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사람 빠져 죽은 물도 거져 먹었지..."
"사람 빠져 죽은 물도 거져 먹었지..."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3.30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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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연구소, 4.3증언 본풀이 마당 '항쟁의 역사 통곡의 세월'

2만여명의 제주도민들이 무고한 죽임을 당했던, 현대사의 비극 제59주년 '제주4.3'을 앞두고 4.3의 아픈 기억을 상생화 해원으로 풀어내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30일 오후 1시 제주시 열린정보센터 6층 회의실에서는 제주4.3연구소(소장 이은주)가 개최한 4.3증언 본풀이 마당 '항쟁의 역사 통곡의 세월'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생생한 4.3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생존한 4.3피해자들이 참가해 고통의 세월을 토해냈다.

# "시체 떠 있는 물도...너무 목이 마르니까"

"하루 하루 죽지 않으니까 살았지. 내가 고생한건 나만이 알고 아무도 몰라"

절뚝거리는 불편한 다리로 첫번째 증언대에 앉은 부순녀 할머니(76.제주시 용강)는 "1949년 정월 용강 하천에서 다리에 총을 맞았다"며 "다행히 지나가던 동네 사람이 '궤' 돌구덩이에 업어다주면서 보리 한 줌과 감자 댓개를 쥐어주고 갔다"고 말했다.

"다리에서는 피가 콸콸 쏟아지고 옷은 피로 흥건해지는건 당연했지. 치료를 전혀 하지 못한 다리는 고름으로 가득했다. 피를 너무 흘렸는지 목은 말라오지...그때 눈이 많이 올 정도로 추웠는데 눈을 물 삼아 먹었고, 심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이 빠져 죽은 물도 거저 하지 않고 먹었주"

떨린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부 할머니는 "귀순하라는 소리를 들을 때 쯤 대동청년단에게 발견돼 화북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더니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한 뒤 "목숨이 질겨서 살았다"며 말끝을 흐렸다.

# 하루라도 훨훨 걸어보고 죽었으면...

"아무 죄도 없는 날 왜 불구를 만들어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하고 기어다니게 하느냐. 오늘 편하게 살면 내일 죽어도 소원이 없어. 한 번이라도 훨훨 걸어보고 죽었으면..."

"구좌읍 종달리 박춘생 할망이우다"라고 인사를 한 박춘생 할머니(75)는 4.3당시 오빠와 조카, 등 아홉식구를 잃었다고 했다.

박 할머니는 "7년간 일본에서 해녀사업을 하다가 제주에 들어온 오빠를 무장대가 잡어갔다"며 "이후 우리 가족은 폭도가족으로 낙인됐고 집이며 모든 사람살이가 불에 태워졌다"고 되뇌이고 싶지 않은 과거를 떠올렸다.

어쩔 수 없이 산에 올라간 박 할머니와 식구들은 동복 근처 굴에 몸을 숨기고 목숨을 부지하다가 성안 지서로 내려온 다는 것이 세화 상동으로 잘못 내려왔고 세화지서에서 '폭도'라는 누명을 쓰고 매질을 당했다.

목숨만 겨우 건사한 박 할머니는 성산 지서에서도 열흘 동안 거꾸로 매달려서 고문을 당했다. 취조를 받고 고향에 돌아왔을 땐 이미 가족들은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터였다.

그는 고문 후유증이 혼자 살아있는 죄인 것만 같다.

"뇌선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아파서 살수가 없다. 그 독하다는 약을 한번에 여섯개씩도 먹었다. 너무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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