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제주어를 얼마나 잘 구사할 수 있나요? 고향이 제주도인 저 자신은 듣고 말하는데는 불편이 없다고 할 수 있죠. 그건 50대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 그 보다 더 젊은 어린이들은 어떨까요. “제주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니”라고 물으면 “잘 몰라마씸”이 아니라 응당 “못해요”라는 답이 대다수일 게 뻔하죠.
우리 어른들이야 일상이 제주어였고, 제주어를 하는 틈바구니에서 살았습니다. 자연스레 제주어를 체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죠.
좀 다른 얘기지만 일본 오사카의 이쿠노구 등에 가면 다 제주어만 들립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제주어를 쓰는 제주사람들끼리 얘기를 하고 있어서죠. 그래서 제주어를 연구하는 이들은 “제대로 된 제주어를 연구하려면 오사카에 가야 한다”고 말을 할 정도잖아요.
오늘 칼럼을 통해 제주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제주도의 유일한 국립대에 제주어를 전공하는 교수가 없다는 점 때문이죠. 제주대 총장을 지낸 고(故) 현평효 교수는 학문으로서 제주어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았고, 그 후임으로 강영봉 교수가 제주어 연구기틀을 더 단단하게 다져놓았습니다. 제주어 연구를 하던 강영봉 교수는 올해 정년퇴임을 하셨더군요. 그래서 제주어 전공 교수가 없게 된 겁니다.
그런데 세상은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습니다. 제주어는 유네스코에서 소멸위기의 언어로 분류할 정도로,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 아닌가요.
그 뿐인가요. 제주도는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만들 정도입니다. 이 조례를 한 번 들여다보죠. 조례엔 ‘제주어’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해둡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중에서 도민의 문화정체성과 관련 있고, 제주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데 쓰는 전래적인 언어를 말한다.”
이 조례가 정의하고 있는 제주어를 쓸 수 있는 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기자는 앞서 제가 말하는 제주어의 구사 능력을 읊었는데, 조례에 나온 정의대로라면 제주어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자문자답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제주어를 제대로 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죠. 그러기에 제주어를 제대로 쓰기 위한 각종 장치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교육이 매우 중요하죠. 어릴 때부터 교육도 필요하지만, 제주어를 연구하는 인력도 있어야 해요. 때문에 제주의 유일한 국립대에 제주어 전공 교수가 없다는 건 말이 되질 않습니다.
그게 궁금해서 제주대 교무과에 문의를 했더니, 관련 교수가 있는 걸로 알더라고요. 나중에야 교무과 직원은 “퇴임 하셨군요”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웃어야 할지, 아니면 울어야 합니까?
그러고 보면 대학은 너무 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것 같군요. 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고 부르죠. 좋은 소리로만 들리죠?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상아탑은 ‘고고(孤高)’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으나, ‘혼자서만 고상하려 한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이죠.
걱정이 돼서 하는 얘긴데요. 세상은 온통 제주어를 지켜야 한다고 떠드는데, 제주대는 그런 소리엔 귀를 닫은채 ‘우리만 고고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문입니다. 세상에 귀를 열고, 세상과 호흡을 하려 하세요. 또한 대학에 뭐가 부족한지도 알아보고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