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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얼마나 고고하기에 제주어 보존에 귀닫나
제주대, 얼마나 고고하기에 제주어 보존에 귀닫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4.24 14:1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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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도 유일 국립대이지만 제주어 전공 교수는 전무
제주도 유일의 국립대이지만 정작 제주어 전공 교수는 없는 제주대. 사진은 제주대 본관.

당신은 제주어를 얼마나 잘 구사할 수 있나요? 고향이 제주도인 저 자신은 듣고 말하는데는 불편이 없다고 할 수 있죠. 그건 50대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 그 보다 더 젊은 어린이들은 어떨까요. “제주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니”라고 물으면 “잘 몰라마씸”이 아니라 응당 “못해요”라는 답이 대다수일 게 뻔하죠.

우리 어른들이야 일상이 제주어였고, 제주어를 하는 틈바구니에서 살았습니다. 자연스레 제주어를 체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죠.

좀 다른 얘기지만 일본 오사카의 이쿠노구 등에 가면 다 제주어만 들립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제주어를 쓰는 제주사람들끼리 얘기를 하고 있어서죠. 그래서 제주어를 연구하는 이들은 “제대로 된 제주어를 연구하려면 오사카에 가야 한다”고 말을 할 정도잖아요.

오늘 칼럼을 통해 제주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제주도의 유일한 국립대에 제주어를 전공하는 교수가 없다는 점 때문이죠. 제주대 총장을 지낸 고(故) 현평효 교수는 학문으로서 제주어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았고, 그 후임으로 강영봉 교수가 제주어 연구기틀을 더 단단하게 다져놓았습니다. 제주어 연구를 하던 강영봉 교수는 올해 정년퇴임을 하셨더군요. 그래서 제주어 전공 교수가 없게 된 겁니다.

그런데 세상은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습니다. 제주어는 유네스코에서 소멸위기의 언어로 분류할 정도로,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 아닌가요.

그 뿐인가요. 제주도는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만들 정도입니다. 이 조례를 한 번 들여다보죠. 조례엔 ‘제주어’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해둡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중에서 도민의 문화정체성과 관련 있고, 제주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데 쓰는 전래적인 언어를 말한다.”

이 조례가 정의하고 있는 제주어를 쓸 수 있는 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기자는 앞서 제가 말하는 제주어의 구사 능력을 읊었는데, 조례에 나온 정의대로라면 제주어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자문자답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제주어를 제대로 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죠. 그러기에 제주어를 제대로 쓰기 위한 각종 장치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교육이 매우 중요하죠. 어릴 때부터 교육도 필요하지만, 제주어를 연구하는 인력도 있어야 해요. 때문에 제주의 유일한 국립대에 제주어 전공 교수가 없다는 건 말이 되질 않습니다.

그게 궁금해서 제주대 교무과에 문의를 했더니, 관련 교수가 있는 걸로 알더라고요. 나중에야 교무과 직원은 “퇴임 하셨군요”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웃어야 할지, 아니면 울어야 합니까?

그러고 보면 대학은 너무 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것 같군요. 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고 부르죠. 좋은 소리로만 들리죠?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상아탑은 ‘고고(孤高)’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으나, ‘혼자서만 고상하려 한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이죠.

걱정이 돼서 하는 얘긴데요. 세상은 온통 제주어를 지켜야 한다고 떠드는데, 제주대는 그런 소리엔 귀를 닫은채 ‘우리만 고고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문입니다. 세상에 귀를 열고, 세상과 호흡을 하려 하세요. 또한 대학에 뭐가 부족한지도 알아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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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국립대학교 2015-04-28 20:24:59
교직원들의 좋은 직장인가? 학생들이 불쌍한 학교인가?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 중심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 중심이어야 함에도 이런 일을 보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게다가 제주도말을 지키자고 하면서 제주대학교가 후학 양성에 아예 관심을 꺼버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저질대 2015-04-24 23:20:58
제 위치도 모르는 밥그릇. 제가 곧이 설 모양도 모르는 무식쟁이 학교. 제것이 없다면 빌거나 얻어먹어야겠지.. 못난 것이 망둥이처럼 남 좇는다더니.. 제분수 찾지 못하는 주제에 먼 학무 탐구한 답시고 설치니.. 네 부모 네 조상이 혼을 잊으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혼이 없는 족속은 타락하고 망한다.. 문화란 매우 중요하다. 고로 제 문화에 애착갖고 계승 발전 활용에 힘써야 한다.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잃으면 다 잃기 때문에..

마자요! 2015-04-24 16:58:15
제주대는 섬이라는 보호막에 안주하는 우물안 개구리들의 양식장이죠!
정신차리고 세상을 좀 보고 삽시다.
국제대나 한라대 보면서 우쭐 거리지 말고
대학순위 50등 안에 들었다고 자축파티를 하는 꼴 하고는...
기자님 시원한게 마씀.

마자요! 2015-04-24 16:57:27
제주대는 섬이라는 보호막에 안주하는 우물안 개구리들의 양식장이죠!
정신차리고 세상을 좀 보고 삽시다.
국제대나 한라대 보면서 우쭐 거리지 말고
대학순위 50등 안에 들었다고 자축파티를 하는 꼴 하고는...
기자님 시원한게 마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