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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수면, 공용폐지 되지 않는 한 시효취득 대상 안 돼”
“공유수면, 공용폐지 되지 않는 한 시효취득 대상 안 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6.11 12: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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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사유지로 둔갑한 공유수면 ②관련 법령, 대법원 판례는?

제주 섬 전 지역이 부동산 투기 광풍에 휩싸이면서 조용하던 바닷가 마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일고 있다.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자연스럽게 매립지가 형성된 공유수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안 매립지를 둘러싼 분쟁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지난 10일 보도에서 소개한 평대리 사례는 다소 특이한 케이스지만, 여러 주민들이 바닷물이 들고 나던 곳이라고 얘기하는 것으로 보면 공유수면이 사유지로 둔갑해버린 전형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해당 부지를 현 토지주에게 매각한 전 토지주가 이 토지를 취득한 경위에 대해 ‘시효취득’이라고 주장하고 있더라는 한 주민의 제보를 듣게 됐다. 원칙적으로 국가 소유인 공유수면을 일반 주민이 ‘시효취득’했다는 게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해안도로 인근에 부지 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의 모습.

관련 법령과 판례에서는 이런 경우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일단 공유수면의 개념을 정의해 놓은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2조를 살펴보자.

이 조항에서는 공유수면을 ‘바다, 바닷가, 하천·호소·구거 등 그 밖에 공용으로 사용되는 수면 또는 수류(水流)로서 국유인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바다’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해안선으로부터 ‘배타적경제수역법’에 따른 배타적 경제수역 외측 한계까지의 사이”라고 돼있고, ‘바닷가’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해안선으로부터 지적공부(地籍公簿)에 등록된 지역까지의 사이”라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해안선’의 개념인데,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내용을 보면 “해안선은 해수면이 약최고고조면(약최고고조면: 일정 기간 조석을 관측하여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해수면)에 이르렀을 때의 육지와 해수면과의 경계로 표시한다”고 돼있다.

쉽게 말해서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까지를 해안선으로 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앞서 얘기한 부분, 즉 일반인이 공유수면을 ‘시효취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 판례에서는 “공유수면은 소위 자연공물로서 그 자체가 직접 공공의 사용에 제공되는 것이고, 공유수면의 일부가 사실상 매립되었다 하더라도 국가가 공유수면으로서의 공용폐지를 하지 않는 이상 법률상으로는 여전히 공유수면으로서의 성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행정재산은 공용폐지가 되지 않는 한 사법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관계당국이 이를 모르고 행정재산을 매각했다 하더라도 그 매매는 당연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1996.5.28, 95다52383)

특히 대법원은 이 판례에서 “행정재산이 본래 용도에 제공되지 않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관리청의 이에 대한 공용폐지 의사 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행정재산에 관해 체결된 것이기 때문에 무효인 매매계약을 가지고 적법한 공용폐지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설령 국가가 착오에 의해 행정재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 매매계약이 공용폐지 의사 표시로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공유수면으로서의 성질을 보유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이 기획취재 보도에서 문제를 제기한 해안도로 개설에 따른 매립지 문제로 돌아가보자.

해안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았다면 매립된 토지는 당연히 지방자치단체 소유가 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적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사유지로 방치되면서 평대리 사례의 경우에서 보듯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설령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공유수면에 지적이 잘못 작성돼 개인에게 소유권이 부여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 토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유수면 점용 및 사용 허가를 받은 후에 사용해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고 매립된 것이라면 매립됐다 하더라도 공유수면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평대리 분쟁의 사례는 전 소유자는 매매할 수 없는 물건을 현 소유자에게 판 것이고, 현 소유자는 살 수 없는 물건을 산 것이다.

현재 주민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부분은 오랫동안 도로로 사용해오던 곳에 현 소유자가 담장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 등을 통해 문의한 결과 현 소유자가 담장을 쌓는 행위, 즉 기존 관습상의 도로를 철거하는 행위는 모두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담장을 쌓아 도로를 차단한 것은 ‘교통방해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 소유자는 전 소유자와의 매매를 취소하거나 무효로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면서 “만약 전 소유자가 이 곳이 공유수면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전 소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세화오일장 인근 바닷가. 명백히 공유수면인 이 곳은 엉뚱하게도 산1-1번지로 지번이 매겨져 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해안도로변의 건축물들이 이같은 절차를 밟아 공유수면 점용 및 사용 허가를 받은 것인지, 그리고 해안도로 인근 매립지역의 지적 상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한 관리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해안도로를 개설해놓고 인근 매립지에 대한 지적 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공공의 목적을 위해 관리돼야 할 공유수면이 사유지로 둔갑해버리고 있다면, 명백한 행정의 직무유기다.

지난 10일 평대리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세화리에 있는 공유수면 일대를 둘러봤다. 세화오일장과 인접해 있는 이 곳은 공유수면이 명백한데도 지적도상에는 버젓이 ‘산1-1번지’로 지번이 매겨져 있는 곳이다.

현재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라 당장 개발행위가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제주도가 나서서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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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수면 2015-06-13 11:39:33
행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공유수면으로 인한 폐해는 더 커질 뿐

김치용 2015-06-11 18:27:51
진짜 제주도 행정 개판이었구나.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