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장터, 먹거리 장터가 축제의 중심테마를 실종시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월6일 사상 처음으로 '축제 사전 심의평가제'를 도입해 제주 지역축제를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적된 제주 지역축제의 문제점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축제 사전평가제에서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할 축제 중 하나였던 제주왕벚꽃축제가 이번 역시 먹거리 장터와 풍물장터를 중심으로 해 '무대책'으로 일관해 눈총을 받고 있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제주왕벚꽃축제의 경우 실제 왕벚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본 행사 전에 전농로를 중심으로 한 사전행사 개최 등 프로그램 보완 수준에서 올해 행사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관광축제'라기 보다는 '시민축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난 30일 개막된 제16회 제주왕벚꽃축제에서는 전농로(서사로 ↔ 적십자회관 앞)에서 3월28일과 29일 이틀간 풍물패 공연, 마임, 댄스팀 등이 참가하는 거리축제가 사전 선보였다.

30일에는 제주종합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봄메시지 전달 등 연예인 초청 개막축하쇼가 열렸다.

31일에는 환경의식 고취 및 재활용 홍보를 위한 환경미술실기대회(캔조형물만들기대회), 캔모으기 경진대회를 비롯한 인라인스케이트 묘기, 청소년 그룹사운드 공연, 청소년 패스티발, 난타앙상블, 청소년 패스티발, 퓨전무용 등 젊음의 축제로 꾸며졌다.

하지만 이번 축제 역시 먹거리장터와 풍물장터에만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릴 뿐, 본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무대 주변은 한산한 풍경을 보여 대조를 보였다.

특히 먹거리 장터 주변에는 사행성 윷놀이판들이 통행로를 빼곡히 차지하면서 개장되면서, 모처럼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낯뜨거운 사행성 윷놀이판...제지하는 사람 하나 없어"

더욱이 사행성 윷놀이판이 축제장 한복판 이곳 저곳에서 펼쳐져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축제 관계자들의 지도활동은 눈에 띄지 않았다.

30일 이곳을 찾은 김모씨(38. 제주시 연동)는 "먹거리 장터 앞마다 윷놀이판을 펴놓고 돈을 걸고 윷을 던지게 하는 어른들의 상술을 보면서 낯이 뜨거웠다"며 "가관인 것은 이를 제지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고모씨(39. 제주시 일도2동)는 무대가 설치된 곳은 객석이 많이 비어있어 썰렁한 느낌마저 주고, 어떤 프로그램이 열리는지, 다음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제대로 안내해주는 사람마저 없어, 그저 먹고 놀자는 분위기만 가득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축제장을 빠져나오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사람 구경하러 온 것 같다.", "길 한복판에 윷놀이판을 차려놓고 돈을 걸게 하는데, 경찰은 뭐하는 거냐" 등 볼멘소리가 잇따랐다.

한편 축제 마지막날인 4월1일에는 초등학생들이 참가하는 왕벚나무 자생지 방문 등 문화탐방이 이뤄졌고, 왕벚꽃길따라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왕벚꽃길 걷기축제가 이어졌다.

윤철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