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부문화와 제주의 미래
[기고] 기부문화와 제주의 미래
  • 미디어제주
  • 승인 2015.09.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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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길현 제주대 교수
  양길현 교수.

“돈 많지만 행복하지 않아…. 자선 재단 세워 사회에 환원.” 2014년 현재 중국 최고의 부자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얘기이다. “(부자라는 것 때문에 얻게 된) 마음의 고통을 덜기 위해 기부에 앞장서겠다”는 마윈은, 그래서 환경보호 공익신탁기금을 설립하는 등 145억위안(약 2조5888억원)을 사회에 환원하였다.

세계질서가 G2라 그런가. 세계적인 부자의 기부도 경쟁적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돋보인다. 마윈이 ‘기부의 경쟁자’로 세계 최대 부자이자 기부왕(총 302억달러인 약 32조원)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를 지목하면서 “누가 더 나은 자선사업을 벌일 수 있을지를 두고 경쟁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돈 버는 경쟁만이 아닌 돈 쓰는 데서도 경쟁한다는 건 퍽 고무적이다.

마윈에 따르면, 부자는 결국 행복하기 위해 기부한다. 그러나 부자가 아닌 평범한 우리도 혹 기부한다면, 그건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각자 조그마한 행복이지만 타인과 나누어 가질 때 더 행복해지기에 기부하는 것일 게다. 기부란 타인을 경유해서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행복 추구 행위라는 것이다.

이제 필자의 작지만 기분 좋은 기부 얘기를 하고자 한다. 제주문화포럼에서 필자에게 기획하여 추진하고 있는 맥주카페 몰트나인의 기부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할 때, 처음에는 그게 얼마 된다고 사양하다가 그냥 쓰기로 했다. 편하게. 혹 이것도 맥주카페 몰트나인의 매상에 도움이 되어 기부의 지속가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내심의 기대를 안고. 이왕 자랑할 거 화끈하게 하자는 생각까지. 그리고 이 기회에 기부 문화 확산에 앞장서 볼까 하는 다짐으로.

필자가 주도하여 여러 분들과 함께 기부를 했던 제주대학교 발전기금을 모았던 두 번의 경험을 먼저 전달하고 싶다. 필자가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소장을 맡을 때 당시 고충석 총장이 평화연구소 발전기금을 모으는 거 생각해 보라고 해서, 태어나 두 번째로 돈 모으기에 나섰다.

참고로 필자가 공익을 위해서 돈을 모아 보았던 첫 경험은, 노태우 정부 말기에 서울에서 서울 거주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제주개발특별법 반대’ 광고를 일간지에 싣기 위해서 십시일반 돈을 모았던 적이 있다.

어떻든 연구소 발전기금 모으기에는 필자가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었던 제주국제협의회 분들에게 부탁하여 6분(강인숙, 김국주, 김명신, 양길현, 이유근, 현천욱)이 각각 1000만원씩 해서 총 6000만원을 제주대 평화연구소에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그 때 어떻게 1000만원씩 내달라고 부탁했는지, 깡다구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평생 고마운 뜻 지니고 살 것이다. 이 연구소 발전기금으로 매년 200만원 정도의 지원이 별도로 평화연구소에 주어지고 있다.

필자가 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 학과장으로 일하던 2009년 이번에는 총 1억1000만원을 윤리교육과 발전기금을 모아 학교에 냈다. 학과 발전기금을 모으게 된 일차적 동기는 2년간 책임 맡은 평화연구소 소장 때 6000만원을 발전기금으로 모았다면 당시 10년 정도 재직하고 있는 윤리교육과를 위해서도 최소 6000만원을 모아서 발전기금으로 내야 하는 게 도리에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무감에서였다. 두 번째 동기는, 무상급식이 왜 대학생에게는 해당되지 않는지의 아쉬움과 함께 간혹 점심 때 사발면으로 때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초중등보다 열악한 대학생들의 점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번에는 1인당 100만원씩 100명해서 총 1억원 모으기에 나섰다. 필자의 지인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러나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도록 조정하면서 매주 1-2인씩 직접 찾아뵙고는 100만원 후원을 부탁했는데, 고맙게도 만나 뵌 거의 모든 분들이 100만원씩 윤리교육과 발전기금으로 100만원씩 내 주었다. 총 120분을 만나는 동안 세상이 이렇게 훈훈하고 정겨운 것임을 피부로 느끼면서 지낸 1년여의 시간은 행복한 나날이었다. 해서 기부는 행복이다. 1억1000만원의 발전기금 덕분에 제주대 윤리교육과는 매년 300여만원의 지원을 제주대학 본부로부터 받아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

