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개성공단, 그 곳에서는 이미 통일이 있었다”
“개성공단, 그 곳에서는 이미 통일이 있었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3.19 2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년 동안 개성공단에서 대북협상 담당했던 김진향 교수의 생생한 증언
“분단 넘어 평화로 가려면 고개 한 번 끄덕여주고 다름을 인정해줘야”
‘개성공단 사람들’의 저자 김진향 교수 초청 강연회가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제주본부 주최로 19일 저녁 7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북한이 토지보상비도 받지 않고 100만평 규모로 조성된 곳이 개성공단입니다. 북한은 2군단 산하 보병 사단인 6사단과 64기갑사단, 62포병연대가 주둔하던 개성에서 15㎞ 가량 후방으로 6만여명의 병력을 뒤로 물렸습니다. 우리가 북에 준 돈은 군사시설이 있었던 곳의 지장물 철거비용으로 평당 700~900원에 불과했습니다. 북한이 이 돈으로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었다구요? 정말 참혹한 얘기입니다”

지난 2008년부터 4년 동안 개성공단에서 대북협상을 담당했던 ‘개성공단 사람들’의 저자 김진향 교수의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제주본부 주최로 19일 저녁 7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김진향 교수는 “거짓으로 시작된 분단이 유지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거짓들이 양산되고 있는지 아느냐”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분단 체제가 철저하게 북한을 가린 채 반통일 담론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정치가 정치 혐오증을 만들어내고 국민들을 탈정치화시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통일‧안보 부처 인사 담당 역할을 했던 그는 “작심하고 개성공단에 들어갔다”면서 “30~40년 동안 통일 안보 분야에 있는 관료들조차 북한의 실체를 잘 모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자신이 개성공단에 몸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 2월에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그는 2011년 돌아오기까지 북에 체류하면서 북한을 연구한 유일한 학자였다.

그는 “북한의 요구는 미국과의 정전협정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거다.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미간 적대적 관계에 있다”면서 해법은 북미 관계 정상화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그는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면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제까지 분단 상태를 지속시킬 건가. 북이 평화협정을 일관되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의아하지 않느냐”면서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북한이 공식 발표를 통해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그는 “북한을 압박하려면 중국이 잘 해줘야 실효성 있는 제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대북 제재 약속을 받아냈고 중국은 사드 철회 약속을 받아냈다. 북한도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데 우리가 얻은 건 뭐가 있느냐”며 “개성공단 폐쇄는 자해행위이자 엄청난 외교적 참사”라고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평화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제1의 가치가 돼야 한다. 국민들의 평화를 위해 안보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지금 우리는 국민과 평화를 위한 안보가 아닌 절대 안보다. 안보가 평화와 국민 행복을 빼앗고 있다”고 정부 안보 논리의 허구성을 성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개성공단의 의미에 대해 “남북간 상호 존중과 화해 협력, 공존 공영, 평화와 번영의 장이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곳이었으며 남북의 군사안보적 긴장 고조를 완충시키는 장치였다”면서 “매일 작은 평화와 통일의 사례들이 발현되고 축적되는 곳이었다. 이미 그곳에는 통일이 있었다”고 4년 동안 개성공단에서의 체험을 요약 설명했다.

또 그는 미국 의회조사국이 발표한 북미 관계보고서와 코트라(KOTRA)가 지난 2013년 북한의 대외 무역규모가 최대 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내용의 사례를 들어 “이같은 북한 경제상황 변화의 기저에 경제와 핵 무력을 병진한다는 토대 위에서 광범위한 경제 개혁을 이뤄내고 있다”면서 북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미 핵 개발을 완료하면서 그동안 재래식 군비 경쟁에 투입되던 비용을 군수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 분야에 투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그는 “개성공단 같은 고시 10곳, 20곳이 된다고 생각해보라. 그 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면서 “우리는 지금 14개월째 마이너스 수출을 기록하고 있다. 출구가 없다. 유일한 탈출구가 남북 경협이고 개성공단이 살아있는 모델인데 그걸 닫아버렸다. 이건 정책 실패 수준이 아닌 자해 행위”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그는 “통일부가 그 의미를 몰랐을까. 알면서도 닫아버렸다.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하면서 “제발 거짓말하지 마라.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것은 국민들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법과 질서가 다 무너질 수 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어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과 북의 최고 지도자급 4대 합의를 관통하는 정신은 상호 존중과 인정”이라면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국민 행복이 시작된다”고 강조, 남북의 대결 구도를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개성공단 사람들’의 저자 김진향 교수 초청 강연회가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제주본부 주최로 19일 저녁 7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