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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절묘한 고고학 연구의 장이며 실험실”
“제주도는 절묘한 고고학 연구의 장이며 실험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2.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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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과 9일 이틀간 제주대서 ‘고산리유적 국제학술대회’ 개최
“한반도 유일 ‘고산리토기’는 주변 지역 동향 주시하며 연구를”

고산리 유적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답을 말하자면 동북아시아에서 신석기 시대가 가장 뒤진 지역이 한반도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산리 유적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어찌 보면 역사학계엔 고산리 유적이 ‘보물’이나 다름없다.

이와 관련, 제주도세계유산본부 주최로 8일부터 9일까지 제주대 아라컨벤션홀 대회의실에서 ‘제주 고산리유적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고산리 유적은 지난 1987년 우연찮게 세상에 드러났다. 이후 지속적인 발굴이 이뤄지고 있으며, 여기에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유적이 쏟아졌다. 다름 아닌 식물섬유가 함유된 토기의 발견이다. 이른바 ‘고산리식토기’이다. 육지부에서 나오는 토기는 섬유질이 포함된 토기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고산리는 ‘유일’하다.

고산리식 토기 조각들. 한반도에서는 유일하게 식물섬유가 함유된 토기이다. ©미디어제주

특히 우리나라가 아닌 동북아 여러 지역에서는 이른 시기의 식물섬유 흔적 토기들이 발굴되는 터여서 고산리 유적의 가치는 덩달아 높아졌다.

이런 점에서 고산리 유적의 시기를 더 올려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물이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 이키시 교육위원회의 다나카 소이치씨는 9일 ‘동아시아 신석기시대 연구로 본 제주도 고산리 유적의 위상’을 통해 이런 점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제주도 신석기시대 상한연대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제주에서 신석기시대 개시 시기가 더 앞당겨진다는 것을 나타내는 유적이나 자료가 발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토기 신석기 단계’의 존재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되면 토기의 출현으로 신석기시대가 시작됐다는 입장을 재고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령 타제석촉의 출현이 먼저라는 ‘무토기 신석기 단계’가 존재한다면, 한반도 본토부의 신석기시대 이행은 다른 지역과 달라지게 된다”고 쓰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라서 ‘토기 없는 신석기시대’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토기 출현이 곧 신석기시대를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토기 출현은 고산리식토기로 제주도가 보다 2000년 이상 늦다. 어쨌든 한반도와 다른 고산리식토기를 분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다나카씨는 “당시 제주도는 식물성 다양성뿐 아니라 육상동물이나 바다자원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식량자원을 이용한 토기 제작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다. 토기 제작 기술이 제주도에서 독자적으로 생겨난 것인지, 혹은 다른 지역에서 전해졌는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중국 북부지역이나 연해주, 일본 열도의 규수 지역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숙정 한강문화재연구원도 앞으로 신석기시대 연대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숙정 연구원은 “제주도는 절묘한 고고학 연구의 장이며, 고고학 실험실이다. 이런 곳에서 찾은 고산리 유적은 한국 신석기시대의 시공간 폭을 확장해줬다. 현재 세계의 토기출현 연대가 자꾸 소급되고 있음을 보면 제주도 신석기 유적의 연대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제주도에 무수한 동굴·바위그늘이 있으니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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