기부도 중독인가 보다. 2013년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제주지부 회장을 맡게 되면서 또 기부에 나섰기 때문이다. 평소 동창회와 친목회가 해마다 회비 수입 중 일부를 제주지역 공동체에 유용하게 쓰도록 기부하면 좋은데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회장을 맡게 되었기에 실행해 보기로 했다. 서울대 동문들은 사회로부터 직-간접의 특혜를 받은 만큼 이번에 회비를 3만원 더 내달라고 해서 모은 결과 2013년에는 500만원을 교육-생태-문화 영역에 기부했고, 2014년에도 교육-봉사-문화 영역에 500만원을 기부할 수 있을 만큼 회비 수입을 확보했다. 우리의 일상적 친목 모임이 주어진 울타리 내에서의 옛 정을 확인하고 경조사 보는 것을 넘어서서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지역 내에 각종 동창회-친목회-종친회의 새로운 기부 경쟁이 마윈-빌게이츠 경쟁처럼 일어날 때, 끼리끼리의 배타적 괸당문화가 혁신과 통합을 이뤄내는 21세기형 제주공동체의 토대로 작동하리라 본다.

이제 마지막으로 2013년 12월 개장한 맥주카페 몰트나인이 매달 100만원씩 기부하여 2015년 9월 현재 2100만원을 봉사-교육-문화예술-생태-이웃사랑 등에 기부하게 된 연유와 과정에 대해 얘기할 때가 되었다. 앞에서 보듯이 필자에게는 돈을 모으는 데 재주가 있는지, 지금까지 맥주카페를 내는 데에 들어가는 총 1억2000만원의 돈을 1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해서 총 90여분으로부터 모았다. 다만 이번에는 맥주가게를 낸 것이니 출자회원의 경우에는 구매 이용시 20%의 할인 혜택을 드리고 있고, 또 매달 100만원 기부를 누구에게 할 것인지의 추천권을 드리고 있다. 다만 맥주카페를 운영해서 나온 수익이 매달 100만원이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2015년 7월부터는 마침 이도지구에 오픈한 카페더비어(대표 이영철)의 동참으로 매달 100만원을 꼬박꼬박 기부하고 있다.

여기서 매달 그렇게 기부할 만큼 매상이 되느냐는 질문은 우문이다. 왜냐하면 장사 혹은 사업은 1달에 얼마씩 버느냐가 아니라 최소 3년 혹은 10년을 내다보면서 통 큰 장기적 비전과 확신이 있어야 비로소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역량을 보일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맥주가페 몰트나인에 출자한 회원분들도 이러한 장기적 비전에 호응하면서 기부의 즐거움을 나누어 갖고자 하여 참여한 것이리라. 올 12월 맥주카페 몰트나인 창립 2주년에는 회원 90여분을 초청하여 몰트나인을 포함하여 향후 제주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기부를 할 수 있는 지혜 모음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많은 성원과 동참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여기에 덧붙여 2015년 9월 현재 가오픈한 ‘외할머니 칼국수’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고 싶다. 이 외할머니 칼국수는 사회적 협동조합 하옳음의 다문화교류지원센터를 겸하여 운영하는 밥집으로, 이 경우에도 수익의 50%를 기부하는 것으로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다. 필자가 이사로도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하옮음의 기부 사업을 어떻게 몰트나인과 접목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할 것인가 고심 중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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