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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제주 돌풍' 일으킬 것"
"하반기 '제주 돌풍' 일으킬 것"
  • 미디어제주
  • 승인 2007.06.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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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유나이티드FC 정해성 감독

3월 3일 개막 이후 세 달을 숨가쁘게 달렸다. 정규리그 12라운드와 컵대회 조별 예선을 소화한 K리그는 3주간의 휴식에 들어갔다. 6월 두 경기를 치르고 나면 다시 한 달간의 휴지기가 돌아온다. 어찌 보면 상반기와 하반기를 가로지르는 지점, 제주 유나이티드의 정해성 감독을 만나 2007시즌 상반기의 제주를 돌아보았다.

다음 내용은 정해성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 재구성한 것이다.

#절반의 성공 거둔 상반기, 용병 활용은 아쉬워

상반기에는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많은 선수들이 바뀌면서 나름대로 동계훈련을 1차와 2차로 나누어 치르고 국내에 들어와서 시즌 들어가기 전까지 훈련을 했지만 불안감이 있었다. 준비할 수 있었던 기간에 비해 썩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조진수가 생각보다 잘 해줬고, 아주 어리지만 구자철도 잘 해주고 있다. 조용형이 나간 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간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던 황지윤이 이제 팀 수비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동력을 많이 얻었다.

그렇지만 상반기에 외국인 선수를 활용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4~5월의 굉장히 빡빡한 경기 일정을 치르면서 국내 선수들이 지쳤을 때 외국인 선수들이 치고 나가는 역할을 해 주어야 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문전 앞에서의 마무리와 결정력이 아쉬웠는데 이는 용병 선수들이 맡아줘야 할 몫이다. K리그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과 역할에 따라 팀의 성적이 좌우됐다. 이반을 영입하긴 했지만 팀 적응에 실패하면서 기대에 못 미쳤다. 현재로서 스트라이커의 영입이 가장 절실하다.

상반기에 치렀던 경기 중 2~3경기는 경기 내용 자체가 불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나머지 경기에는 대체로 만족한다. 승부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선수들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좋은 경기를 했다.

#새롭게 구성된 수비 라인, 이요한의 활용 고민

황지윤을 중심으로 한 수비 라인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강민혁은 경남에서의 경기 출전 경험이 많아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요한-강민혁이면 조용형의 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 강준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자기 몫을 훌륭하게 해냈다. 아직 패싱력이나 경기 운영 능력,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성실한 자세로 많은 성장을 이뤘고 경기마다 집중력을 보여주며 수비라인의 조커 역할을 해냈다.

이요한에게 어떤 역할을 주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크게 두 자리였는데 수비형 미드필더와 스리백 중앙에서의 리베로 역할이었다. 상대팀에 따라, 그리고 팀 전술에 변화를 줄 때 포백과 스리백을 겸해서 사용했다. 포백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스리백에서는 뒤로 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앞으로 나서기도 하는 역할을 병행해서 주문했다. 중앙에서는 어떤 포지션이라도 소화할 수 있는 만큼의 역량을 갖춘 선수다.

아직까지는 자신을 완벽하게 컨트롤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플레이에 기복이 있다. 넘쳐나는 에너지를 컨트롤하지 못하다 니 자칫 팀의 조직력을 해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혼자 는 축구가 아니라 팀 전체가 만들어가는, 제주의 축구를 강조하고 늘 냉정하라고 충고한다. 면담을 해 보면 내 말을 잘 따라준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면도 있다.

#전재운의 공백으로 흔들렸던 미드필드, 제자리 찾아

시즌 초반 전재운이 좋은 활약을 해 주다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백을 메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양한 선수들을 시험하면서 포백과 스리백을 섰을 때 어떻게 미드필더를 배치해야 할지 고민했다. 공격 쪽으로 누구를 넣고 수비 쪽으로는 누구를 넣으면서 미드필드 진영을 꾸릴지 고민이 많았다.

구자철이 합류하면서 공을 소유하고 통제하면서 연결하는 플레이가 상당히 좋아졌다. 덕분에 김재성이나 최현연을 전진시키고 김기형-구자철 또는 이요한-구자철을 배치하면 수비쪽 미드필드는 그런대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중앙에서 공을 컨트롤하고 연결해 주면서 커버링해주는 부분도, 아직까지 부족하긴 하지만 차츰 좋아지고 있다.

반면 측면 미드필드는 보강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 팀의 플레이 자체가 중앙에서 사이드로 나가는 플레이인데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아쉽다. 이상호를 중앙에 두다 사이드로 내보낸 부분도 이런 이유다. 박진옥과 정홍연, 이상호, 김호유 등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해 다양하게 고민했지만 100% 마음에 차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번 훈련 기간에 자신감을 찾으면서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정홍연이나 박진옥이 그렇다. 4월 초중반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김명환도 부상을 털고 훈련에 합류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입단해서 올해 2년차가 되는 선수지만 공격적인 면도 있고 특히 수비적인 면에서 장점이 많은 선수다.

