해 식생화문화에 깊숙히 파고 들어야 한다. 당근 역시 소비자들의 식생활 속에 자리잡기 못하면 '브랜드 사업'의 성공은 상상할 수도 없다. 많은 메뉴 개발과 주부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