#골 결정력 부족이 심리적 부담 만들어

우리 팀이 실점도 적은 편이지만 득점이 더 적다. 골을 넣지도 못하고 먹지도 않는 셈이다. 그렇지만 올 시즌 들어서 개선된 점이, 지난 시즌까지는 선제골을 넣고도 좀 불안한 기분이 있었는데 그런 불안함이 사라졌다.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느낌이 있다.

반면 실점을 하고 나면 어렵다. 골을 내준 후에는 만회골을 노리면서 상대를 몰아붙여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수비진에서는 공격진이 한 골씩 넣어주고 만회해주고 그러면 믿음이 갈 텐데 앞에서 해결이 안 난다는 걸 아는 거다. 그래서 점점 더 다급해지면서도 동시에 경기가 흐트러진다.

상대가 공격을 퍼부어도 수비가 버텨주고 있을 때 공격진에서는 해결을 해 줘야 한다. 그러면 힘을 받을 텐데 번번이 득점에 실패하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이 대단히 컸다. 공격수들은 미안하고, 수비수들은 또 동료인데 뭐라고 할 수도 없지 않나.

골을 내주고 나면 질 것이라 생각하고 의욕을 잃곤 했다. 그래서 무너지는 경기들이 몇 경기 있었다. 실점을 안 하고 경기를 컨트롤할 수 있을 때 공격진에서 해결을 해 주어야 한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플레이, 제주가 살아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부진하긴 했지만 공격진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다. 조진수에 최현연과 조형재, 이동명까지. 용병 한두 명만 있으면 충분히 해 볼만 하다. 미드필드에서 구자철, 김기형, 김재성, 이요한 등이 있다.

오늘 훈련하기 전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상위 3~4개 팀의 선수들이 부럽지 않다. 울산 현대와의 컵대회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선수들을 정말 칭찬했다. 그 어린 선수들이 본인이 할 플레이를 다 하고, 120%를 쏟아냈다. 울산이 이기긴 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을 거다. 반면 졌지만 우리 선수들은 당당했다. 선수들은 그런 경기를 통해 한 단계 올라서고, 나는 선수 기용의 폭이 넓어지는 거다.

상반기 막판 우리 안의 무언가가 살아났다. 정규리그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부터 그랬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가 경기 종료 직전에 골을 넣고 이겼다. 그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끌어 올랐다.

2005년 후기리그 13경기에서 8승을 올리면서 2위를 했다. 그때 다들 보고 놀랐지만, 지금과 비교했을 때 딱히 선수 구성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고 이기고를 떠나서 우리가 보여줘야 하는 경기가 있다.

마지막에는 심판들이 "제주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눈빛이 다르다"고 내게 이야기를 했다. 수당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농담처럼 묻기도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안 된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뛰지 않으면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다. 끈질기게 붙어서, 나는 물어뜯는다고 표현하는데, 상대방이 질리게 해야 한다.

신예들의 플레이에 선배들도 긴장하고 있다. 울산과의 원정 경기도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양복 입고 스탠드에서 관전했다. 자기 자리가 없어진다는 걸 느낄 것이다. 거기 나의 역할이 있다. 선후배 간에, 팀 동료 간에 서로 상하지 않게 경쟁의 불만 붙여주고 컨트롤을 해야 한다.

#하반기 '제주 돌풍' 준비한다

휴식기를 맞아 훈련을 좀 강도 높게 하고 있다. 또 미팅을 통해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가지고 가야 할 것, 버려야 할 것들을 골라낸다. 연약한 생각들을 버리고 조금 더 강해져야 한다.

어느 때보다 선수들의 의욕이 강하다. 내가 시키지 않아도 본인들끼리 미팅을 하면서 고민한다. 지난 일은 모두 털어내고 다음 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짧은 경험이나마 되돌아 봤을 때, 무엇보다 과정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과정에서 내가 흐트러지고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이 무너졌을 때는 팀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렵더라도 꽉 짜이고 준비가 되면, 과정이 잘 되면 뭐든 된다.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분위기가 올라있으니 무언가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 한두 경기가 참 아쉬웠다. 상반기 때 승점 20점 가량이면 하반기 때 열심히 해서 충분히 목표인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남아있는 전북과의 원정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서 17점을 만들도록 하겠다.

이제 이 팀을 맡은 지도 4년째가 되는데, 항상 하반기 때 좋았다. 매년 함께 만들어가던 선수들이 빠져나가고 다시 새로운 선수들과 시작을 하는데 어느 정도 힘을 받으려면 하반기는 되어야 한다. 6월 두 경기를 잘 치르고 경기가 없는 휴식기 동안 준비를 잘하도록 하겠다. 하반기 때 다시 한 번 제주 돌풍을 일으키도록 하겠다.

 

<제주유나이티드FC 홍보팀장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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